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 KT&G 사장 공모···백복인 4연임 걸림돌 5가지

박시진 기자 2024. 1. 9.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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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후 6시 사장 지원 접수 마감
20년 만에 공모···우선 심사제 폐지
재임 기간 실적·주가 하락은 부정적
'백기사' 外人 가능성···우호 지분 확보
기업은행·국민연금 향방따라 변수로
백복인 KT&G 사장. /사진제공=KT&G
[서울경제]

KT&G 주주 간 불협화음이 1년 만에 다시 커지고 있다. 지난해 사외이사, 감사위원 선임 등을 두고 주주총회에서 갈등이 불거진 데 이어 이번에는 차기 사장 선정을 앞두고 각자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다. 백복인 현 사장의 4연임 가능성이 세간의 관심사로 떠오른 가운데 일부 주주들이 백 사장의 성과와 경영 방식 등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KT&G는 20년 만에 공모 방식으로 절차를 변경하며 최대한 투명하게 진행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며 잡음을 없애기 위해 애쓰고 있다.

9일 KT&G에 따르면 차기 사장 후보 공개 모집 서류를 오는 10일 오후 6시까지 접수 받는다. 이후 지배구조위원회가 후보를 추리고, 사장후보추천위가 심층 면접 등을 거쳐 최종 후보를 고른 뒤 주주총회에서 의결한다. 지배구조위원회는 현 사외이사 6명 중 5명으로 꾸려졌다. KT&G의 이번 차기 사장 선정 절차는 공모 방식으로 진행한다. 아울러 지난해 ‘현직 사장 우선 심사제’를 폐지해 내부나 외부에서 누구나 지원 가능하게 변경했다.

KT&G 인도네시아 공장 전경. /사진제공=KT&G

관심은 백복인 사장의 연임 여부다. 백 사장은 1993년 KT&G 전신인 한국담배인삼공사에 공채 평사원으로 입사해 23년 동안 전략, 마케팅, 글로벌, 생산·R&D 등 요직을 거쳤다. 터키 법인장, 마케팅 본부장, 전략기획본부장 등을 역임하다 KT&G 민영화 이후인 2015년 10월 취임했다.

백 사장은 취임 직후 국내 궐련 시장이 정체기로 접어들었다는 점을 미리 인지하고 글로벌 진출 확대에 나섰다. 궐련현 전자담배로 발빠르게 전환했고, 필립모리스 인터내셔널(PMI)과 파트너십을 강화하며 해외 시장을 공략했다. KT&G는 터키, 대만, 카자흐스탄, 인도네시아 등 5곳에 법인을 두고 있고, 4곳에 생산공장을 마련했다. 지난 2022년 KT&G는 창사 이래 매출 5조 시대를 열며 2027년까지 글로벌 매출 비중을 50% 이상 확대하고, 전체 매출 10조를 달성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그는 2018년, 2021년 두 차례 연임에 성공했다. 하지만 4연임은 굉장히 이례적인데다 일부 주주들은 4연임을 할 만큼의 성과는 내지 못했다고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①60% 가진 소액 주주 부정적···외국인 투자자는 우군 가능성

새 인물을 원하는 주주들이 백 사장 연임을 반대하는 이유는 뭘까. 우선 KT&G의 주주 구성을 살펴보면 미국 투자자문사인 퍼스트 이글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가 7.31%로 가장 많은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이어 IBK기업은행(7.11%), 국민연금공단(6.36%), 프랭클린뮤추얼(5.00%)를 갖고 있다.

사장 숏리스트에 오른 후보 안건이 주주총회 의결사항이다 보니 주주들의 의중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주요 주주들을 비롯해 소액주주까지 우호지분을 많이 확보한 후보가 최종적으로 선정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지난해 반기 기준 KT&G의 소액주주 비중은 60.36%다. 이는 외국인 투자자와 국내 투자자를 모두 합한 지분율이다.

지난해 3월 대전시 대덕구 KT&G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KT&G 정기주주총회 현장 모습./사진=KT&G

먼저 외국인 투자자의 비중이 높다는 것은 백 사장에게 긍정적이다. 이날 기준 KT&G의 외국인 지분율은 42.72%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기업의 배당 정책을 중요시 여기기 때문에 백 사장의 주주환원정책에 꾸준히 찬성 입장을 보내왔다. 주주 간 갈등이 불거질 때 마다 백 사장의 우군으로 나섰다.

실제로 지난 2018년 백 사장의 2연임 당시 기업은행은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에서 ‘경영 참여’로 바꾸며 반대에 나섰지만, 당시 50%가 넘는 지분을 들고 있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백 사장 편에 서면서 연임이 이뤄졌다. 특히 프랭클린뮤추얼은 과거 2006년 KT&G의 최대 주주에 오르며 주총에서 ‘백기사’ 역할을 맡았다.

