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합시다] ‘10억 원’으로 통일, 이상한 도로 예산

KBS 2024. 1. 9.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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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용돈 기입장' 한 번쯤은 써보셨을 겁니다.

그때 이렇게 작성한 적 있으십니까.

공책 1,000원, 연필 1,000원, 가위 1,000원, 지우개, 색종이 다~ 1,000원.

엉터리 티가 너무 나서 혼나지 않았을까요.

올해 정부 예산에도 비슷한 문제가 있습니다.

범인은 도로 예산입니다.

보시는 도로와 지방도는 총 13개인데요.

'모두 정확히 10억 원'씩 예산이 배정됐습니다.

도로마다 길이도, 환경도 다를 텐데 일원 단위까지 똑같습니다.

공통점은 하나 더 있습니다.

정부 예산안에는 없다가 모두 국회에서 증액됐습니다.

지역별로 세 보니까, 경북 5곳, 전남, 충북, 강원 각 2곳, 경기, 세종 각 1곳.

지역 안배라고 볼 수도 있지만, '나눠먹기'라는 의심도 듭니다.

비슷한 사례는 더 있습니다.

지역 철도 사업 3건이 정확히 20억 원씩 증액됐고, 30억 원 증액으로 통일한 사업도 4건입니다.

사업 특성을 제대로 따졌다면 이런 금액 통일이 가능할까요.

책정 경위를 확인할 길도 없습니다.

아무 기록이 남지 않는 이른바 '소소위'에서 결정됐습니다.

'용돈도 이렇게는 안 쓸 텐데' 라는 생각이 듭니다.

짚어볼 대목 하나 더 있습니다.

총선이 다가온 요즘 '타당성 용역 따냈다' 식의 정치 현수막, 부쩍 늘었다는 점 느끼실 겁니다.

수백, 수천억이 드는 본 사업은 곤란하지만, 타당성 연구는 비용이 적습니다.

정부는 지역구 의원들에게 수억 원씩 일종의 선물을 주고, 의원들은 현수막 홍보꺼리를 얻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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