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참사 특별법' 본회의 통과…대통령실 "강행 처리 유감"
野 단독 특별법 의결…수정안엔 의장 중재안 내용 담겨
유가족 "거부권 절대 안 돼"…尹 대통령, '5번째 거부권' 쓸까
[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9일 국회 본회의에서 야당 단독으로 의결됐다. 국민의힘은 항의 의사를 밝히며 표결에 불참했다. 민주당은 특별법안이 김진표 국회의장의 중재안을 수용한 수정안임을 강조하며, 참사 발생 437일 만에 문턱을 넘은 법안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유족들도 여야 합의를 결렬시킨 여당을 규탄하며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거부권을 행사해선 절대 안 된다"고 호소했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에서 '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법'을 재석 177인 중 찬성 177표로 의결했다.
이번에 통과된 이태원 참사 특별법은 참사의 발생 원인 등에 대한 진상을 명확하게 규명하고, 희생자 추모사업, 피해자 회복을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독립적 진상조사를 위해 꾸려진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는 국회 추천을 받은 11명(상임위원 3명)의 특조위원이 참사의 진상조사를 하게 된다. 상임위원은 국회의장과 여당, 야당이 각 1명씩 추천하도록 했다. 위원장은 상임위원 중에서 특조위 의결로 선출한다. 특조위원은 국회의장이 유가족 등 관련 단체와 협의해 3명을 추천하고, 여당(대통령이 소속되거나 소속됐던 정당)이 4명, 야당이 4명 추천해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했다.
특조위는 진상조사를 위해 자료 및 물건의 제출명령, 동행명령, 고발 및 수사 요청, 감사원에 대한 감사 요구, 청문회 등을 할 수 있다. 특조위는 대통령에게 특별조사보고를 할 수 있고, 종합보고서를 통해 책임 있는 국가기관 등에 대해 시정 및 공무원 징계 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 국가기관 등은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권고내용을 이행해야 한다.
수정안은 김 의장의 중재안 내용이 담겼다. 원안에서 특검 관련 조항을 삭제했고, 법률 시행일을 총선 이후인 4월 10일로 변경했다. 조사위원회 활동기간 연장도 기존 6개월 이내에서 3개월 이내로 단축했다.
남인순 민주당 의원은 찬성토론에서 "참사 이후 이태원역 앞과 시청광장 분향소를 지키고 국회 앞 천막농성을 이어온 유가족들이 또다시 거리에서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지 않도록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 수정안에 찬성해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며 "특별법 수정안은 의장의 중재안뿐 아니라 여야 협의 과정에서 제기된 특별 조사위원회 위원 구성 및 활동기간 단축 등에 대해서도 전향적으로 수용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 본회의 전 의원총회를 열고 특별법 표결 시 모든 의원들이 불참해 입법 거부 의사를 밝히고, 표결 대신 로텐더홀 앞에서 규탄대회를 열기로 결정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규탄대회에서 "민주당은 거대 다수를 앞세운 폭정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며 "이태원 특별법은 여야가 합의 처리하기 위해 협의를 진행 중인 상황이었음에도 불구 단독으로 본회의서 처리했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이 여야 합의 처리 없는 특별법 처리에 유감 의사를 밝히며, 윤석열 대통령이 '5번째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에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연이어 '거부권 통치'를 이어간다면 민심의 심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특별법 본회의 통과 이후 공지를 통해 "'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법'이 여야 합의 없이 또다시 일방적으로 강행 처리된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법안이 정부로 이송되면 당과 관련 부처의 의견을 종합하여 입장을 말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윤 원내대표는 거부권 건의 여부에 대해 "오늘 그 얘기를 할 시기는 아닌 것 같다"며 "조금 지켜봐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본회의 이후 국회 본관 앞 야외계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공포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위원장은 "법안 통과가 마냥 기쁘지만은 않다. 또 국회에서 유가족을 외면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참사 이후 해왔단 행태를 국민의힘은 또 하고 유가족에 상처를 줬다"라며 "(참사에 희생된) 우리 아이들이 자신의 억울함을 밝혀주길 간절히 원하고 있다. 이런 간절한 소망을 윤 대통령은 짓밟지 말길 바란다. 절대 거부권을 행사해선 안 된다는 말씀을 다시 한번 드린다"고 강조했다.
many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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