하지만 개인 투자자들의 여론은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 KT&G는 지난 해 11월 ‘Value Day 2023’에서 2조8000억원의 주주환원을 시행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하며 주주 달래기에 나섰다. 3년 간 배당 1조8000억원, 자사주 매입 1조원을 지급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여전히 개인 주주들은 주가 하락 책임을 물어 백 사장의 연임을 반대하고 있다.

②재임 기간 중 실적 하락···영업이익 6년 만에 2000억원 감소

반대 측이 내세우는 또 다른 이유는 실적 하락이다. 2015년 백 사장이 3연임에 성공한 뒤 2016년 영업이익은 1조4688억원 수준이었다. 그러나 지난 2022년 1조2676억원으로 감소한 데 이어 지난해에도 증권가 컨센서스 기준 1조17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올해는 작년과 비슷하거나 더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화투자증권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1조1490억원으로 전년 대비 9.3% 줄 것으로 예상했고, 삼성증권은 1조1700억원으로 7.7% 감소를 전망했다. 신한투자증권 역시 1조1690억원으로 7.8% 축소를 예측하며 줄줄이 영업이익이 줄어들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지난해 KT&G의 시장 점유율이 처음으로 소폭 하락했다”며 “올해 담배 가격 인상에 대한 가능성이 있을 경우 회사 마진율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③코스피 약 30% 올랐지만···주가는 20% 내려

주가 역시 하락세다. 2015년 10월 10만9000원대였던 주가는 이날 기분 9만원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약 17.4%가 하락한 셈이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약 28% 오른 것과 비교하면 역행하는 결과다.

KT&G 대표 담배 '더 원'./사진제공=KT&G

특히 국내 궐련형 담배 시장이 정체되며 실적에도 영향을 미쳤다.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 규모는 매년 성장세를 보였지만, 상대적으로 궐련 담배 시장은 정체되고 있는 추세다. 이에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KT&G의 궐련 수요는 2~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잎담배 원가 부담,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 부진,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투자 문화 확산’과도 무관치 않다는 설명이다.

④계속되는 행동주의펀드의 반대···제보 위한 오픈채팅방도

행동주의펀드 FCP 역시 “말장난 밀실 투표”라며 강도 높은 비판에 나섰다. FCP는 "지배구조위원회, 사장후보추천위원회, 이사회 등 3단계 기구 모두 백 사장 임기 내 선임된 사외이사로 구성된 사실상 동일한 집단”이라며 “인선자문단이니 외부 전문가니 하면서 가장 중요한 최종 후보 선정은 결국 이사회 단독 결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8일에는 카카오톡 익명 채팅방인 ‘FCP 제보 센터’를 개설해 의견을 접수 받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회사 측은 “사외이사 선임 여부도 주주총회 의결 사항”이라며 “이사회가 단독으로 결정할 사항이 아니다”라며 반박에 나섰다.

⑤기업은행·국민연금 행보 주목···변수로 작용할 수도

국민연금과 기업은행의 입장도 큰 변수다. 기업은행은 최대 주주가 기획재정부(59.5%), 국민연금은 보건복지부 산하 기관이다. 정부의 입김이 크게 작용할 수 밖에 없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금융위원회 보고 당시 “소유 분산 기업은 스튜어드십 코드가 작동돼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KT&G와 마찬가지로 소유분산기업인 KT와 포스코는 이미 수장의 연임 과정에서 큰 풍파를 겪었다. 국민연금은 포스코, KT의 대표 연임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냈다. “공정하고 투명한 기준”을 언급하며 반대 입장을 표명해 연임을 무산시켰다. 특히 지난해 7월 KT&G의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에서 ‘일반 투자’로 변경하며 의결권 적극 행사를 알리기도 했다. 이런 점에서 업계에서는 국민연금이 KT&G에 대해서도 유사한 스탠스를 취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국민연금공단 전경. /사진제공=국민연금공단

일각에서는 지난해 주총 대립 시 국민연금은 FCP가 제시한 주주 제안에 모두 반대의견을 내놓고, KT&G이사회의 손을 들어준 만큼 백 사장의 편에 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백 사장의 연임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지만, 선정 절차에 참여할 경우 적지 않은 잡음이 예상된다”면서도 “기업은행은 과거 KT&G와 사외이사 선임을 놓고 대립한 이력이 있어 지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KT&G 관계자는 "이번 선임절차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강화하기 위해 완전개방형공모제를 실시했으며, 공모 결과에 대해서도 투명하게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시진 기자 see120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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