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에 가장 가까이 선 ‘카이저’ 하늘로…축구의 전설, 베켄바워 별세

독일 최고의 수비수이자 리베로
한때 미국서 펠레와 같이 뛰기도
선수와 감독으로 ‘월드컵 제패’
뮌헨 회장 등 행정가로도 성공

8일(현지시간) 세상을 떠난 ‘독일 축구 영웅’ 프란츠 베켄바워가 제18회 독일 월드컵 조직위원장을 맡았던 2006년 4월 베를린의 브란덴부르크 문 앞에서 결승전을 위한 황금색 골든볼인 ‘팀 가이스트 베를린’을 선보이고 있다. AP연합뉴스

‘카이저’(황제)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독일 축구의 전설 프란츠 베켄바워가 현지시간으로 8일 별세했다. 향년 78세.

축구계에서 선수와 감독, 행정가로 모두 성공한 보기 드문 케이스였던 그는 가장 완벽했던 ‘축구인’으로 꼽힌다. 그는 바이에른 뮌헨을 명문으로 끌어올린 일등공신이다.

독일 분데스리가는 1963년 출범했는데, 뮌헨은 당시 분데스리가에 들지 못하고 2부 리그에 머물렀다. 베켄바워는 1959년 뮌헨 유스팀에 입단했고, 1965~1966시즌 뮌헨이 분데스리가로 승격함에 따라 1부 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베켄바워와 함께 뮌헨은 분데스리가 최초의 리그 3연패,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의 전신인 유러피언컵 3연패를 달성하며 전성기를 구가했다.

이후 1977년 뉴욕 코스모스(미국)로 이적해 ‘축구 황제’ 펠레와 같이 뛰기도 했던 베켄바워는 1980년 함부르크로 돌아와 1981~1982시즌 다시 한번 분데스리가 정상에 섰다.

프란츠 베켄바워가 1974년 서독 월드컵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위 사진). 1977년 미국 ‘뉴욕 코스모스’에서 함께 뛴 베켄바워, 조르조 키날리아, 펠레(가운데 사진 왼쪽부터). 2005년 내한한 베켄바워(아래 사진 왼쪽)가 ‘차범근 축구교실’에서 당시 차범근 수원 삼성 감독과 모형 월드컵 트로피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AP·EPA연합뉴스

베켄바워가 가장 빛났던 곳은 바로 대표팀이었다. 그는 뮌헨에서 호흡을 맞춘 게르트 뮐러, 제프 마이어 등과 함께 독일 축구 전성시대를 열었다. 1972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1972)에서 독일의 우승을 주도한 베켄바워는 2년 뒤인 1974년 월드컵에서는 대표팀 주장을 맡아 독일을 결승으로 이끌었고, 결승에서 당대 최고의 선수였던 요한 크라위프가 주전인 강호 네덜란드에 2-1로 승리, 서독에 우승을 안겼다.

베켄바워는 데뷔 초 중앙 미드필더로 뛰다 점차 최후방 수비수로 활약했다. 특히 수비 라인보다 한층 더 아래서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하는 리베로라는 개념에 공격적인 역할을 가미하며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베켄바워는 최후방에서 직접 공을 몰고 상대 진영으로 올라가거나, 정확한 롱패스로 찬스를 만드는 등 수비수로서도 경기를 이끌어갔다.

카이저라는 별명이 말해주듯 그는 자신의 축구 실력과 독일 축구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1974년 서독 월드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네덜란드의 크라위프가 대회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되자 지금도 회자되는 “강한 자가 이기는 것이 아니라, 이기는 자가 강한 것이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지도자 경력 또한 화려했다. 베켄바워는 1983년 은퇴를 선언하고 1년 후 마흔이 채 되지 않은 나이에 서독 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했다. 베켄바워는 감독으로도 강한 카리스마를 발휘하며 1986년 멕시코 월드컵 준우승, 유로 1988 3위에 이어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디에고 마라도나의 아르헨티나를 꺾고 우승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선수와 감독으로 월드컵을 우승한 것은 지난 5일 세상을 떠난 브라질의 마리우 자갈루에 이어 베켄바워가 2번째였다.

대표팀 감독에서 물러난 뒤 프랑스 리그1의 마르세유 감독을 맡아 1990~1991시즌 우승을 일군 베켄바워는 다시 친정인 뮌헨 사령탑으로 부임해 1993~1994시즌 분데스리가 우승까지 이뤄냈다. 이후에는 행정가로 변신해 1994년부터 2002년까지 뮌헨 회장, 2002년부터는 명예회장을 지냈다.

베켄바워는 자국에서 열린 2006년 독일 월드컵 유치에 공을 세웠을 뿐 아니라 조직위원장으로 성공적인 개최를 지휘하기도 했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