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언론사 신년사 최다 언급 키워드 '콘텐츠'
수익 구조 다변화 강조하기도
결국 기본으로 돌아가야 하는 걸까. 올해 언론사 대표들의 신년사에선 유독 ‘콘텐츠’란 단어가 많이 언급됐다. 대내외 환경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결국 콘텐츠야말로 언론사의 핵심 가치이자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해서다.
기자협회보가 확보한 24개 국내 주요 언론(그룹)사 신년사를 기준으로 하면 콘텐츠란 단어는 총 115차례로 가장 많이 언급됐다. 김진오 CBS 사장은 “콘텐츠의 품질이 우리의 오늘과 내일을 재단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했고, 김재호 동아일보·채널A 회장도 “분명한 1등 콘텐츠와 서비스”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최우성 한겨레신문 사장 역시 “한겨레의 존재 이유는 단연코 ‘뉴스’”라며 “설령 미래 어느 시점에서 종이신문이 영영 사라진다 하더라도, 뉴스는 한겨레를 지탱하는 핵심 상품으로 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올해 최고 이벤트인 총선을 앞두고 언론사 대표들은 기자들에 질 높은 콘텐츠를 주문했다. 이성철 한국일보 사장은 “오로지 사실에 입각한 보도, 균형을 중시하는 보도, 편파 논란을 확실히 잠재울 보도를 통해 ‘한국일보가 곧 중도표심의 바로미터’라는 말이 나오도록 해야 한다”며 “주제도, 논리도, 제목도, 표현도 늘 신중하고 엄격하고 품격 있게 가야 한다”고 말했다. 우장균 YTN 사장도 “우리 스스로 공정성을 엄격히 지켜야 한다”며 “검증 보도에 충실하면서도 편파 시비에 휘말리지 않도록 일선 기자부터 데스크 간부까지 모두 지혜를 모아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언론사 대표들은 디지털 콘텐츠와 관련해서도 올해 의미 있는 시도를 지속하라고 격려했다. 홍정도 중앙그룹 부회장은 “콘텐트 경쟁력을 강화해서 유료 회원을 대폭 늘리고, 사업 구조를 내실 있게 다져 디지털 기반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1등 뉴스브랜드가 되어주길 바란다”며 “‘더중앙플러스’를 통해 디지털 부문에서 다른 언론과의 초격차를 유지해야 한다. 그래야 조기 달성한 유료 회원 숫자가 더욱 의미가 클 것”이라고 밝혔다. 곽태헌 서울신문 사장도 “온라인 유료 독자화를 위한 기반을 착실히 마련해야 한다”며 “먼저 회원 수를 늘리는 ‘로그인월’ 단계를 철저히 준비하고, 그 다음 유료화를 위한 단계를 정교하고 차분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언론사 대표들은 이를 뒷받침할 인공지능(AI) 기술에 대한 투자도 아끼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손동영 서울경제신문 사장은 “AI 등 미래 기술에 최적화된 시스템을 탑재한 통합 콘텐츠관리시스템(CMS)을 새로 만드는 작업을 시작한다”며 “향후 2~3년간 대규모 투자를 집행한다”고 밝혔다. 김정호 한국경제신문 대표이사도 “올해는 모든 부문에서 AI를 접목하고 활용도를 높여야 할 것”이라며 “현재 개편을 추진 중인 CMS, CTS에 AI 기능을 대폭 확충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대환 매경미디어그룹 회장 역시 “기사 작성 과정 전반에 걸쳐 AI 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MBN이 차세대 보도·정보시스템 마련에 나선다”며 “오는 4월 총선 특별방송에도 전국 253개 지역구 그래픽 제작 등에 AI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언론사 대표들은 저성장 기조 속 생존을 위해 수익 다변화를 강조하기도 했다. 정희택 세계일보 사장은 “올해 우리 경제 성장률은 1~2%대 안팎으로, 저성장 기조를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매출과 수익 다변화는 선택이 아니라 숙명인 시대다. 생존을 위한 경쟁에서 이기지 않으면 도태와 소멸뿐”이라고 경각심을 일으켰다. 강병준 전자신문 대표이사 역시 “해를 거듭할수록 위기감이 해소되기는커녕 점점 목을 조여 오는 느낌”이라며 “콘텐츠 형태와 전달 방식에서 조직 문화, 사업 모델까지 과감한 혁신이 필요하다. 광고와 협찬 위주의 사업 모델이 한계에 달했다고 판단, 올해 영업 조직에 가장 많은 변화를 줬다”고 밝혔다.
한편 적절한 성과 보상, 복지 제도 강화를 발표하며 구성원들을 다독이는 언론사 대표들도 많았다. 조민제 국민일보 회장은 “올해 여러분이 편안히 일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사내 복지를 강화하겠다”며 “지난해 첫발을 뗀 사내복지기금”과 “해외연수제도”를 언급했다. 방상훈 조선일보 대표이사 사장도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은 가운데 사상 최대 규모 연말 격려금을 지급했다”며 “복지기금에도 350억원을 출연했다”고 밝혔다. 김석종 경향신문 사장 역시 “지난해 이룬 흑자경영의 성과급을 조만간 나눌 수 있을 것”이라며 “올해부터는 격주 4.5일 근무제를 시작하고 전 직원에 복지카드를 지급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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