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부민원⑬ "꼼수 쓰다가 도망"...'청부민원' 회의장에 돌아오지 않는 류희림

박종화 2024. 1. 9.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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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 위원장의 ‘청부 민원' 의혹이 방심위 근간을 흔들고 있는 가운데 최근 일주일간 전체회의 두 차례 등 3번의 방심위 회의가 모두 파행으로 끝났다. 방심위가 사실상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방심위는 지난 3일 야권 추천 위원들이 ‘청부 민원' 관련 안건을 상정해 임시 전체회의를 개최하기로 했으나 류희림 위원장이 같은 시간 직원들과 점심 약속을 잡고 회의에 참석하지 않아 회의 차체가 아예 열리지 못했다. 어제(1월 8일) 열린 2024년 첫 정기 전체회의는 정회를 거듭하다 위원장과 여권 측 위원들이 회의장을 빠져나간 뒤 돌아오지 않아 결국 파행으로 끝났다. 오늘(9일) 열린 방송소위도 류 위원장과 일부 위원간의 갈등으로 파행 운영됐다.

류희림 위원장을 중심으로 사진 오른쪽에는 황성욱, 허연회, 윤성옥 위원이, 왼쪽에는 옥시찬, 김우석, 김유진 위원이 배석했다.

1월 8일 전체회의에는 류희림 위원장의 ‘청부민원’ 의혹을 직접 다루는 세 개의 안건이 상정돼 있었다. 류 위원장의 ‘청부민원’ 의혹 진상규명과 방심위 신뢰 회복 방안 등이다.

안건 ‘마’, ‘바’, ‘사’가 류희림 위원장의 ‘청부민원’ 의혹 관련 안건이다.

회의 비공개 여부조차 ‘밀실’ 논의… 왜? “회의록에 안 남기려고”

그러나 류희림 위원장은 오후 3시에 회의가 시작되자마자 ‘청부민원’ 관련 안건을 두고 “공개적으로 논의할 경우 민원인에 대한 명예를 훼손하거나 정당한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고, 현재 감사 중이므로 공정한 업무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라며 회의를 “비공개로 논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회의 비공개 여부를 “회의장 건너편 접견실에서 논의하자”라고 덧붙였다.

야권 추천 김유진 위원은 "보통 회의 시작 전에 회의 공개/비공개 여부를 묻는데, 이것조차 밀실에서 논의하자고 하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공개/비공개 여부 논의 과정에서 ‘청부 민원’ 의혹이 거론될 수 있으니 논의 내용 자체를 감추고 기록으로 남기는 것을 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다.

류희림, ‘청부민원’ 안건 비공개 기습 의결…야권 위원 반발

야권 추천 위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류 위원장과 여권 추천 위원들은 회의장을 떠나 접견실로 이동했다. 20여 분 뒤 돌아온 류 위원장은 “회의 비공개 여부를 표결로 결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표결’은 4대 3인 방심위원 구도상 형식적 절차에 불과했다. 류 위원장과 여권 추천 황성욱, 허연회, 김우석 위원은 ‘청부민원’ 의혹과 관련한 3건의 안건을 모두 비공개로 논의하겠다고 의결했다. 

이에 대해 야권 추천 옥시찬 위원은 미리 준비해 온 입장문을 읽기 시작했다.

누구의 잘못으로 시작이 되었든 간에 이미 방심위의 권위는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무너졌습니다. ...다만 구성원이 궁금해하고 온 국민이 궁금해하고 있는 ‘청부민원’ 심의가 어떻게 이루어졌고 그 실체가 무엇인지 당사자인 방심위 차원에서의 진상조사는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현재 방심위의 위기사항은 방심위원 몇 명만의 힘만을 가지고 대처하기에는 그 크기를 짐작조차 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본 위원의 판단입니다. 방심위가 앞으로 없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 옥시찬 위원 발언 중

항의가 이어지자 류 위원장은 또다시 정회를 선포해 옥 위원의 발언이 회의록에 남는 것을 막았다. 류 위원장은 정회와 함께 여권 측 위원들과 회의장을 떠난 뒤 아예 돌아오지 않았다. 폐회 선언도 없이 회의가 끝나버린 것이다. 방심위 사상 초유의 일이다. 이에 대해 김유진 위원은 “류 위원장이 자신에게 불리한 안건을 처리하지 않기 위해서 꼼수를 쓰다가 제동이 걸리니, 안건 처리를 회피하고 도망간 것”이라고 평가했다.

“본인 의혹이므로 안건 심의 회피해야”

야권 추천 위원들은 류 위원장이 ‘청부 민원’ 의혹 안건 회의 비공개 여부 결정을 포함해, 이 안건을 심의하는 회의에도 제척돼야 한다고 말했다. 류 위원장의 가족과 친인척, 전 직장 동료 등 수십 명이 백여 건의 민원을 조직적으로 제기한 의혹이 나왔기 때문이다.

방심위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14조에는 위원이 해당 사안의 당사자이거나, 해당 사안의 대상이 된 처분 또는 부작위에 관여한 경우 그 직무집행에서 제척된다는 규정이 있다. 야권 추천 윤성옥 위원은 “위원장이 당사자”라며 “현장에서 갑자기 (‘청부민원’ 안건을) 비공개로 밀어붙이는 것은 이를 논의하는 것 자체가 위원장에게 불리하다고 판단해서 그러는 것 아니냐”며 류 위원장이 안건 심의에서 빠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월 3일, 류희림 위원장이은 방심위 임시 전체회의에 불참했다. 대신 서울 서초동 모 음식점에서 취재진에게 포착됐다.

지난 3일에도 야권 위원들의 ‘청부 민원’ 관련 회의 개최 요구로 방심위 임시 전체회의 개최가 예정돼 있었다. 그런데 류희림 위원장은 이날 방심위 서초동 사무실 직원들과 점심 약속을 잡고 회의에는 나타나지 않았다. 전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온 야권 방심위원들은 회의를 시작하지도 못 한 채 돌아가야 했다.

지난 1월 5일, 민주당은 류희림 위원장을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출처=news1)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5일 류희림 위원장을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류 위원장이 가족 민원을 인지하고 심의에 계속 참여한 것은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소지가 크고, 공익신고자 색출을 위한 내부 감사를 지시한 것은 명백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이라며 엄정한 수사를 촉구했다.

뉴스타파 박종화 bell@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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