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대설주의보
해마다 이맘때면 눈도 참 많이 내렸다. 그럴 때마다 굴뚝새들이 소스라치며 창공으로 날아오르곤 했다. 강원도 두메산골이 고향인 필자의 기억을 소환하면 그랬다.
동구 밖에선 개구쟁이들이 미끄러지면서 엉덩방아를 찧곤 했다. 그래도 마냥 즐거웠다. 소년들의 웃음이 포말처럼 하얗게 눈길에 쏟아지곤 했다.
어른들에게는 눈이 달갑지 않았다. 곳간에서 싸리비를 들고 골목길로 나와 허리를 숙인 채 연신 쓸었다. 그러면서 하늘을 올려다보곤 했다. 계절이 야속했을까. 그렇게 계절은 깊어갔다.
정부가 많은 눈이 내릴 것으로 보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대설주의보도 예고됐다. 대설주의보는 24시간 동안의 신적설(新積雪)이 5㎝ 이상 예상될 때 발령된다. 대설주의보 외에도 더 많은 강설량이 예상되면 대설경보가 발효된다. 대설경보는 24시간 동안의 신적설이 20㎝ 이상 내릴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에 발효된다. 신적설은 특정 기간에 새롭게 내려 쌓인 눈의 깊이를 뜻한다. 적설은 기간에 상관없이 관측 시 실제 땅에 쌓여 있는 눈의 깊이다.
10일까지 중부지역을 중심으로 많은 양의 눈이 내릴 것으로 보인다. 당국은 도로 살얼음 및 빙판길로 인해 교통사고와 보행자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결빙 취약구간 등에 제설제를 미리 살포하라고 당부하고 나섰다. 이와 함께 조립식 주택, 비닐하우스, 축사 등 적설 취약시설과 다중이용 공연장, 체육시설 등의 안전을 점검하고 지붕 제설 홍보를 강화하라고 강조했다.
불현듯 최승호 시인이 지난 1983년 발표한 같은 제목의 작품이 생각난다. ‘길 잃고 굶주리는 산짐승 있을 듯/논더미의 무게로 소나무 가지들이 부러질듯/다투어 몰려오는 힘찬 눈보라의 군단/떼죽나무와 때 끓이는 외딴집 굴뚝에/해일처럼 굽이치는 백색의 산과 골짜기에/눈보라가 내리는 백색의 계엄령.’ 많이 내리는 눈을 계엄령에 빗댄 은유가 새삼스럽다.
허행윤 기자 heohy@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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