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 나이키와 ‘27년 동행’ 마침표
20세 프로 전향 때부터 인연
총규모는 6570억원에 달해
1996년 8월, 세계적인 스포츠용품 브랜드 나이키는 갓 프로로 전향한 20세 청년 타이거 우즈(미국)와 4년 4000만달러의 파격적인 후원계약을 맺었다. 우즈가 프로 전향을 선언하는 기자회견에서 세상을 향해 던진 인사말 “헬로 월드(Hello World)”는 이틀 뒤 나이키의 광고 슬로건으로 등장했고, 그때부터 우즈와 나이키의 동반관계는 27년이 넘도록 흔들림 없이 굳건히 이어져왔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와 세계 최고 스포츠용품 브랜드 나이키의 동행이 끝났다. 우즈는 9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27년여 전, 세계 최고의 상징적인 브랜드의 후원을 받으며 출발할 수 있어 행운이었다”며 “(나이키 창업자) 필 나이츠의 열정과 비전이 나이키, 나이키 골프와의 관계를 이끌어왔다. 개인적으로 나이츠에게 감사하고, 나이키 직원들과 함께했던 놀라운 선수들에게도 고마움을 표한다”고 결별을 알렸다. 나이키도 이날 발표를 통해 “타이거 당신은 대회에서뿐 아니라 고정관념, 낡은 사고방식 등과 싸웠다”며 “우리 모두와 함께한 도전에 감사하다”고 경의를 표했다.
우즈와 나이키의 총 계약 액수는 5억달러(약 6570억원)에 달한다. 첫 계약 이후 2001년에는 5년간 약 1억달러 규모로 후원을 연장했고 2006년부터는 매년 2000만~4000만달러씩 계약했다. 나이키의 후원은 2009년 우즈가 섹스 스캔들로 모든 것을 잃었을 때도 흔들림이 없었고 2016년 골프장비 생산을 멈추고 의류사업만 지속하게 된 이후에도 계속됐다.
미국 언론들은 “스포츠 역사에서 가장 유명하고, 화려한 동반자 관계가 끝났다”고 의미를 부여하고 우즈가 나이키와 함께한 최고의 순간들을 이미지와 동영상 등을 통해 조명했다.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미국)만이 유일하게 우즈·나이키의 동반관계에 필적할 뿐이고 테니스 스타 앤드리 애거시(미국), 로저 페더러(스위스) 등 슈퍼스타들도 나이키와의 인연을 일찍 마감했다.
양측의 결별 이유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나이키가 골프 관련 사업에서 완전히 철수하는 과정의 수순으로 해석되고 있다. 제이슨 데이(호주)와 맷 울프(미국)도 최근 나이키와 계약을 연장하지 않았다. 하지만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토미 플리트우드(잉글랜드), 넬리 코르다(미국) 등은 여전히 나이키와 계약을 유지하고 있다.
우즈는 이날 올린 SNS 메시지 말미에 “또 다른 장이 펼쳐질 것이냐고 묻는다면, 확실히 그렇다고 대답할 것”이라며 “LA에서 봅시다”라고 인사했다.
우즈는 조만간 다른 후원사와 계약을 발표할 예정이며, 이미 골프장비로 인연을 맺고 있는 테일러 메이드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즈는 다음달 로스앤젤레스(LA)에서 타이거 우즈 재단이 주최하는 PGA 투어 제네시스 챔피언십에 출전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김경호 선임기자 jero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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