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학 무전공 입학, 기초학문 외면 등 부작용 최소화해야

경기일보 2024. 1. 10.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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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국립대와 수도권 사립대에서 ‘무전공 입학’을 대폭 확대한다. 교육부가 내년도 대학 입시부터 전공 구분 없이 신입생을 뽑은 뒤 2학년 때 전공을 선택하는 정책을 추진한 데 따른 것이다.

교육부는 내년에는 입학 정원의 20% 이상, 2026년에는 25% 이상 무전공 입학생을 선발하게 한다는 계획이다. 대학혁신지원사업비 명목으로 인센티브(약 4천426억원)도 준다. 대학별로 76억원에서 155억원의 국고 지원을 한다니 외면하기 어렵다.

이에 주요 대학이 무전공 입학 도입을 서두르는 등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서울대는 내년 입학 정원의 11%가 넘는 400명 규모의 학부대학 출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한양대는 정원 250명의 ‘한양인터칼리지’를 신설한다. 경기도내 대학도 무전공 입학 신설 및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09~2011년 자유전공학부를 운영했던 아주대, 10여년 전 자유전공제를 폐지한 성균관대도 다시 자유전공 입학생 선발을 논의 중이다. 올해부터 학부내 전공선택 자율화를 도입한 경기대도 무전공 입학을 추진하고 있다.

학생들이 본인 적성과 무관하게 성적에 맞춰 전공을 선택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전공없이 입학해 일종의 숙려기간을 거치며 다양한 경험을 통해 전공을 선택하는 게 바람직하다. 학과 칸막이를 허물어 미래 사회에 필요한 융합형 인재를 양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부정적인 면도 있다. 취업이 잘되는 인기 학과로의 쏠림 현상이 심해질 것이다. ‘문사철’ 등 인문학이나 기초과학 등 취업이 어려운 학과는 폐과 위기로 내몰릴 수 있다. 그러잖아도 인문계열 학과의 폐과·통폐합으로 많이 쪼그라든 상태다. 비인기 학과의 경쟁력을 높이고, 기초학문을 보호하기 위한 방안을 찾아야 한다. 무전공 입학 학생들의 커리큘럼 운영도 시간을 두고 고민해야 한다.

무전공 입학 도입을 교육부가 서둘러 시행하는 것에 곳곳에서 우려를 표한다. 무전공 선발은 2009학년도 대입에서 자유전공이라는 이름으로 도입했다가 2010년대 중반 이후 선발 인원수를 줄이거나 모집을 중단한 사례가 있다. 취업에 유리한 전공으로 학생들이 쏠리고, 해당 전공의 교수와 실험실 등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아 성적순으로 전공 선택을 제한했다.

준비 없는 시행이 또 실패를 부를 수 있다. 체계적인 교육과정과 교육 인프라 확충이 우선돼야 한다. 교육부가 인센티브를 내세워 대학을 줄 세우려 한다거나, 등을 떠미는 형식으로 무전공 입학을 추진해선 안 된다. 대학들과 충분한 논의를 거친 뒤 예상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운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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