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겨울 지나간다… 삼성전자, 3분기 연속 실적 반등

이해인 기자 2024. 1. 1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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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잠정 영업이익 6조5000억… 15년만의 최저지만 바닥 다져
그래픽=양진경

삼성전자가 반도체 불황의 여파로 지난해 15년 만에 10조원 이하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 위기를 겪은 2008년(6조319억원) 이후 처음이다. 다만 반도체 업황이 개선되고 있고, 메모리 반도체 감산 효과도 나타나고 있어 올해 큰 폭의 실적 개선이 이뤄질 전망이다.

그래픽=양진경

9일 삼성전자는 매출 258조1600억원, 영업이익 6조5400억원의 지난해 잠정 실적을 발표했다. 전년 동기 매출(302조2300억원)과 영업이익(43조3800억원) 대비 각각 14.58%, 84.92% 감소한 수치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수요 회복이 더딘 가운데 디스플레이 사업부와 가전 사업부 또한 시장 경쟁 심화와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지속으로 타격을 입은 것이 실적 부진에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반면 지난 9월 출시한 폴더블(접는)폰인 갤럭시Z폴드·플립5를 비롯한 스마트폰 사업에서 비교적 양호한 실적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반도체 불황 못 피해

작년 삼성전자가 부진한 실적을 기록한 데엔 반도체 시장 불황이 결정적이었다. 삼성전자는 잠정 실적에서 사업 부문별 실적을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증권가에선 반도체 부문(DS)에서만 14조원 안팎의 대규모 적자를 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인플레이션과 글로벌 경기 불황으로 가전이나 전자 기기 수요가 감소하면서 삼성전자의 주력인 메모리 반도체가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파운드리(위탁 생산) 가동률이 낮아 실적 부진이 지속된 것으로 다”며 “메모리와 시스템 반도체 모두 수요가 얼어붙었고 고객사들도 재고 조정을 위해 주문량을 줄였다”고 했다.

그래픽=양진경

극심한 반도체 불황에 반도체 적자가 확대되자 삼성전자는 지난해 4월 메모리 반도체 생산량을 줄이는 초강수까지 뒀다. 세계 1위 메모리 기업인 삼성이 공식적으로 감산을 선언한 건 25년 만이다. 메모리 반도체가 수요 절벽에 시달리는 가운데 과잉 공급이 지속되면 가격이 끝없이 떨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에 결단을 내린 것이다. 실제로 당시 D램 가격은 1년 새 40%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였다. 삼성전자에 앞서 2·3위 업체인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도 일제히 감산에 돌입했다.

감산 발표 당시 “시장점유율을 걸고 하는 도박”이란 비판도 있었지만, 효과는 지난 4분기부터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은 67조원, 영업이익은 2조8000억원이다. 작년 1분기 6400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이 2분기 6700억원, 3분기 2조 4300억원으로 점차 늘어나면서 세 분기 연속 실적이 개선됐다.

◇올라설 일만 남았다… 실적 개선 전망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은 올해 상반기 흑자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 감산 효과 덕분에 4분기부터 메모리 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 제품 ‘DDR4′의 평균 고정 거래 가격은 지난 10월 27개월 만에 반등한 데 이어 3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도 이날 CES 2024가 열리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기자 간담회를 갖고 D램의 1분기 감산 완화 검토를 시사하며 긍정적인 시장 전망을 내놨다. 곽 사장은 “D램은 최근 시황이 개선될 조짐이 보여 수요가 많은 제품들은 최대한 생산하는 것으로 계획을 조정할 것”이라며 “낸드 또한 시황 개선 속도가 느리지만 이제 최악의 상황을 벗어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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