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사 이래 최대 위기 엔씨소프트… ‘가족경영’ 해체
엔씨소프트가 가족경영 체제를 정리하고 대대적인 조직 개편에 나섰다. 김택진 대표의 배우자인 윤송이 사장, 동생인 김택헌 수석부사장이 각각 C레벨(최고위 임원)직을 내려놨다. 주가와 실적에서 고전하고 있는 엔씨소프트는 작년 말부터 경영 효율화를 위한 조직을 신설하는 등 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10년 넘게 이어온 가족경영 체제까지 끝내면서 강도 높은 쇄신을 하겠다는 것이다.
엔씨소프트는 8일 최고사업책임자(CBO) 3인을 중심으로 개발·사업 조직을 개편하고, 최고경영자(CEO) 중심의 컨트롤 타워 기능을 강화하는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CBO 3인으로는 ‘리니지’ IP(지적 재산권)를 담당하는 이성구 부사장, ‘아이온2’ 개발을 총괄하는 백승욱 상무, ‘쓰론 앤 리버티(TL)’ 등 신규 IP를 관리하는 최문영 전무가 임명됐다.
윤송이 사장과 김택헌 부사장은 경영 전면에서 물러났다. 윤 사장은 최고전략책임자(CSO), 김 부사장은 최고퍼블리싱책임자(CPO)직을 사임했다. 윤 사장은 북미와 유럽 조직을 총괄하는 엔씨웨스트 대표, 김 부사장은 엔씨재팬·엔씨타이완의 대표직은 유지한다. 해외 사업에만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윤 사장과 김 부사장은 각각 2008년, 2013년부터 최고위 임원직을 맡았다. 앞서 지난달 창사 이래 처음으로 공동대표 체제를 도입하고 박병무 VIG파트너스 대표를 영입한 데 이어 경영진에 대대적인 변화를 준 것이다. 엔씨소프트는 이와 함께 지난달 금융 신사업 조직인 ‘금융비즈센터’를 해체했고, 이달에는 자회사 엔트리브 법인을 정리하기로 하는 등 대규모 구조조정도 진행하고 있다.
엔씨소프트가 오랜 기간 유지해온 가족경영 체제를 마무리한 것은 지금이 창사 이래 최대 위기라는 안팎의 인식 때문이다. 2021년 2월 최고 104만8000원까지 올랐던 엔씨소프트 주가는 잇따른 신작 부진으로 1년 만에 54만원으로 내려앉았다. 이후 ‘리니지’ 위주의 사업 모델에 한계가 왔다는 평가와 함께 주가는 계속 하락했다. 9일 기준 엔씨소프트 주가는 22만4000원으로 마감해, 고점의 20% 수준에 그친다. 작년 3분기 영업이익도 165억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90% 가까이 쪼그라들었다.
특히 주주와 회사 내부에서는 창업주 일가가 맡은 사업이 잇따라 적자를 내면서 가족경영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윤 사장이 이끄는 엔씨웨스트는 2015년 22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뒤 2020년까지 6년 연속 적자를 냈다. 2021년 영업이익 244억원을 내면서 흑자로 전환했지만, 2022년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김 부사장 역시 사업 다각화를 시도하겠다며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담당하는 자회사 클렙의 대표를 맡았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김 부사장은 2022년 말 대표직에서 내려왔고, 엔씨소프트는 작년 초 클렙 지분을 전량 매각했다. 이 같은 실패에도 2022년 엔씨소프트는 김 부사장에게 약 57억원의 보수를 지급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주가와 실적 모두 부진한 상황에서, 비판받는 가족경영 문제를 털고 가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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