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폭증하는 초격차 기술 도둑… 높은 ‘法의 담장’ 없인 못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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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한국의 반도체 기술을 해외로 빼돌리다 적발된 건수가 13건으로 역대 최다였다고 한다.
수출의 20%가량을 차지하는 핵심 산업의 첨단기술을 탈취하려는 시도가 그만큼 많아졌다는 뜻이다.
디스플레이 등 기존에 우리 경제를 이끌던 주력산업들은 이미 핵심 기술, 인력이 중국으로 빠져나가면서 초격차 경쟁력과 기술 주도권을 상실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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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1건꼴이던 반도체 기술의 해외 유출은 2019∼2021년 연간 3∼6건으로 늘더니 재작년엔 9건, 작년에는 13건까지 증가했다. 작년까지 6년간 적발건수 96건 중 반도체가 38건으로 가장 많았고 디스플레이, 자동차, 2차전지 등 다른 산업의 유출 사례도 늘고 있다. 삼성전자의 전 부장급이 중국기업으로 이직하면서 18나노 D램 공정 정보를 넘긴 것이나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전 직원이 한국형 잠수함 설계도면을 대만에 통째로 넘긴 건 해당 기업에 피해를 줄 뿐 아니라 국가안보까지 심각하게 위협한다.
현행 산업기술보호법은 국외로 기술을 유출한 자는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억 원 이하의 벌금’, 국가 핵심 기술을 빼낼 경우에는 ‘3년 이상의 징역’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대법원의 양형 기준은 최고형보다 현저히 낮은 징역 1∼6년에 불과하고, 그마저도 집행유예로 결론 나는 경우가 많다. 심대한 피해를 유발한 중대범죄의 처벌수위로는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이런 점 때문에 국회는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을 논의 중이다. 산업스파이에게 최대 65억 원의 벌금을 물리고, 배상 한도도 손해액의 3배에서 5배로 높이는 내용이 포함됐다. 하지만 산업스파이를 간첩죄에 준하는 범죄로 보고 7년 이상 징역형을 부과하는 방안은 논란 끝에 제외했다. 게다가 제보 없이 적발이 힘든 산업스파이 범죄의 특성을 고려해 제보자를 면책해주기로 한 항목을 놓고 여야가 대립하면서 개정안 통과 여부마저 불투명한 상황이다.
디스플레이 등 기존에 우리 경제를 이끌던 주력산업들은 이미 핵심 기술, 인력이 중국으로 빠져나가면서 초격차 경쟁력과 기술 주도권을 상실한 바 있다. 최근 발생하는 핵심 기술 유출에 따른 피해 규모는 건당 수조 원 단위로 폭증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이 기술유출을 막기 위해 법과 제도의 높은 장벽을 세우는 사이, 한국 기업들은 법원과 국회의 굼뜬 대처로 막대한 투자를 해 개발한 첨단 기술을 뻔히 눈 뜬 채 도둑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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