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의민원 사주' 방심위 파행... 野방심위원 해촉건의안 예고
의혹관련 발언 제지에 野위원 욕설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가족과 지인 등에게 심의민원을 사주했다는 의혹을 받는 가운데 방심위가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 야권 위원들은 이해충돌 문제를 제기하고, 류 위원장은 이때마다 정회를 거듭하거나 사태 해결을 요구하는 회의에 불참하고 있다. 여권 위원들은 야권 위원들에 대한 해촉건의안 상정까지 예고했다.
9일 오전 열린 방심위 방송심의소위원회에서 류희림 소위원장은 야권 위원들과 충돌로 회의 시작 5분 만에 정회했다. 하지만 이후 속개하지 않은 채 회의를 끝냈다.
김유진 위원은 안건을 논의하기 전 의사진행 발언을 청한 뒤 “‘청부민원 의혹’을 받는 위원장님은 사퇴해야 마땅하다”며 “당연히 심의에 참여해도 안 되고 방송소위 위원장을 맡아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 안건들에 제재가 의결되더라도 류 위원장의 이해충돌 우려 때문에 공정성과 정당성에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류 위원장은 방심위 하위 분과인 방송소위원회 위원장도 겸임하고 있다.
이에 대해 류 위원장은 “내부 감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고 회의 진행과 관련 없는 발언”이라며 김 위원이 발언하는 동시에 발언을 계속했다. 이 과정에서 다른 야권 위원인 옥시찬 위원이 종이 뭉치를 집어던진 뒤 “너도 위원장이냐”고 말하면서 욕설했고, 류 위원장은 정회를 선포했다.
야권 위원들은 회의장에 머무르며 속개를 기다렸다. 하지만 류 위원장은 돌아오지 않은 채 입장문을 내고 “각 위원의 심의에 대한 독립적 의사결정을 위협하는 중대한 사태로 엄중하게 그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재발방지대책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김유진 위원은 “옥 위원 발언의 문제를 인정한다”면서 “이것을 빌미 삼아서 본인에게 제기되는 의혹을 무마하려는 생각은 하지 말기 바란다”고 말했다. 옥시찬 위원은 “막말을 해 위원님들과 직원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두 번 사과했다. 정회 1시간이 지나 ‘회의 진행을 하지 않겠다’는 류 위원장의 의사를 사무처 직원이 전달한 뒤에야 야권 위원들은 돌아갔다.
이날 오후 2시에 예정된 광고심의소위원회는 여권 위원들의 불참석으로 취소됐다. 여권 허연회, 김우석 위원은 입장문을 내고 “위원장에 대해 행해진 심각한 인격 모독 테러행위에 우리 위원들은 자괴감마저 들었다”며 “적절한 후속조치가 있을 때까지 회의 개최를 반대한다”고 밝혔다.
대책을 논의한 여권 위원들은 야권 위원들에 대한 해촉건의안 상정도 예고했다. 10일 안건을 제의해 회의를 소집하면 이틀 뒤인 12일에는 회의를 열 수 있다는 것이다. 옥 위원의 욕설을 문제 삼은 것인데, 다른 야권 위원들 가운데 누구를 포함하는지 범위나 해촉 사유 등은 뚜렷하지 않다.
공석 2명을 제외하고 위원 7명으로 운영되고 있는 방심위는 류 위원장을 비롯한 여권 위원 4명만으로 안건 제의와 회의 개최, 의결이 가능하다. 방심위원은 대통령이 위촉하거나 해촉할 수 있다.
방심위 회의 파행은 새해에 들어서며 계속됐다. 전날인 8일에도 정기 전체회의가 열렸지만 30여 분 만에 정회 상태로 종료됐다. 심의민원 사주 의혹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와 진상규명 등 사태 해결을 요구하는 안건이 상정됐는데, 류 위원장이 이를 비공개 안건으로 전환하다 파행을 빚은 것이다.
지난 3일에도 야권 위원 3명이 임시회의를 소집했지만 류 위원장을 비롯한 여권 위원 4명이 회의 2시간 전 불참석을 통보해 회의가 취소됐다.
9일 방송심의소위에는 MBC의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보도 등 ‘가짜뉴스 신속심의센터’를 통해 접수된 신속심의 안건도 상정돼 있었다. 지난해 10월3일 방송된 MBC 보도에는 후쿠시마 오염수 2차 방류 예정 소식을 전하며 죽은 물고기떼가 널브러진 사진이 나왔는데, 오염수와 물고기 죽음 사이 인과관계가 없어 객관성을 위반했다는 것이 심의민원 취지였다. 민원인이 누구인지는 민원처리법 규정에 따라 공개되지 않는다.
MBC는 해당 영상이 후쿠시마 부두의 을씨년스러운 풍경을 오염수 방류 당일인 지난해 8월24일 촬영한 외신자료로, 도쿄 전력이 피해사례 접수를 시작했다는 보도 내용과도 부합한다는 입장이다.
신속심의 안건은 MBC ‘뉴스데스크’ 3건, MBC 라디오 ‘신장식의 뉴스 하이킥’ 4건, KBS 라디오 ‘주진우 라이브’ 1건, SBS ‘그것이 알고 싶다’ 1건 등 모두 9건으로 매주 2~4건씩 순차적으로 심의될 예정이었다.
가짜뉴스 센터를 통해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녹취록’ 보도가 신속심의되면서 센터는 ‘정치심의’ 논란을 빚어 왔다. 방심위는 임시조직이었던 가짜뉴스 센터를 폐지하고, 새해부터는 별도 조직 없이도 신속심의를 상시적으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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