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특별법’ 통과…진실 향한 ‘첫발’

문광호·신주영·이두리 기자 2024. 1. 9.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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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 437일 만 국회 문턱 넘어
특검 빼고 특조위 총선 뒤 가동
유족들 “윤 대통령 거부 말아야”
대통령실은 “강행 처리 유감”
만감이 교차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9일 국회 본회의장 방청석에서 ‘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안’(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통과되자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을 짓고 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표결에 앞서 퇴장했다. 문재원 기자 mjw@kyunghyang.com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참사 발생 후 437일, 특별법 발의 264일 만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법을 공포하면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유족들은 “윤 대통령은 재의요구권을 행사할 것이 아니라 즉시 법률을 공포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에서 ‘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을 재석 177인 중 찬성 177표로 의결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당은 표결에 참석했고, 국민의힘은 불참했다.

이날 통과된 이태원 특별법은 참사의 발생 원인 등에 대한 진상을 명확하게 규명하고, 희생자 추모사업, 피해자 회복을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독립적 진상조사를 위해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를, 피해자 구제 및 지원을 위해 국무총리 소속 피해구제심의위를 각각 구성하도록 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간병비를 포함한 의료지원금 지급, 심리 지원 등 피해자의 일상생활 전반을 종합적으로 보조하도록 했다.

특조위는 대통령에게 특별조사보고를 할 수 있고, 종합보고서를 통해 책임 있는 국가기관 등에 대해 시정 및 공무원 징계 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 국가기관 등은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권고 내용을 이행해야 한다.

앞서 민주당 등 야당이 지난해 4월 발의한 이태원 특별법은 6월30일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돼 11월29일 본회의에 부의됐다. 여야 협상이 평행선을 달리자 김진표 국회의장은 지난해 12월21일 중재안을 냈다. 이날 통과된 법안은 김 의장 중재안을 대부분 수용해 원안에서 특검 요청권을 삭제하고, 법률 시행일을 오는 4월 총선일로 변경했다.

박주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본회의에서 “원안에서 후퇴한 수정안을 제출하게 되어 마음이 매우 무겁다”며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민주당은 뼈를 깎는 심정으로 이러한 수정안을 제출하게 되었음을 이해해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표결에 불참한 후 국회에서 ‘재난의 정쟁화·특검법 표결거부 규탄대회를 열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태원 특별법은 여야가 합의 처리하기 위해 협의가 진행 중인 상황이었음에도 단독으로 본회의에서 처리했다”며 “정쟁과 갈등을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유족 등으로 구성된 이태원참사시민대책회의는 특별법 통과 직후 입장문에서 “진상규명의 첫발을 떼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며 “집권여당 국민의힘이 특별법 표결을 거부하고 공당으로서의 역할을 외면한 것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특별법에 대한 재의요구권을 행사할 것이 아니라 즉시 법률을 공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대변인실 명의 공지를 내고 “특별법이 여야 합의 없이 또다시 일방적으로 강행 처리된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또한 “법안이 정부로 이송되면 당과 관련 부처의 의견을 종합해 입장을 밝히겠다”고 전했다.

문광호·신주영·이두리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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