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재판’ 판사 줄사표 왜…“정치인 재판, 골병드는 지름길” 법조계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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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의 판결을 두고 법관 개인을 향한 과도한 비난과 공격이 잦아지면서 판사들이 심한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을 맡는 형사합의부는 기피 대상이 된 지 오래고 심리적으로 위축된 판사들은 재판에 집중하기 어렵다고 호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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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 향한 과도한 비난 지목
일부 판사들 고발 당하는 사례도
“형사합의부 모두가 기피하는 부서
재판부 지킬 방안 마련해야“
“부패·선거 사건을 기피하는 분위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판사를 찾기가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판사들이 사건을 억지로 맡는 경우가 생기고 의욕이 떨어지면 재판이 늘어지는 결과로 이어진다.” (수도권 지역 B 판사)
법원의 판결을 두고 법관 개인을 향한 과도한 비난과 공격이 잦아지면서 판사들이 심한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을 맡는 형사합의부는 기피 대상이 된 지 오래고 심리적으로 위축된 판사들은 재판에 집중하기 어렵다고 호소한다. 재판 지연의 또 다른 원인으로 과도한 정치팬덤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선거법 재판’을 심리한 서울중앙지법34부 강규태 부장판사가 법관 정기인사를 앞두고 사직서를 냈다. 대장동 관련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김상일 형사1단독 부장판사도 사표를 제출했다. 재판 결과를 놓고 판사를 심하게 비난하거나 위협하는 일이 일상이 된 가운데, 이같은 분위기가 두 판사의 사직에 영향을 준 것 아닌가하는 추측이 나온다.
정치인 재판을 하는 판사에게 가해지는 압박과 공세는 점점 강해지고 있다. 어떤 판결을 내리더라도 반드시 한편에서는 ‘적’으로 찍힐 수 밖에 없다. 그 와중에 일부 판사는 법리보다 개인의 정치 신념을 앞세운 듯한 판결로 사법부의 권위를 스스로 실추시키기도 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지난해 인사청문회에서 “특정한 이념이나 이해관계에 기초해 합리적 이유 없이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하려 하는 사회 일각의 분위기는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국법관대표회의도 지난달 4일 열린 회의에서 ‘사법권의 독립을 침해하는 공격 행위에 대해 법원 차원에서 대응한다’는 안건을 통과시킨 바 있다.
수도권 지역의 한 부장판사는 “형사합의부라면 판사들이 일단 피하고 본다”며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는 소명 의식 없이는 못 하는 자리가 됐다”고 전했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재판은 고도의 심리적 작용이 요구되는 행위인데 일부 극단적인 주장들이 판사들의 집중력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된다”고 토로했다.
법원도 판사들을 향한 무분별한 공격에 형사고발로 맞서며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법원행정처는 최근 이재명 대표 구속영장을 기각한 유창훈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를 비방하는 내용의 현수막을 게시한 보수 시민단체를 경찰에 고발했다. 한 법조인은 “이제라도 법원 수뇌부가 판사를 향한 외부의 공격이 있을 때 적극적인 방패가 되어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법원이 모든 공격에 일일이 대처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고법 판사는 “법관독립 침해에 대응할 기구를 만들자는 논의는 과거에도 있었지만 판결에 대한 건전한 비판마저도 막는 것 아니냐는 부담이 있고 법원이 스스로 나서기는 한계가 있다”며 “변호사 단체 등 법조계 전체가 목소리를 내준다면 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부담이 되는 재판을 맡은 판사에겐 확실한 보상이 주어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판사들이 부담감을 감수하고 법원에 기여할 유인을 만들어줘야 재판 지연이 해결된다는 분석이다. 김명수 대법원장 시절 폐지된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제도가 일종의 유인책이었고, 과거엔 서울중앙 형사합의부장을 해야 고등 부장으로 승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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