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는 사회적 재난, 잘못된 정부 시스템 탓”
“ ‘엄마, 우리 새집엔 언제 이사 가?’라고 묻는 아이에게 답해주고 싶다. ‘여름에 이사할 거야’라고.”
대전 지역 신혼부부 특별공급 아파트 청약에 당첨된 A씨(36)는 첫째 아이 초등학교 입학에 맞춰 미리 인천에서 대전으로 이사를 왔다. 지난해 8월, 입주까지만 잠시 머물려고 구한 전셋집에서 사달이 났다. 전세사기를 당한 것이다. 전세보증금이 1억8000만원에 달한다.
A씨는 “우리가 빼앗긴 것은 피해 금액이 아닌 삶”이라며 “미래를 계획하고 아이를 키우기 위해 준비했던 앞으로의 삶을 송두리째 빼앗겼다”고 토로했다. 지난 1일 전자책 서비스 ‘밀리의 서재’에 발간된 <월세, 전세 그리고 지옥>에 담긴 피해자 사연이다.
저자는 평범한 회사원이자 대전전세사기피해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인 장선훈씨(39·사진)다. 지난해 10월부터 대책위 활동을 하면서 60여명 피해자를 직접 인터뷰하거나 제보를 통해 사례를 모았다. 유사한 사례를 추려 30명의 사연을 엮은 것이다.
그는 “대부분 국민들이 전세사기가 범죄라는 것은 인식하고 있지만 지옥과도 같은 삶을 살아가는 피해자의 현실에 대해서는 모르기 때문에 책을 발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장 부위원장 또한 전세사기 피해자다.
부모의 사망보험금으로 조부모와 함께 살 집을 구하려다 전세사기를 당한 20대 사회초년생, 결혼을 앞둔 연인, 신혼부부와 주말부부 등 책에 담긴 피해 사례는 다양했다.
대전시에 따르면 지난달 19일까지 전세사기 피해자는 총 1393명이다. 30대(607명)와 20대(592명)가 86%(1199명)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어 40대(117명), 50대(46명), 60대 이상(31명) 순이다.
장 부위원장은 전세사기 피해자에 대한 인식이 바뀌길 바라는 마음으로 책을 써 내려갔다고 했다.
“전세사기는 사회적 재난입니다. 잘못된 정부의 시스템으로 발생했다는 사실이 알려지길 바랄 뿐이에요.”
그는 전자책을 종이책으로 출간해 각 정당과 정부 기관에 전달할 예정이다. 전세사기에 대한 부동산 전문가들의 시각을 담은 책도 구상하고 있다.
강정의 기자 justic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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