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차붐 일으킬까”…‘노벨상 25명 배출’ 獨연구소 첫 한국인 단장
막스플랑크연구소 연구단장 선임
인류위한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
“한국 국제 연구협력 길 모색할것”
한국에서 학사와 석사, 박사까지 모두 마친 ‘토종’ 한국인 과학자가 노벨상 산실로 불리는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연구단장에 올랐다. 주인공은 차미영 기초과학연구원(IBS) 수리 및 계산과학 연구단 데이터 사이언스 그룹장(Chief Investigator·CI)이다. 한국인이 단장에 선임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동양인 여성 과학자로는 2번째다.
9일 IBS는 차 CI가 독일 보흠 지역에 있는 막스플랑크 보안 및 정보보호연구소에서 오는 6월부터 단장직 수행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막스플랑크연구소는 세계 최고의 기초과학 연구기관으로 꼽힌다. 독일 전역과 해외에 85개 산하 연구소를 운영하며 1948년 설립 이후 지난해까지 총 25명의 노벨 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연구소를 이끄는 300여 명의 단장 중 한국 국적 과학자가 발탁된 것은 처음이다. 한국계로는 지난해 8월 미국 국적인 강사라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가 먼저 단장으로 선임된 바 있다. 강 교수는 당시 동양인 여성 과학자로는 처음 단장으로 꼽혔다. 차 CI는 강 교수에 이은 두번째다. 차 CI는 “현 막스플랑크연구소 단장 중에서도 젊은 축에 속한다”며 “묵묵히 연구를 하다보니 이런 영광을 안게 됐다”고 말했다.
차 CI는 데이터 과학 분야 전문가다. 차 CI의 연구는 구글 학술검색 기준 피인용 수가 2만 회가 넘는다. 그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산학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박사 취득 후 독일 자부르켄에 있는 막스플랑크연구소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근무했으며 2010년부터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로 재직하며 과학기술을 활용한 안전한 사회 구현을 위한 연구를 이어왔다.
차 CI는 인공지능(AI)을 이용해 가짜뉴스와 혐오표현을 탐지하는 연구를 수행했으며 명확한 팩트체크를 구현하는 기술도 개발했다. 또 위성 영상을 활용해 북한 경제 지표를 분석하는 등의 연구도 해왔다. 차 CI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상에서 벌어지는 사회 현상을 분석해왔다”며 “조금 더 안전한 세상을 만들겠다는 신념으로 연구를 이어왔다”고 말했다.
차 CI는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에서 ‘인류를 위한 데이터 과학’ 연구단을 이끈다. 차 CI는 “연구단은 그동안 해왔던 연구의 연장선에 집중할 것”이라며 “사회 안전이라는 주제 하에서 연구를 똑같이 지속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인 첫 막스플랑크연구소 단장 선임으로 국제 연구협력을 확대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 정부는 33년 만에 올해 연구개발(R&D) 예산을 전년 대비 14.6%(약 4조6000억원) 삭감하고 국제 연구협력을 강화할 것을 시사했다. 차 CI는 “막스플랑크연구소에서 유럽연합(EU) 등의 국제기구와 협력할 기회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며 “기존의 한국 연구원들을 연구단으로 데려가는 등의 방식을 통해 한국의 국제 연구협력 확대를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차 CI는 독일로 자리를 옮기지만 KAIST 교수직은 유지한다. IBS CI직은 올해가 마지막이다. 지난해 연구 프로그램을 끝내고 올해 마무리의 시간을 갖고 있었다. IBS 타 연구단과 공동연구는 지속해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차 CI는 “KAIST 교수로 쌓아온 경험에 더해 IBS에서 긴 호흡으로 연구를 지속한 덕에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노도영 IBS 원장은 “IBS는 미래 연구단장을 발굴·육성하기 위해 젊은 연구자를 선정해 독립 연구를 지원하고 있다”며 “이 제도로 발굴한 연구자가 막스플랑크 연구소 단장으로 초청받은 것에 대해 매우 기쁘게 생각하며 한국과 독일의 국제 연구 교류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광형 KAIST 총장은 “KAIST가 키워낸 차 교수의 행보는 국제화에 좋은 롤모델이 된다” 며 “계속해서 KAIST 학생, 동료와 협업할 수 있도록 겸직을 비롯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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