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심도공사 지역업체 6.7%뿐…수주 실패로 법정관리까지
- 만덕~센텀 대심도 하도급 입찰
- 지역사 활용 약속 해놓고 배제
- 市 조례는 ‘70% 이상 참여’ 명시- 매년 1조7000억 자금 역외 유출
- 원가 상승 따른 자금난 ‘악순환’
- 관급공사비 물가연동제 필요성
- 설계단계부터 분할발주 추진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건설 경기가 침체일로를 겪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이 쏟아지면서 부산지역 건설업체도 위기를 맞고 있다. 특히 대형건설사와 중견건설사에 비해 자금력이 약한 중소건설사의 고통이 어느 해보다 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 때문에 지역 중소건설사들은 지역에서 진행되는 관급·민간 대형공사의 하도급 비율을 높일 수 있도록 부산시가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대형SOC 지역업체는 빈손
9일 국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부산의 중소건설업체인 A사는 코로나와 고금리 여파로 자금난을 겪다 결국 지난해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A사 대표는 “우리 회사가 경영난을 겪게 된 것은 대기업이 진행하는 대형공사 수주에 실패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공사 직전에는 건설사 대표이사가 지역업체 참여를 약속했는데도 결과적으로 8000억 원에 달하는 공사에 대다수의 지역업체는 제대로 참여할 기회도 얻지 못하고 먼산만 쳐다보는 꼴이 됐다”고 말했다.
2020년 9월 만덕~센텀 도시고속화도로(대심도) 1공구 사업을 맡은 롯데건설 컨소시엄은 만덕동에서 만덕2터널 중간까지 1구간(1.9㎞)에 대한 하도급 입찰을 진행했다. 입찰에는 A사를 포함해 지역업체 4곳 등 9개 업체가 참가했는데 결국 서울업체가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최저가 입찰이 결과를 좌우하는 만큼 자본력이 있는 서울 업체가 초저가 수주에 나서면 지역업체가 대항하기 힘들다는 업계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2구간을 맡은 GS건설은 아예 일부 공사는 하도급을 주지 않고 본사에서 직원 70명이 내려와 직영을 하기도 했다.
당시 부산전문건설협회와 부산시는 롯데건설과 GS건설에 만덕~센텀 대심도 민자사업에 지역 건설사의 참여를 보장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수차례 발송했다. 오거돈 전 시장과 서병수 전 시장도 공개 석상에서 지역업체 참여 공식화 발언까지 해 양사는 지역업체 참여를 약속했다. 이들 업체는 “향후 인력·장비 공급 등은 지역업체를 주로 활용하겠다”는 등의 말로 지역업체의 목소리를 무마했다. 그러나 부산시와 부산전문건설협회가 합동으로 만덕~센텀 대심도 현장의 실태를 조사한 결과 부산 전문건설업체의 하도급 참여율은 6.7%에 불과했다.
부산전문건설협회 한종석 사무처장은 “부산시의 ‘지역건설산업 활성화 촉진에 관한 조례’에는 70% 이상 지역업체가 참여하도록 명시돼 있지만 현실은 지역의 각종 민자사업을 비롯해 대형건설공사의 절반 이상을 수도권 사업자가 하도급을 받고 있다. 매년 1조7000여억 원의 자금이 서울 등 타 시·도로 역외 유출되는 심각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부산전문건설협회가 2022년 실적 신고를 바탕으로 부산지역 공공·민간공사의 하도급 참여 비율을 조사한 결과 총 3조4404억 원 중 부산 업체가 하도급을 받은 공사는 1조6788억 원(48.80%) 규모로 타 지역업체 1조7616억 원(51.20%) 보다 적었다.
▮관급공사 물가 연동 필요
지역 건설업체는 민간참여 공공주택사업에서도 물가상승 반영을 통해 지역업체 부담을 덜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우크라이나 전쟁 등 국제정세와 고금리 여파로 자재·연료 가격이 급등하면서 주요 건설 원자재 가격도 뛰었기 때문이다.
한국건설연구원의 지난해 11월 건설공사비지수 동향을 보면 건설공사에 투입되는 재료 노무 장비 같은 자원의 직접 공사비 가격 변동을 보여주는 지표인 공사비 지수가 153.37로 집계됐다. 2020년 11월 120.2이던 지수는 2021년 11월 138.62, 2022년 11월 148.84, 지난해 11월 153.37로 3년 사이 무려 30%가 상승했다. 인건비도 올랐다. 대한건설협회의 ‘2023년 건설업 임금실태 조사’를 보면 지난해 하반기 건설업 임금은 일 평균 26만5516원으로 상반기보다 3.95% 올랐다. 시멘트 가격은 전달에 비해 2.57% 크게 올랐고, 난방용 전기기기나 철선 제품도 각각 0.14%, 0.12% 오른 것으로 파악됐다. 이러한 원가 상승은 아파트 고분양가에 따른 시장 침체라는 악순환으로 연결되면서 건설사들은 올해도 높은 공사비로 사업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부산건설협회는 지난해 부산도시공사가 시행한 민간참여 공공주택사업의 경우 재정사업이 아니라는 이유로 계약법령에서 정한 물가변동에 따른 공사금액 조정을 배제해 물가 급등의 피해가 고스란히 지역 건설사에 전가돼 업계의 불만이 팽배하다는 입장을 부산시에 전달했다. 협회 김태하 사무처장은 “공사원가 상승으로 인해 자금난이 지속되면 지역 중소업체의 줄도산은 당연한 수순이다. 이는 시공사의 피해를 넘어 지역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물가변동에 따른 사업비 증액 협의가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부산시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협회는 또 대형공사의 지역건설업체 참여 확대를 위해 2000억 원 이상의 대형공사는 자금력이 부족한 지역업체의 실정을 반영해 분할 발주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김 처장은 “부산시에서 발주 예정인 대형공사는 설계단계부터 다수의 공구로 분할 발주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 또 100억 원 미만 공사는 지역제한 경쟁입찰을 통해 지역업체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자체가 발주하는 10억 원 미만의 소규모 복합공사는 건설공사를 직접 시행하는 지역 전문건설업체가 직접 도급받을 수 있도록 발주기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Copyright © 국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