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마지막으로 가슴이 뛰어본 것이 언제인가요
요사이 누군가를 만날 때마다 하는 질문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슴이 뛰어본 것이 언제인가요?”
가슴이 두근거릴 만한 꿈을 가져야 한다는 웅장한 서두는 아니고요. 신체적으로 불안했던 시점을 찾으려는 문진도 아닙니다. 일조시간이 짧아 기분이 처지고 추위로 외출도 꺼려지는 요즘, 가슴이 뛸 정도의 신체활동을 얼마나 하고 계신지에 대한 진지한 걱정이자 안부인사입니다.
요즘 저는 우리의 삶이 픽사 영화 <월-E>에 나온 대형우주선 엑시엄 탑승자들의 움직임 적은 삶과 비슷해지는 것 같다는 공포를 느끼고 있습니다. 이러한 비대면 중심의 일상과 문화는 몇년간의 팬데믹을 겪으며 더 빠르게 확산된 것 같습니다. 의자에 앉아, 자리까지 배송되는 음료수를 마시며, 화상으로 정보와 오락을 해결하는 생활 말입니다. 걷고 달리고 땀 흘리지 않고, 서로를 바라보거나 여럿이 모이지 않는 엑시엄 사람들은 저에겐 그리 괜찮아 보이지 않았습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로 일하면서 크게 깨달은 것은, 당황스럽게도 몸과 움직임의 중요성이었습니다. 과로와 스트레스가 심하면 일상 루틴이 무너지면서 활동량도 줄어듭니다. 늘 하던 집안일이나 가벼운 운동도 생략하게 되고, 사람들도 덜 만나게 됩니다. 침체가 계속되면 뇌의 기능적 회로들의 활성도가 잘 조절되지 않고 신경전달물질들의 균형이 깨집니다. 작은 자극에도 민감해지고 감정 조절이 어려워지고, 잘하던 일도 처리하기 힘들어집니다. 이때 뇌 기능의 효과적 회복을 위해 약물 처방 등의 생물학적 도움과 심리적 도움을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게 제 일입니다. 하지만 이걸로 충분치 않을 때가 있습니다. 굳어져 버린 무기력과 쪼그라든 자신감과 저하된 집중력에 일종의 재활이 필요한 것이죠. 바로 이때입니다. 움직임과 운동이 중요한 시점이요.
운동은 뇌의 전체적인 연결성을 좋게 하고, 새로운 좋은 습관과 느낌을 위한 길을 내고 다지는 데에 도움이 됩니다. 계획하고 시작하고 절제하는 전전두엽은 특히 운동을 통한 긍정적 효과가 크게 작용하는 부분입니다. 또 운동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소뇌가 활성화되면서 근육 움직임과 몸의 균형뿐만 아니라 뇌 전체의 정보 흐름의 균형도 회복되고 전반적인 생활의 리듬도 잘 조율됩니다. 운동을 통해 세로토닌,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이 활성화되는 것도 주목할 부분입니다.
새로운 관점을 하나 더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뇌과학자 마르코 야코보니는 책 <미러링 피플>에서 “우리의 정신 과정은 몸에 의해, 그리고 몸이 주변을 통해 움직이고 상호작용한 결과물인 여러 유형의 지각 경험과 행동 경험에 의해 형성된다. 뇌는 생각하고 몸은 단지 출력기관에 해당하는 게 아니라, 뇌와 몸이 함께 생각하고 반응한다”는 ‘체화된 인지(embodied cognition)’란 개념을 설명합니다. “개념을 잡는다”라고 이야기하면 뇌에서 실제 뭔가를 손으로 잡을 때 작동하는 운동세포들이 활성화된다는 겁니다. 이를 활용하면 우리는 몸을 움직이면서 뇌와 마음에 새로운 느낌과 변화를 더 생생히 전달해줄 수 있습니다. 팔을 앞뒤로 털며 스스로에 대한 과도한 비난을 ‘떨쳐내고’, 바닥을 발로 힘껏 밀며 자신을 당당히 ‘떠받쳐주고’, 공원을 걸으며 세상으로 ‘걸어나오는’ 연습을 해보는 겁니다. 몸과 함께 새 삶의 자세를 익혀가는 것이죠.
간단한 운동도 도무지 시작하기 어렵다면, 생활에서 몸을 신나게 움직여보면 어떨까요. 음악을 틀고 막춤을 추거나, 몸을 흔들며 설거지를 하거나, 계단을 올라가보세요. 기준은 심장박동입니다. 하루에 3분 이상, 가슴이 활발하게 뛰도록 몸을 움직여주세요. 정 안 되면, 누운 채 팔과 다리를 쳐들고 마구 떨어보아도 좋습니다.
가슴이 두근거리도록 움직이다보면 지친 일상도 좀 더 기대되고 설레는 일이 될지 모릅니다. 당신의 ‘가슴 뛰는’ 일상을 응원합니다.
안주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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