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어린이 최소 9천명 사망…“생존한 유아들 영양실조 직면”
민간인 사망 우크라 전쟁 2배
매일 아동 10명꼴 다리 절단
식량난 심화에 기아 불 보듯
언론인 72명 숨져 사상 최악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 발발 3개월 만에 가자지구 주민 100명 중 1명 이상이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가자지구 민간인 희생자는 금세기 벌어진 전쟁 중 전례 없는 규모로 치닫고 있다. 2년 가까이 이어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민간인 사망자 규모를 2배 이상 뛰어넘었고, 20년간 미국과 동맹국이 탈레반 소탕을 위해 벌인 아프가니스탄 전쟁(2001~2021년) 민간인 사망자 규모 역시 추월했다.
8일(현지시간)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전날 팔레스타인 보건부는 지난해 10월7일 개전 이후 3개월 동안 가자지구 누적 사망자가 최소 2만2835명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가자지구 전체 인구 약 227만명 중 1% 이상이 이번 전쟁으로 숨진 것이다. 부상자는 5만8416명으로, 가자지구 인구 40명 중 1명꼴인 것으로 나타났다. 공습으로 매몰돼 시신조차 수습하지 못한 희생자까지 합치면 사망자 수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어린이 희생도 컸다. 전체 사망자 가운데 어린이는 최소 9000명으로, 어린이 120명 중 1명꼴로 숨졌다. 팔레스타인 보건부는 전체 사망자 3분의 2가 여성(최소 5300명)과 어린이라고 밝혔다.
팔레스타인 보건부의 사망자 통계는 민간인과 전투원을 구분하지 않는다. 그러나 민간인 사망자를 아동·여성(약 1만4300명)으로 한정해 통계를 보수적으로 집계해도 이례적인 규모다. 민간인 희생자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자 최근 남아프리카공화국은 가자지구 주민들에 대한 제노사이드(집단학살) 혐의로 이스라엘을 유엔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한 상태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전날 성명을 통해 전쟁 발발 이후 매일 평균 10명 이상의 어린이가 폭발 등으로 한쪽 혹은 양쪽 다리를 절단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의 봉쇄로 가자지구 내 의료시스템이 붕괴해 마취제와 의약품이 크게 부족한 상황에서 대부분의 어린이는 마취 없이 수술을 받았다고 이 단체는 밝혔다.
가자지구 현장 소식을 전해온 팔레스타인 언론인들도 다수 희생됐다. 국제언론단체인 언론인보호위원회는 전쟁 발발 이후 가자지구와 이스라엘, 레바논에서 팔레스타인 언론인 72명이 사망했다며 “이는 1992년 집계를 시작한 이후 최악의 희생자 규모”라고 밝혔다.
전쟁과 봉쇄 장기화로 가자지구의 인도주의적 위기도 심화되고 있다.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구호기구(UNRWA)에 따르면 가자지구 주민의 85% 이상이 난민이 됐다. 개전 초기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북부 소개령으로 북부 주민 대다수가 중부 및 남부 지역으로 대피했다. 피란민이 밀집한 남부 지역에선 위생시설 부족으로 전염병과 호흡기 질환이 확산하고 있다. 유엔 긴급구호 책임자인 마틴 그리피스는 최근 가자지구 주민들이 “역사상 가장 높은 수준의 식량 불안에 직면했다”며 “기근이 코앞에 다가왔다”고 말했다.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도 “앞으로 몇주 안에 최소 1만명 이상의 5세 미만 아동들이 심각한 영양실조 상태에 놓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민간인 희생자가 급증하자 미국은 이스라엘군에 공세 국면 전환을 요구해왔고, 이날 이스라엘군은 ‘고강도 전면전’에서 ‘저강도의 타깃형 전투’로 전쟁을 전환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전쟁이 금방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가자 주민들과 이스라엘 인질 가족들의 유일한 희망인 휴전협상은 중단된 상태다. 그간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카타르 등 주변국의 중재로 물밑 휴전협상을 벌여왔으나, 지난 2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하마스 서열 3위인 살레흐 알아루리가 이스라엘군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드론 공격에 사망하면서 하마스가 협상 중단을 선언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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