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기자의 늦은 퇴근길 달래주는 '겉바속촉' 타코야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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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지의 금요일 저녁은 허기지다.
기자들이 퇴근했다는 건, 이제 마감된 기사들이 편집기자의 손을 거쳐 세상에 나갈 차례라는 뜻이다.
신호등을 바라보며 발을 구르고 있으면 '아, 타코야끼 먹고 싶다'하는 강렬한 생각이 스친다.
이 가게 타코야끼의 매력은 옹졸하지 않다는 점인데, 겉은 노릇하고 속은 촉촉한 빵 속에 손가락 마디만 한 문어가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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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지의 금요일 저녁은 허기지다. 기자들이 퇴근했다는 건, 이제 마감된 기사들이 편집기자의 손을 거쳐 세상에 나갈 차례라는 뜻이다. 오후 서너 시쯤부터 쌓이기 시작한 기사를 매만지다 보면 어느새 시침은 7을 지나고 있다.
집은 멀고, 저녁을 먹자니 어쩐지 거창하다. 신호등을 바라보며 발을 구르고 있으면 ‘아, 타코야끼 먹고 싶다…’하는 강렬한 생각이 스친다. 그럼 나는 늦은 저녁까지 불을 밝히고 있는, 아담한 그 가게로 향한다.
맛은 네 가지다. 고소한 맛, 치즈, 매운맛, 스위트칠리. 네 맛 모두 개성이 있지만, 역시 짭짤하고 고소한 치즈가 당긴다. 주문을 마치고 나면 가게 사장님은 타코야끼 반죽을 팬에 붓는다. 평평하게 펼쳐진 반죽 아래가 먼저 익으면 동글동글, 노릇해지며 모양을 잡아간다.
번호표를 내고 주문한 간식을 받아든다. 가쓰오부시가 꼬물거린다. 사랑스럽지만, 갓 나온 타코야끼를 바로 집어먹는 건 크나큰 패착이다. 마치 용암을 삼킨 것 같은 고통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드시 가게에 있는 꼬치로 큰 구멍을 송 뚫어줘야 한다. 완벽한 첫입을 위해 30초에서 1분간 손 모으고 경건하게 뜸을 들인다. 이때 겨울 칼바람이 불면 큰 도움이 되는데, 그래서 타코야끼가 겨울 간식이라 불리지 않나 짐작한다.
‘왕’ 타코야끼라는 이름처럼 한입 가득 찬다. 왕 커서 왕 맛있다. 빵이 입에 쏙 들어가 보드라운 속살이 터진다. 이 가게 타코야끼의 매력은 옹졸하지 않다는 점인데, 겉은 노릇하고 속은 촉촉한 빵 속에 손가락 마디만 한 문어가 들어있다. 질겅질겅 씹는 맛 좋은 문어다. 기본에 충실한 고소한 맛도 좋지만, 치즈의 변주도 좋다. 흡사 B사의 뿌X클을 연상시키는 시즈닝에 마요 소스가 어우러진다. 매운맛은 과하지 않다. 스위트칠리는 아는 맛이라 더 맛있다.
만리재로를 거닐 일이 있다면, 또 때마침 출출하다면 빨간 간판의 이 가게를 찾는 건 어떨까. 겨울을 추천하지만, 사실 언제 먹어도 즐거운 간식이다. 소신 발언. 붕어빵보다 사시사철 나를 반기는 이곳의 타코야끼가 더 좋다.
※‘기슐랭 가이드’ 참여하기
▲대상: 한국기자협회 소속 현직 기자.
▲내용: 본인이 추천하는 맛집에 대한 내용을 200자 원고지 5매 분량으로 기술.
▲접수: 이메일 taste@journalist.or.kr(기자 본인 소속·연락처, 소개할 음식 사진 1장 첨부)
▲채택된 분에겐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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