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새 2번 바뀐 롯데온 수장들...박익진 대표는 다를까 [TF초점]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 5% 안팎
롯데온 "상품 전문성 확보 등 수익성 개선 방점"
[더팩트|이중삼 기자] 박익진은 롯데온(롯데쇼핑 e커머스사업부)의 '구원투수'가 될 것인가. 아니면 '패전투수'가 될 것인가. 지난해 말 롯데그룹 '2024 정기 임원인사'에서 새롭게 대표이사 자리에 오른 박 대표이사를 둘러싼 업계 시선이다. 지난 2020년 4월 공식 출범한 롯데온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야심작이지만 이커머스 업계에서 영향력을 보여주지 못했고 이는 실적 악화로 연결되며 잦은 대표이사 교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일각에서는 박 대표 역시 성과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물러난 전 대표들과 같은 길을 걸을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롯데온 대표 자리는 '파란만장'(여러 가지 곡절과 시련이 많고 변화가 심함)으로 요약된다. 지난 2020년 출범 이후 벌써 두 번의 대표이사 교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통상 임기 연장이 이뤄지는 롯데쇼핑이지만, 유독 롯데온 대표 자리는 그렇지 못했다. 일례로 김상현 롯데쇼핑 대표이사 부회장과 정준호 백화점사업부 사장의 경우 실적이 저조했지만 신 회장이 다시 기회를 줘 살아남았다.
롯데온 대표가 계속 교체된 핵심 이유는 저조한 실적이 꼽힌다. <더팩트> 취재진이 롯데온의 3년간 실적을 분석한 결과 수익성 흑자 전환을 이뤄내지 못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온 영업손실은 △950억 원(2020년) △1560억 원(2021년) △1560억 원(2022년)을 기록했다.
지난해부터 실적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지만 여전히 영업이익 흑자전환에는 실패했다. 지난해 1분기 영업손실은 200억 원으로 전년 동기(450억 원) 대비 250억 원 개선했다. 2분기 영업손실은 전년 같은 기간(490억 원) 보다 280억 원 회복한 210억 원이다. 3분기 영업손실의 경우 230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380억 원) 보다 적자폭을 150억 원 줄였다.
전문가들은 롯데온 경영 부진 이유를 △이커머스 부적응 △치열한 이커머스 시장 경쟁 환경 △온·오프라인 시장의 차이 △물류와 배송 체제 문제 등 4가지로 정리했다. 김종갑 재능대 유통물류과 교수는 "롯데온은 지속해서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영업손실을 줄여나가고 있지만, 아직까지 이커머스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지 못했다"며 "특히 오프라인 백화점과 롯데쇼핑 강점이 온라인 체제에서는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롯데온은 이미 굳혀진 3강(쿠팡·네이버·신세계)과의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장을 선점당한 상황에서 파격적인 개혁 드라이브가 필요하다"며 "물류·배송 관련 비효율성도 문제가 되고 있다. 이를 위한 과감한 개혁과 투자가 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 조영제→나영호→박익진 롯데온 대표 교체
적자 행보를 이어가는 롯데온을 두고 롯데그룹은 잇따라 대표를 갈아치웠다. 먼저 롯데온을 진두지휘한 조영제 전 롯데쇼핑 e커머스사업부장(전무)이 사업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롯데온 출시 1년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당시 롯데그룹은 "건강이 악화되는 등 일신상의 이유로 사임 의사를 회사에 밝혔다"며 "롯데는 조직 분위기를 쇄신하고 롯데온을 정상화 궤도로 올릴 수 있는 외부 전문가를 곧 영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룹에서는 사임 이유에 대해 건강상 이유를 들었지만, 실적 부진이 가장 큰 원인이 됐을 것이라는 게 지배적이다.
조 전 대표가 물러난 뒤 그룹은 '구원투구'로 나영호 전 이베이코리아 전략기획본부장을 신임 대표로 선임했다. 그러나 나 전 대표도 재신임을 얻지 못하며 임기 연장에 실패했다. 지난해 정기 임원인사에서 나 대표는 롯데쇼핑 계열사 중 연임하지 못한 유일한 대표가 됐다.
롯데온 대표 자리에만 앉으면 단명을 면치 못하는 가운데 그룹은 박익진 어피니티 에쿼티 파트너스 글로벌 오퍼레이션그룹 총괄헤드를 롯데온 대표로 불러들였다. 1968년생인 박 대표는 서울대학교 물리학과와 미국 MIT 물리학과를 나와 한국시티은행 카드사업본부 CFO(최고 재무 관리자), 현대카드 캐피탈 전략 담당 전무, ING 생명 마케팅 본부장, MBK 롯데카드 마케팅 디지털 부사장을 지냈다.
그룹은 선임 이유에 대해 "박 대표는 마케팅과 상품, 신사업 등 다방면의 컨설팅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며 "롯데온의 턴어라운드와 오카도 시스템과의 시너지 효과 창출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 재무적 리스크보단 사업 방향성 고민해야
그룹의 기대와 달리 전문가들은 박 대표의 이커머스 관련 경영 능력에 물음표를 찍었다. '금융·재무' 전문가로 손꼽히는 인물로 실적 안정화는 꾀할 수 있겠지만, 시장 점유율 확보 등 경쟁사와 대결에서 독보적인 역량을 보여줄지는 미지수라는 이유에서다. 실제 롯데온은 이커머스 업계 시장 점유율은 5% 안팎으로 추정된다. 쿠팡·네이버·SSG닷컴이 자리를 공고히 하고 있고 11번가 등 넘어야 할 경쟁사가 많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현재 롯데온이 처한 상황은 재무적인 상황보다는 사업을 어떤 방향성을 갖고 추진할지, 자세하게 온·오프라인이라는 사업단위를 어떻게 끌고 나갈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며 "전반적인 사업 포트폴리오를 조정할 수 있는 '전략통'이 '재무통'보다 더 나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김종갑 교수는 "롯데온이 직면한 경영 상황은 박 대표 개인 능력뿐만 아니라, 시장 환경과 경쟁 상황 등 여러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박 대표 리더십이 롯데온 성공으로 직결될지는 불확실하다. 특히 이커머스 시장은 매우 독특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분야다. 박 대표는 롯데온 성공을 위해 이커머스 시장에 대한 학습 능력과 기존의 경험을 효과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롯데온 관계자는 "2021년부터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변화하겠다는 목표 아래 뷰티, 명품, 패션, 키즈 버티컬을 잇따라 선보였다"며 "각 버티컬에서는 상품 전문성을 기반으로 믿을 수 있는 상품을 고객에게 제안하며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2022년 3분기부터 5분기 연속 적자 폭을 줄이며 롯데온 수익성도 개선 중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뷰티 버티컬 온앤더뷰티는 오픈 1년이 지난 후에도 매월 전년 대비 20% 넘는 신장률을 유지하고 있다"며 "명품 버티컬 온앤더럭셔리도 전년 대비 약 2배 매출이 신장했다. 온앤더팬션 경우 '온라인 성수동'을 목표로 2030세대 수요 잡기에 나서고 있다. 특히 지난해 5월 선보인 키즈 버티컬 온앤더키즈는 관련 매출이 전년보다 두 자릿수 신장을 기록했다"고 했다.
j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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