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같았는데" 눈시울 붉힌 클린스만 감독..."베켄바우어, 월드컵 우승 꿈 이뤄주신 분"

고성환 2024. 1. 9.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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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현역 시절 위르겐 클린스만과 프란츠 베켄바우어 감독.
[사진] 바이에른 뮌헨 소셜 미디어.
[사진] 프란츠 베켄바우어의 별세에 애도를 표한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 대한축구협회 제공.

[OSEN=고성환 기자] "나에게는 매우 슬픈 날이다."

위르겐 클린스만(60)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카이저' 프란츠 베켄바우어의 별세를 추모했다. 

베켄바우어는 향년 78세의 나이로 눈을 감았다. 독일 '빌트'는 9일(한국시간) "독일 축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축구 선수 베켄바우어가 7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라며 "그는 선수이자 감독으로 월드컵을 모두 들어올린 인물"이라고 전했다.

베켄바우어는 '카이저'라고 불리는 독일 축구 최고의 레전드이다. 바이에른 뮌헨 시절 총 4회의 분데스리가 우승을 이끌었으면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의 전신인 유러피언컵 3연패를 이끌었다.

독일 대표팀에서도 위대한 발자취를 남겼다. 그는 1974년 서독 월드컵에서 주장 완장을 찼고, 요한 크루이프의 네덜란드를 꺾으며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세계 최고로 평가받던 크루이프를 꺾은 베켄바우어는 "강한 자가 이기는 게 아니다. 이기는 자가 강한 것"이라는 명언을 남겼다.

독일뿐만 아니라 세계 축구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베켄바우어다. 그는 1972년과 1976년 발롱도르를 두 차례나 수상했다. 그가 공격수나 미드필더가 아닌 수비수로 뛰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위대한 업적이다. 베켄바우어는 수비수임에도 공격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최고의 '리베로'로 활약하면서 유일하게 발롱도르를 두 번 받은 수비수로 이름을 남겼다.

[사진] 바이에른 뮌헨 소셜 미디어.
[사진] 바이에른 뮌헨 소셜 미디어.
[사진] 바이에른 뮌헨 소셜 미디어.

베켄바우어는 은퇴 이후 지도자의 길을 걸었다. 그는 1984년 서독 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했고, 1990년 감독으로 독일 대표팀의 우승을 이끌면서 선수와 사령탑으로 월드컵 우승을 모두 차지한 전설이 됐다.

베켄바우어는 월드컵을 정복한 뒤 행정가로 변신했다. 그는 1990년대 바이에른 뮌헨의 전성기를 이끌었고, 2000년대에는 독일축구협회에서 일했다. 그는 2006년 독일 월드컵 유치를 이끌면서 조직위원장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하지만 개인사 문제로 말년에는 큰 고통을 겪었다. 2015년 아들 스테판 베켄바우어가 뇌종양으로 일찍 세상을 떠났고, 베켄바우어 본인 역시 건강 악화로 인해 실명 등을 겪었다. 그는 파킨슨 병과 심장 문제, 치매 등 여러 질환으로 고생하며 2019년 이후로는 미디어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결국 베켄바우어는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빌트는 "독일 축구의 가장 위대한 축구인이 세상을 떠났다. 그는 이제 가족의 품에서 잠이 들었다"라고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온 축구계의 추모가 이어졌다. 베켄바워의 후배이자 또 다른 독일 레전드 로타어 마테우스는 "베켄바워의 사망 소식은 큰 충격이다. 그의 사망은 독일뿐 아니라 축구계에도 큰 손실"이라며 "그는 선수와 감독뿐 아니라 그라운드 밖에서 사람으로서도 위대했다"고 떠올렸다. 마테우스는 1984년부터 1988년, 1992년부터 2000년까지 바이에른 뮌헨에서 활약했다.

바이에른 뮌헨의 또 다른 명예회장이자 그의 친구였던 울리 회네스 회장은 "우리 팀 역사상 구장 위대한 사람이다"라면서 "선수이자 코치이자 회장으로서 그리고 남자로 절대 잊을 수 없는 사람"이라고 명복을 빌었다.

또한 회네스 회장은 "세상에 어떤 사람도 베켄바우어와 비교할 수가 없다. 아마 나는 나중에 사람들에게 '카이저'의 플레이를 봤다고 말할 수 있다"라면서 "그는 내 친구이다 동반자이자 모두에게 축복 같은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도 추모 행렬에 동참했다. 그는 소셜 미디어에 베켄바워의 현역 선수 시절 사진을 올리며 스페인어로 '고이 잠드소서'라는 뜻의 'Q.E.P.D'를 덧붙였다. 이외에도 해리 케인과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 등 바이에른 뮌헨과 인연이 있는 선수들도 애도를 표했고, 바이에른 뮌헨 구단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카이저와 작별'이라며 베켄바우어의 생애를 조명했다.

클린스만 감독도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대한축구협회에 따르면 그는 9일 오전 훈련 도중 선수들에게 "오늘이 나에게는 매우 슬픈 날이다. 베켄바우어 감독님은 나에게 월드컵 우승이라는 꿈을 이루게 해주신 분이고 축구뿐만 아니라 인간적으로 오늘의 나를 성장시켜준 나에게 매우 중요한 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클린스만 감독은 "오늘 하루가 너무 힘들겠지만 여러분들과 이 슬픔을 같이 극복하고자 한다. 오늘도 우리 최선을 다해서 훈련에 임하자"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1990년 월드컵에서 베켄바우어 감독의 지도 아래 월드컵 정상에 올랐던 만큼, 감정을 추스리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끝으로 클린스만 감독은 "나뿐만 아니라 안드레아스 쾨프케 코치에게도 아버지 같은 분이다. 1990년 독일 월드컵 우승을 거둘 때 아주 중요한 분이셨다. 한 시대를 풍미한 선수였고, 독일에서 누구보다 리더였다. 어른이자 아버지 같은 존재였다"라며 "축구를 떠나 스포츠 역사상 이렇게 카리스마 있는 분이 없었다. 우리 세대에게 멘토 같은 분이었다. 아주 소중한 분을 잃은 걸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마음이 아프다"라고 진심을 전했다.

한편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다가오는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우승에 도전한다. 현재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훈련 중이며 10일 오후 결전지 카타르에 입성할 예정이다.

/finekosh@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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