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훈의 엑스레이] [2] 달라진 건 탕후루뿐이다

김도훈 문화칼럼니스트 2024. 1. 10.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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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Midjourney

오늘도 슬픈 밈(Meme)을 봤다. 리처드 도킨스가 ‘이기적인 유전자’에서 처음 쓴 용어 ‘밈’은 ‘인간 유전자처럼 자기 복제적 특징을 지니며 대를 이어 전해지는 정신적 사유’를 의미한다. 더 협소하고 방만하게 설명하자면 ‘밈’은 ‘짤’이다. 오늘도 당신이 소셜미디어나 단톡방에서 본 바로 그 정치 짤방 말이다.

나를 슬프게 만든 밈은 1985년 영화 ’백 투 더 퓨처’ 사진이다. 거기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백 투 더 퓨처’ 무대가 오늘이라면 주인공 마티는 1994년으로 갈 것이다”. 잠시 멍해졌다. 겨우 1994년이라고? 1974년이 아니라? 그렇다. 영화 속 시간 차는 30년이다. 마티는 타임머신을 타고 1985년에서 1955년으로 이동한다. 두 시대는 다르다. 옷차림도 노래도 사고방식도 지나칠 정도로 다르다. ‘백 투 더 퓨쳐’는 30년 세월이 얼마나 다른지를 기반으로 웃음을 자아내는 코미디다.

2024년 마티가 1994년으로 간다면? 재미있는 영화가 나올 리 없다. 1985년과 1955년의 차이만큼 차이가 압도적으로 크게 느껴지지는 않는 탓이다. 가만 생각해 보시라. 그 시절과 지금의 삶은 겉보기로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2024년 옷을 입고 1994년 거리에 나가더라도 누구도 의식하지 않을 것이다. 마리테 프랑수아 저버도 돌아왔고 리(Lee)도 돌아왔다. 서태지가 광고하던 티피코시도 다시 론칭할 예정이란다. 30년 동안 혁명적으로 달라진 건 당신 손에 쥐여진 스마트폰과 탕후루뿐이다.

혹시 우리는 멈춰버린 시대에 지나치게 오래 살고 있는 걸까? 20세기는 10년마다 유행이 바뀌었다. 어떤 영화를 보더라도 옷차림과 음악만으로 시대를 예감할 수 있었다. 그런 시대는 저물었다. 마티는 척 베리의 ‘Johnny B. Goode’를 연주한 다음 처음 들어보는 로큰롤에 당황하는 1950년대 사람들을 향해 말한다. “노래가 너무 파격적이었죠. 자녀들은 좋아할 거예요”. 지금 나는 1994년 사람들이 충격적으로 당황할 법한 2024년의 노래를 떠올리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떠오르는 독자 여러분은 댓글 부탁드린다. 뉴진스는 아니다. 그만큼 예쁜 것은 언제나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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