[일사일언] ‘파인애플 피자’ 논쟁
먹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음식에 대해 논쟁하기도 좋아한다. 작년 말 이탈리아 나폴리에 있는 역사적 피자 거리의 피자 장인 지노 소르빌로가 소셜미디어에 파인애플 피자를 올리며 다시금 오래된 논쟁에 불을 붙였다. ‘파인애플을 피자에 올려도 되는가?’ 이는 이탈리아를 반으로 갈라놓는 수준의 논란이라고 한다. 이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떠오른 것은 ‘농담이 아니라 정말 이탈리아에는 파인애플 피자가 없었단 말이야? 피자 프랜차이즈도 없나?’였다. 물론 피자헛도 도미노 피자도 인기가 조금 떨어질 뿐 이탈리아에서 영업 중이다. 파인애플 피자도 소수이지만 파는 곳은 있다.
파인애플 피자는 흔히 하와이안 피자라 부르지만 사실 샘 파노풀로스라는 그리스계 이민자가 캐나다에서 처음 만들었다. 호불호가 뚜렷하게 갈리는 음식으로, 주기적으로 나오는 해외 설문 조사에 따르면 찬성파가 간신히 절반을 넘기는 수준이다. 따뜻하고 짭짤한 식사 메뉴에 과일이 올라가는 것을 낯설게 여기는 것은 어느 나라나 비슷한 탓이다.
하지만 소금을 뿌린 솔티 캐러멜처럼 ‘단짠’의 매력이 돋보이기 시작한 지금, 돼지고기 햄과 파인애플의 조합은 사실 전혀 어색한 것이 아니다. 생각해보자. 배달 중식 집의 탕수육 소스를 보면 통조림 파인애플이 동동 떠 있다. 멀리 갈 것 없이 우리나라에서도 불고깃감을 절일 때면 배, 사과, 키위, 그리고 파인애플을 갈아 넣는다. 단맛과 더불어 연육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파인애플은 우리 간장, 고추장과 캐러멜향, 향신료향, 치즈향과 풍미를 공유한다. 된장이 발효되며 생성되는 에스테르는 파인애플 등 과일향을 이루는 핵심 요소다. 즉 화학적으로 맛과 향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궁합이 좋은 식재료라는 뜻이다.
맛있게 먹으려면 풍미는 약하고 당도만 높은 통조림 파인애플보다 신맛·단맛·향미를 모두 갖춘 신선한 파인애플을 쓰는 게 좋다. 파인애플과 돼지고기의 ‘단짠’ 궁합을 느껴보려면 잘 숙성된 파르마산 프로슈토(이탈리아 햄)에 파인애플 한 조각을 싸서 화이트 와인에 곁들여보자. 앞서거니 뒤서거니 교차하는 풍미의 조화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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