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일본 철도역사의 색다른 변신들
세계적으로 촘촘하기로 유명한 일본의 지하철역과 전철역들의 변신이 이채롭다.
일본의 수도 도쿄의 경우 시내를 걷다 보면 거의 5분에서 10분 사이에 한 곳 이상의 전철역이나 지하철역사를 만나게 되는데 전통적으로 역사 주변과 내부에는 주로 식품이나 액세서리 등 소매점이 즐비하고 구석구석 벽면을 중심으로 코인로커가 쭉 설치돼 있다.
그런데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역사 내부에 공중전화박스 같은 모양의 박스가 곳곳에 설치된 모습이 자주 보이기 시작했다.
이 박스들의 정체는 다름아닌 '스테이션부스'로 개인들이 유료로 사용하는 일종의 워크박스다. 이 박스들은 2019년 8월부터 JR동일본이 역사공간 활용혁신을 위한 실증실험 차원에서 진행한 프로젝트 중 하나로 도쿄의 4개 역사부터 설치돼 지금까지 전국 약 900개 역사로 확장됐다. 메인유저는 대부분 급하게 화상회의를 한다거나 문서작성이나 e메일 전송 또는 업무상 통화 등을 조용한 장소에서 하길 원하는 비즈니스맨이지만 온라인 영어회화 레슨이나 간단한 유튜브 영상을 전송하는 스튜디오, 메이크업룸 등 활용방법도 다양하다. 기본은 1인용 박스지만 최근에는 2명, 4명용 부스도 늘렸고 금융·보험상품 상담, 학부모와 아이가 같이하는 숙제, 가정교사와 학생, 운세, 보드게임 등 다양한 용도로 즐긴다. 코로나19가 마무리된 이후 거의 모든 회사원이 사무실에 출근하기 시작하면서 이용자가 더 늘었는데 코로나19 시기에 자리잡은 화상회의 문화가 아직 남아 있고 투잡, 스리잡이 사회 전반적으로 자리잡은 일본 직장인들이 시간을 쪼개가면서 돈을 벌기에 매우 적합한 시스템이라 인기가 높다는 분석도 있다.
대부분 부스는 오전 7시부터 밤 9시30분까지 이용할 수 있는데 1인용 부스 이용요금은 세금 포함 275엔(약 2500원)으로 15분 단위로 쓸 수 있다.
이런 역내 사업은 의료분야로도 확대됐다. 역사, 심지어는 승강장에 '클리닉'을 개설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 사업 또한 JR동일본이 추진하는데 현재 도쿄·아사가야역 역사와 니시코쿠분지역의 승강장 내까지 총 3곳에 '병원박스'를 설치하고 의료영업을 한다. 시내 중심지역이라 20대에서 50대까지 다양한 환자가 이용 중이며 초창기 니시코쿠분지역의 진료소가 호조를 보인 덕분에 지난달 도쿄역과 아사가야역에도 개원했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 사람 외에 예방접종이나 건강진단에도 이용된다. 역사 안에 33㎡(10평) 정도 크기의 박스 구조로 대면진료는 기본적으로 내과지만 비대면 온라인진료로 이비인후과, 산부인과, 피부과 등 다양한 의학과목을 진찰받을 수 있는 클리닉 코너도 마련했다.
일요일이나 연말연시에도 영업하며 올 1월 우에노역에 개원 예정인 클리닉에는 조제약국을 설치하고 역 로커에서 원하는 시간에 약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도 시작한다.
이밖에 2017년에 등장해 지금까지 전국 공공장소에 약 600대가 설치되면서 사회적으로 큰 관심을 받기 시작한 개인 수유박스인 '마마로'가 교토역을 포함한 인근 5개 역에 시범적으로 설치돼 몇 달 새 200회 이상 이용해 예상을 훨씬 웃돌았고 지금도 추가 설치 중이라고 한다. 프라이버시가 확실하고 아이와 엄마가 쾌적하게 이용할 수 있는 역내 시설 하나가 저출산 예방을 돕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또한 20분 정도 눕지 않고 서서 잠을 잘 수 있는 최첨단 수면박스인 '지라프냅'(Giraffenap)도 철도역사에 설치할 계획이 있다고 하니 24시간이 모자라는 일본 직장인들에게는 색다른 희소식일 수도 있겠다.
세계에서 가장 바쁜 나라로 엎치락뒤치락해온 한국과 일본 직장인들. 아직 확실하게 우열을 가릴 수는 없겠지만 일분일초를 낭비하고 싶지 않기에 변신하는 일본의 전철과 지하철 역사의 모습을 보면 현재 순위는 알 수 있을 것 같다.
김인권 J트렌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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