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의눈] 차세대 오너, 혁신경영 펼칠 때

김기환 2024. 1. 9.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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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산업 등 전 영역으로 확대
2∼3세대 오너 리더십 시험대
1세대가 다져놓은 세계화 발판
혁신적 경영으로 확장시켜라

해현경장(解弦更張), 용문점액(龍門點額), 승풍파랑(乘風破浪)….

‘푸른 용의 해’ 갑진년 새해를 맞는 경제계 각오가 비상하다.

최고경영자(CEO)와 경제단체장들 신년사에는 ‘위기’ ‘도전’ 같은 키워드가 공통적으로 담겼다.
김기환 산업부장
최태원 SK 회장이 신년사에서 밝힌 ‘해현경장’은 느슨해진 것을 긴장하도록 다시 고치거나 사회·정치적으로 제도를 개혁한다는 뜻이다. 대한상의 회장을 맡고 있는 최 회장은 “2024년은 뭉쳐야 산다는 의지로 어려움을 이겨내야 한다. 기업과 기업 사이, 기업과 노동자 사이, 민간과 정부 사이의 협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내 경제·경영 전문가 90명은 2024년 경제 키워드로 ‘용문점액’을 꼽았다. 잉어가 용문을 오르면 용이 되고, 그러지 못하면 이마에 상처만 얻고 하류로 떠내려간다는 뜻이다. 한국 경제가 새롭게 도약하거나 저성장 늪에 빠질 갈림길에 서 있다는 위기감을 보여준다.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은 간절하게 바라면 이뤄진다는 ‘심상사성(心想事成)을, 윤홍근 제너시스BBQ 그룹 회장은 바람을 타고 물결을 헤쳐 나간다는 ‘승풍파랑’을 신년사에 담았다.

대표적인 경영인들의 신년사에서 드러나듯 올해 경기 전망은 낙관하기 어렵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 회복세가 확대되고 있다지만 고금리·고물가로 쪼그라든 내수 회복은 더딜 수밖에 없다. 국내외 주요 경제연구기관과 증권사들은 새해 한국 경제의 연간 성장률을 평균 2.0로 잡았다. 민간 연구소쪽 전망은 더 비관적이다. LG경영연구원은 올 상반기 1.9, 하반기 1.7 성장하면서 연간 1.8에 머무는 저성장을 예상했다. LG경영연구원의 예측이 맞는다면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1%대 성장을 기록하면서 일본처럼 장기적인 저성장 경제에 진입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는다.

신년 벽두부터 건설업계를 뒤흔든 태영건설발 자금경색 위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해 세계 경제를 덮쳤던 미·중 패권 경쟁으로 인한 공급망 갈등과 글로벌 시장 블록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장기화에 따른 에너지 수급 불안정도 올해 지속될 전망이다. 예멘의 후티 반군이 홍해를 지나는 선박을 공격하면서 국제 유가가 요동치는 등 중동 정세는 새롭게 떠오른 악재다.

이 같은 역대급 위기를 맞아 재계 대응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지난해 대대적인 세대교체가 단행된 탓이다. SK를 비롯해 주요 기업의 노장 CEO들이 2선으로 물러났다. 이들은 1세대 창업 공신들로 대기업들이 국내외 시장에서 발판을 마련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이들이 몇십년간 지주사 및 계열사 대표로 장수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하지만 2∼3세대로 오너십이 교체되는 상황에서 이들 1세대 CEO들이 안전 위주 경영 기조로 혁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제 2∼3세 오너들이 혁신 경영을 펼쳐야 할 때다. 세계 반도체와 자동차 시장을 이끌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대표적이다. 두 회장은 삼성전자와 현대차를 연 매출 300조원에 육박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키웠다. 구광모 LG그룹 회장, 최재원 SK 수석부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등도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확충하는 데 고군분투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들의 실력 발휘가 이제부터라는 기대가 많다. 인공지능(AI) 시대가 지금까지와는 다른 산업, 기술, 노동시장 판도 변화를 몰고올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4’ 키워드는 AI다. AI 기술을 장착하지 않은 제품이 드물 정도로 이미 우리 일상을 파고들었다. 스마트폰이 그랬던 것 이상으로 세상을 바꿔놓을 것이다.

한때 유행처럼 기업 대표들이 CES에 몰려가 신기술 유람을 했지만 지금은 다르다. 기업은 물론 대한민국 미래의 먹거리가 그곳에 있기 때문이다. 2∼3세대 오너들이 창업자들이 보여준 기업가 정신, 도전과 혁신의 리더십을 보여줄 때 위기는 기회로, 투자는 성과로 돌아올 것이다.

김기환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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