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불복 폭동’ 브라질·미국 차이는…반성·무반성 ‘우파 정치인 태도’
극우 성향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대선 결과에 불복해 의회, 대통령궁, 대법원을 습격하며 폭동을 일으킨 지 1년이 된 8일(현지시간) 브라질 정부는 ‘민주주의의 승리’를 축하하는 행사를 열었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1·8 폭동은 깊은 상처를 남겼지만, 민주주의가 권위주의에 승리했다”면서 “민주주의를 공격하는 자들은 용서받을 수 없다”고 밝혔다. 브라질 시민들 역시 브라질리아에서 ‘민주주의를 위한 집회’를 열며 이날을 기념했다.
미국은 지난 6일 ‘1·6 의사당 폭동’ 3년을 맞이했다. 대선 결과에 불복해 극우 성향 전직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의회 등에 난입한 미국의 2021년 1·6 폭동과 브라질의 2023년 1·8 폭동은 ‘닮은꼴’로 꼽힌다. 그러나 비슷한 폭동을 겪은 두 나라의 결과는 거의 정반대라고 뉴욕타임스(NYT)는 진단했다. 폭동을 부추긴 혐의를 받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유세에서 폭동이 아니라 남부 국경을 통해 범죄자와 테러리스트가 미국으로 건너오는 것이 진짜 ‘반란’이라고 규정하는가 하면, 폭동이 일어난 1월6일을 ‘아름다운 날’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선 미국인 22%가 1·6 폭동을 지지한다고 했다. 공화당 지지층 중 폭동을 강하게 반대한다는 답변은 2021년 51%에서 32%로 줄어들었다. 반면 브라질 국민의 대선 불복 폭동 지지 비율은 6~11%에 불과하다. 폭동을 선동한 혐의를 받는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2030년까지 대선 재출마가 금지돼 사실상 정치적 입지가 사라졌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차이가 생긴 이유에 대해 두 국가의 서로 다른 정치체제, 미디어 환경, 국가 역사, 사법 대응 등 다양한 이유를 꼽는다. 그중에서도 양국 보수 정당 정치인들의 태도가 가장 큰 차이점으로 거론된다. 스티븐 레비츠키 하버드대 교수는 “브라질 우파 지도자들은 공개적으로 분명하게 선거 결과를 받아들였고, 민주주의 정치인으로서 해야 할 일을 정확하게 했다”면서 “그러나 미국 공화당 의원들의 반응은 이와 현저히 달랐다”고 지적했다. 반면 브라질의 경우 폭동 자체를 규탄하는 목소리는 좌우를 가리지 않는다. 우파 정당 소속 상원의원 시로 노게이라는 “브라질은 과거 군부독재 역사를 기억하기 때문에 폭도들을 강력히 질책했지만, 미국은 독재와 권위주의 시대를 겪지 않았기 때문에 서로 다른 반응과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브라질에서는 의회 내 20여개 정당이 서로 다른 정치적 이념을 표방하지만 미국의 경우 보수파 정치인들이 대부분 공화당이라는 하나의 정당에 국한돼 있다는 것도 차이점이다. 브라질 주류 언론이 덜 편향적이고, 브라질 법원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허위 정보를 강하게 규제한 것도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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