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광효 관세청장 “마약 밀반입 갈수록 교묘… AI 접목 단속기법 고도화할 것” [세계초대석]
첨단 전신 스캔장비 2024년 13대 추가 도입
전국 공항·항만 설치… 마약상 반입 색출
요소수 등 공급망 위기 징후 조기 경보
짝퉁 적발 땐 플랫폼에 알려 계정 폐쇄
고액체납자 주소 상세 공개… 신고 유도
한국 전자통관 ‘유니패스’ 개도국 수출
국내 기업에 우호적 통관환경 조성 효과
관세행정 국제표준 선도 ‘롤모델’ 우뚝
“인공지능(AI) 기술을 관세 행정에 접목해 마약 등 위해물품 단속 효과를 극대화하겠다.”
―마약 문제에 국민적 관심이 큰 상황이다. 마약류가 왜 늘고 있나.
“필로폰 등 마약류 가격이 하락하고 있어 마약에 대한 진입장벽은 낮아지고 있는 한편, 여전히 외국보다는 비싸 공급 요인 역시 상존하고 있는 점이 이유라고 생각한다. 수법을 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때는 국제우편과 특송화물로 주로 들여왔다면 지금은 여행자들이 직접 가지고 반입하는 부분이 늘었다. 여행자들은 마약류를 몸에 붙여서 들여오거나 심지어 신체 은밀한 부위에 숨겨 오기도 한다. 코로나19 이전 추세로 돌아가고 있는 셈이다.”
―은밀히 숨기면 적발이 쉽지 않을 것 같다.
“올해 1인당 3초 만에 전신을 검사할 수 있는 스캔 장비인 밀리미터파 신변검색기 13대를 각 세관에 추가 도입하려고 한다. 지금 3대가 있는데 총 16대가 되는 것이다. 밀리미터파 신변검색기는 파장의 길이가 1∼10㎜ 정도로 짧은 밀리미터파를 쏴서 반사되는 것을 탐지하는 원리다. 스캔 결과를 포괄적인 일반 이미지로 표시해 사생활 침해 논란도 없다. 그리고 우범국발 여행자에 대해서는 항공기에서 내리는 즉시 전수검사를 할 예정이다. 아울러 해외 주요국과 공조를 강화할 계획이다. 공조의 좋은 점은 외국에서의 출발 시점부터 더 철저하게 마약류 검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말레이시아를 통한 마약류 적발이 늘어나자 말레이시아 관세청장과 긴밀히 논의했고, 이후 말레이시아 관세당국이 한국으로 가는 여행자에 대한 신변검사를 해 마약류 적발 건수가 확 줄었다.”
―인력은 한정돼 있는데 마약류 등 위해물품은 늘고 있다.
“짝퉁 문제로 국민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단속 체계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특히 미국 블랙프라이데이나 중국 광군제와 같이 해외 직구가 급증하는 시기에는 집중 단속을 통해 국내에 짝퉁이 반입되지 않도록 각별히 노력하고 있다. 또한 이에 더해 적발 업체 정보를 해외 온라인플랫폼에 제공해 플랫폼 자체적으로 해당 업체의 판매 계정을 폐쇄하도록 조치하고 있다. 플랫폼 측이 가짜 제품을 팔지 않도록 자정 노력을 해 달라는 취지다. 또 통관 과정에서 가짜 제품을 적발할 경우 돈을 낸 소비자들이 물건을 받지 못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이 경우 통관이 안 됐다는 증명서를 소비자에게 신속히 전달해 소비자들이 플랫폼 측으로부터 빨리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도 하고 있다.”
―공급망 위기 우려는 어떻게 대처하고 있나.
“관세청은 수출입 신고를 바탕으로 방대한 무역 빅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를 활용해 공급망 위험 품목들도 선제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가격이나 수량이 폭등한다든지 위기 징후가 발생할 경우 자동적으로 분석해 그 결과를 다른 부처에 공유하는 것이다. 공급망 위험 품목이 나오면 다른 부처에게 위험하다고 알려 주는 ‘조기경보시스템’이 작동되고 있다. 관세청이 국경 단계에서 보초 역할을 해서 알려 주면 다른 부처에서 어떻게 무찌를 것인지 연구하는 것이다. 다만 특정 품목의 재고가 쌓여 이에 대한 수입 수요가 없는 경우 수입량이 급감할 수 있는데, 이는 공급망 리스크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조기경보시스템 고도화를 통해 이런 부분을 걸러내는 것도 관세청의 과제다.”
―자유무역협정(FTA) 관련 원산지 규정 등이 다르고 복잡해 기업이 어려움을 겪는데.
“관세청 자체 징수팀이 있고 지방자치단체와 합동 수색도 하고 있다. 지난해 6월에는 현금과 고급 시계 등 4500만원어치를 적발하기도 했다. 또 세금을 내기 전에 다른 사람 이름으로 재산을 빼돌리는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사해행위 취소소송’도 진행하고 있다. 체납자 명의로 다른 관허사업을 못 하게도 하고, 6개월 체류 사실이 있으면 출국금지 조치도 한다. 고액·상습 체납자 명단 공개의 경우 예전에는 건물번호까지 공개했는데 현재는 동호수까지 기재하고 있다. 옆집 사람이 체납자인데 벤츠를 끌고 다니면 신고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고액·상습 체납자의 상세 주소를 시각화해서 지도에 그려 놓고 체납자를 표기하는 방식도 추진 중이다.”
―지난해 새 비전으로 ‘혁신하는 관세청, 도약하는 글로벌 중추국가’를 발표했다. 의미는.
“대부분의 선진국과 달리 우리는 후진국에서 출발해 선진국이 된 나라다. 이런 면에서 우리는 국제사회에서 ‘롤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관세 행정 분야도 마찬가지다. 일례로 다른 나라들이 우리의 전자통관시스템인 유니패스를 보면 놀란다. 그래서 우리의 유니패스를 도입하려고 준비 중인 나라가 많은데, 우리가 이를 적극 도와줘야 한다. 유니패스 수출 확대는 단순 시스템 수출에 의한 1차적인 수출액 증가 효과를 넘어, 우리 수출기업에 우호적인 통관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우리나라 수출 증대에 기여하는 2차적인 효과가 매우 크다. 나아가 전자통관시스템의 현대화로 수출 상대국의 경제 발전에 기여함은 물론, 국제표준을 선도해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을 제고하는 긍정적 효과를 창출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새 비전은 우리나라가 글로벌 중추국가가 됐으니 관세 행정도 그것에 맞게 혁신해야 하고, 또 관세청의 혁신이 우리나라가 글로벌 중추국가의 위치를 더욱 공고히 하는 데에 기여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1966년 전남 장성 출생 ●광주 대동고·서울대 경제학과 1992년 행정고시 합격(36회) ●서울국세청 조사1국 ●재정경제부 조세지출예산과 서기관 ●기재부 조세분석과장 ●〃 재산세제과장 ●조세심판원 상임심판관 ●기재부 소득법인세정책관 ●OECD 재정위원회 이사 ●기재부 조세총괄정책관 ●〃 세제실장
대담=우상규 경제부장, 정리=이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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