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K] 세계로 뻗어 나가는 제주올레…앞으로 과제는?
[KBS 제주] [앵커]
제주올레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회복하는 길에서 이제는 세계인이 걷고, 교류하는 길로 자리 잡았는데요.
지난주 연시 기획 제주올레를 취재한 민소영 기자와 이야기를 더 나눠보겠습니다.
민소영 기자, 오랜만입니다.
이번 연시 기획으로 '제주올레'를 재조명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기자]
네, 2007년 9월, 처음으로 길을 낸 제주올레는 지난해 16주년을 맞았는데요.
보통은 10주년, 20주년 단위로 기리다 보니 '제주올레에는 그다지 특별한 한 해가 아니었던 것 아닌가?' 고개를 갸우뚱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2023년은 제주올레길이 세계 각국 트레일과 교류의 폭이 더 넓어진 점에서 의미가 있던 한 해였습니다.
지난해 11월, 코로나19 이후로는 4년 만에 처음으로 제주올레걷기축제가 정상적으로 개최됐고요.
이보다 두 달 전인 지난해 9월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과 '우정의 길' 협약 1주년을 맞아, 제주올레길 1코스에 산티아고 순례길의 상징인 조가비 비석을 세우는 기념행사가 있었습니다.
또, 앞서 2022년은 제주올레를 일본에 수출한 지 10주년이 된 해이기도 합니다.
지난해 11월에는 일본에 두 번째로 수출된 올레길인 미야기올레의 새로운 코스 개장식이 열리기도 했습니다.
2022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코로나19 상황이 완전히 해소되진 않아서, 관련 내용을 현지에서 취재해 시청자 여러분께 소개해 드릴 기회가 여의치 않았는데요.
지난해 제주올레와 얽힌 여러 가지 행사를 계기로, 세계로 뻗어 나가는 제주올레를 재조명해 보자는 의미에서 몇 달간 취재해왔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10여 년 전에 제주올레길이 만들어지고 나서 전국적인 '걷기 열풍'이 불었던 게 기억이 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만 잘 알려진 줄 알았는데, 지난주 보도를 보면, 제주올레가 세계적으로도 보폭을 넓혀왔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는데요.
어떻습니까?
[기자]
네, 시청자 여러분께서도 잘 아시다시피 16년 전, 제주올레길이 만들어지면서 그야말로 전국에 '걷기 열풍'이 불었죠.
오로지 올레길을 '걷기 위해서', 제주에 며칠, 몇 주, 몇 달씩 머무는 장기 체류 여행자들이 생겨난 것을 비롯해 개별 관광, 마을과 재래시장 탐방 등 제주여행 문화 자체를 바꾸기도 했는데요.
제주올레는 '걷는 길'의 범위를 넓히기도 했습니다.
세계의 걷는 길에 세 가지 유형이 있는데요.
한 가지 유형은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이나 일본 시코쿠 88개 사찰을 도는 오헨로(お遍路)와 같이, 종교적인 목적으로 만들어진 길입니다.
또 다른 한 가지는 미국 동부를 종단하는 애팔래치안 트레일, 영국 내셔널 트레일, 캐나다 브루스 트레일 등 자연 속을 걷는 길이 있는데요.
2차 세계대전 이후 경제성장기를 거치면서 각종 개발사업으로 자연이 훼손되고 사라지는 것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자연 속을 걷는 길을 내기 시작한 것에서 출발합니다.
마지막 유형이 바로 '제주올레'와 같은 길로, 제주올레가 사실상 처음 시작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하는데요.
제주올레는 태생부터 '걷는 사람들을 위해서' 설계된 길이라는 것이 다른 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연 속 길을 걸으면서 자신을 스스로 들여다보기도 하고, 몸과 마음을 치유하기도 하고, 마을을 둘러 지나가면서 물도 마시고 밥도 사 먹고, 사람들과 소통하기도 하고요.
관광 목적으로 만들어진 건 아니었지만, 마을과 자연을 연결하고 많은 사람이 찾다 보니, 자연스레 관광 자원화가 된 사례입니다.
이 같은 올레길이 브랜드가 되어, 일본 규슈와 미야기현, 몽골에 각각 수출된 것이고요.
일본 미야기올레가 타이완 인기 하이킹 트레일인 단란고도와 '우정의 길'이 되기도 했는데요.
제주올레를 매개로 탄생한 새로운 길이, 세계 다른 길과 우정을 맺은 것입니다.
2010년 전 세계의 트레일, 즉 도보여행길 관련 기관과 단체를 한데 모아 정기적인 회의를 처음 열기 시작한 것이 제주올레라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이 회의를 계기로 세계 최초의 트레일 국제기구인 '월드 트레일즈 네트워크'가 발족했고, 올해는 캐나다에서 회의가 열릴 예정입니다.
[앵커]
저도 이번 보도를 보면서 일본과 몽골에 올레길이 수출돼 운영 중이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됐는데요.
이렇게 각 지역에서 자리 잡은 올레길로부터 제주올레가 새롭게 배울 점도 있을까요?
