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획기적 법안 통과"…외신이 본 韓 '개 식용 금지법'

'개 식용 금지법'이 9일 국회 문턱을 넘은 가운데 한국이 개 식용 문화의 종식을 알렸다고 주요 외신들이 일제히 보도하고 나섰다.

미 CNN은 "수년간의 논쟁 끝에 전통인 동시에 논란이 있는 개고기 식용 관행이 종식됐다"며 "이 법안은 한국의 분열된 정치 환경에서 보기 드물게 초당적인 지지를 받았으며, 한국의 급속한 산업화 과정 속에서 개 식용에 대한 태도가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이어 "한국에서는 개고기가 여름철 더위를 이기는 데 도움이 되는 음식으로 여겨져 왔다. 빈곤율이 훨씬 높았던 시절에는 값싸고 쉽게 구할 수 있는 단백질 공급원이었다"며 "그러나 최근 수십 년 동안 동물권 운동가들을 중심으로 개 식용 관행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져 왔으며, 개를 반려하는 인구가 늘면서 개고기를 먹는 한국인의 수도 급격히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로이터통신도 "개고기는 한때 여름철 보양식이었지만, 반려동물이 늘고 개를 도살하는 방식에 대한 비판이 커지면서 일부 노년층만 먹는 '희귀한' 음식이 됐다"고 전했다.

AP통신은 "동물 권리와 국제적 이미지에 대한 우려로 인해 개 식용을 금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급격히 커지면서, 한국 국회는 개고기의 생산 및 판매를 금지하는 획기적인 법안을 통과시켰다"고 보도했다.

외신들은 개 식용 금지법 통과 배경에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강력한 의지가 있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김 여사가 법안 처리를 촉구했다는 점에서 이른바 '김건희법'으로 불리기도 했다. BBC는 "윤 대통령과 김 여사는 동물 애호가로 유명하다. 반려견 여섯 마리를 키우고 있으며 개 식용 관행을 중단할 것을 촉구해왔다"고 전했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에서 '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안' 통과시켰다. 해당 법안은 식용을 목적으로 개를 도살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 사육·증식·유통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법이 공포되면 그 즉시 식용 목적 개의 사육농장과 도살·유통·판매 시설을 신규 또는 추가로 운영하는 행위가 금지된다. 다만 '사육·도살·유통·판매 등의 금지'를 위반할 때의 벌칙 조항은 법안 공포 3년이 지난 뒤부터 시행하도록 유예기간을 뒀다.

박가영 기자 park0801@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