[기자]
네, 외곽지역 마을 구석구석을 돌고, 숲길도 걷고, 시내 상점가를 지나며 쇼핑과 구경도 할 수 있는 올레길 체계를 그대로 이식한 것이 일본 규슈 올레와 미야기 올레입니다.
일본에 수출된 올레길은 올레길이 있는 해당 지자체에서 길과 그 주변을 유지 관리하고, 각종 걷기 행사도 개최합니다.
매년 가을 열리는 제주올레걷기축제처럼 일본 규슈에서도 철마다, 코스별로 걷기 축제를 열고 있었는데요.
특히, 일본 규슈올레 제1호인 다케오 코스에서 열리는 아기자기한 행사가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지난해 12월에 저희가 취재한 '크리스마스 올레 축제'의 경우엔 참가자들에게 산타 모자를 나눠주고, 다 같이 빨강 모자를 쓰고 올레길을 걷는 모습이 재밌었습니다.
미리 크리스마스 주제에 맞춰서 의상이나 안경, 모자 등 각종 장신구를 준비해 와서 즐겁게 걷기에 참여하는 일본인도 많았고요.
크리스마스뿐만 아니라 동네 과자점과 함께하는 '초콜릿과 케이크 등을 먹으며 걷는 올레길' 등, 테마파크에서 선보일 법한 다양한 주제로 지자체에서 '올레 걷기 한마당'을 열고 있습니다.
실제로 일본 다케오시는 일본의 한 테마파크에서 장기간 일한 축제 전문가가 공무원으로 채용돼, 지역 축제 기획 등 관광 관련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2012년 일본 규슈 지역이 올레길을 도입한 이유는 당시 동일본대지진으로 급감한 한국인 관광객을 다시 끌어모으기 위함이었는데요.
2022년까지 11년간 56만 8천여 명이 규슈올레를 걸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초창기에는 규슈올레를 걸은 한국인 수가 더 많았지만, 이후에는 일본인 이용객 수가 한국인보다 훨씬 많아질 만큼, 현지에서도 사랑받는 길로 자리를 잡은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밖에도 지역 소방서와 협력해서 올레길 주요 지점에 번호를 지정해, 해당 위치에서 119로 신고하면 구급차가 즉각 출동하는 시스템을 갖춘 지역도 있었는데요.
지자체의 관심과 노력에 따라 올레축제의 질, 올레길의 유지 관리 정도도 다르다는 점 역시 눈에 띄었습니다.
또, 한국에서는 옛날 것이 많이 버려지고, 사라지는 것이 많은데, 일본과 몽골의 경우 역으로 전통을 잘 고수한 것이 새로운 가치와 자산이 되고 있다는 점도 우리나라가 배워야 할 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앵커]
그렇군요.
제주올레가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는 만큼, 해마다 제주올레를 찾는 외국인도 해마다 늘고 있다면서요.
[기자]
네, 사단법인 제주올레 통계자료를 보면, 지난 16년 동안 천만 명 이상이 제주올레길을 걸었고요.
지난해 말 기준, 2만 2천여 명이 제주올레 전 구간을 완주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지난 몇 달간 제주올레를 취재하면서 느낀 것은, 제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늘었고, 올레길을 걷는 외국인도 확실히 눈에 많이 띈다는 점입니다.
지난 10월 올레길 완주를 위해 단체로 여행을 온 호주 여행객도 취재 중에 마주칠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제주올레걷기축제 외국인 참가자만 14개국 150명을 넘었는데요.
이는 참가 신청자에 한한 숫자라서, 참가 신청 없이 걷기에 참여한 외국인까지 합치면 그 수는 더 많을 것으로 추산됩니다.
[앵커]
외국인들이 제주로 오려면 아무래도 인천, 부산 등을 거쳐서 와야 하는 경우가 많을텐데, 외국인 관광객 유치가 쉽지는 않을 것 같기도 하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제주를 잇는 국제선 하늘길이 부족한 것이 아쉬운 대목인데요.
여기에 일본에서 제주로 향하는 여행객을 위한 관광상품 개발 필요성도 있어 보입니다.
규슈 올레를 취재하면서 만난 일본인 올레꾼 대부분이 '원조 올레'를 걸으러 제주에 가보고 싶지만, 직항편이 없어 시간 제약이 큰 데다가, 여행 상품도 없다는 점을 제주 여행의 장벽으로 꼽았는데요.
규슈는 한국인이 많이 찾는 인기 여행지이기도 하죠.
규슈가 지리적으로 우리나라와도 가장 가깝고, 한국에 친근감을 가지고 있는 지역인 만큼, 규슈에서 제주로 향하는 일본인 여행객 수요를 끌어낼 방안 모색 역시 필요해 보입니다.
[앵커]
네, 코로나19 이후 제주가 관광시장을 더 넓혀나갈 수 있길 기대해 봅니다.
민소영 기자, 수고하셨습니다.
민소영 기자 (missionalist@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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