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도 ‘개 식용 종식’ 주목…“한국 정치서 드물게 초당적 합의”

[애니멀피플]
뉴욕타임스·BBC·CNN 등 보도

‘개 식용 종식 특별법’ 제정안이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세계 주요 언론들이 관련 보도를 전했다. 외신 누리집 갈무리

‘개 식용 종식 특별법’ 제정안이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세계 주요 언론들은 한국이 수 세기 동안 이어온 개고기 취식 관행을 끝냈다며 주목했다. 이들은 특별법의 주요 내용을 소개하며 ‘개 식용’이 과거 궁핍한 시절에는 ‘몸에 좋은 수프’라고 불렸으나, 최근 젊은 층에서는 거의 소비가 없으며 비판 여론이 형성돼 왔다고 짚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이날 ‘한국, 비인기 식품인 개고기를 금지하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오늘날 많은 한국인, 특히 젊은 사람들은 개고기를 먹는 것을 끔찍하게 여긴다. 이번 금지 조치가 통과되면서 한국은 홍콩, 인도, 필리핀, 대만, 태국 등 개고기 거래를 금지하는 다른 아시아 국가에 합류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전날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가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를 소개했다. 어웨어가 실시한 ‘2023 개 식용에 대한 국민인식조사’를 보면, 국민 93%는 앞으로 개고기를 먹을 의향이 없다고 밝혔고, 82%는 개고기를 법적으로 금지하는 것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영국 비비시(BBC)도 “‘보신탕’이라고 불리는 개고기 찌개는 일부 한국 노인들 사이에서는 진미로 여겨지지만, 더는 젊은이들에게는 인기가 없다”면서 세대 간 격차가 크다고 평가했다. 비비시 한국 주재 기자는 이날 서울의 개고기 식당에서 만난 80대 시민은 개고기 금지에 실망을 표했지만, 20대 학생은 금지 조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고 전했다.

외신들은 이번 특별법 제정 배경에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지지, 여야의 초당적 협력이 있었다고도 보도했다. 미국 시엔엔(CNN)은 “이 법안은 한국의 분열된 정치 지형에서 드물게 초당적 합의를 얻었으며, 윤 정부와 야당이 공동으로 제안한 법안으로 지난 12월 네덜란드 국빈 방문 당시 여러 마리의 개와 고양이를 키우고 있는 김건희 여사로부터 큰 지지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로이터, 엔피알(NPR) 등도 한국의 개 식용 종식 특별법 제정 소식을 전했다.

국제동물보호단체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HSI)도 환영 성명을 내놨다.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 키티 블록, 제프 플로켄 공동대표는 “한국의 고통스러운 개 식용 산업을 종식시킨 기념비적인 날이다. 우리는 한국의 개농장을 방문하며 절망적인 환경에 처한 수많은 동물을 만났다. 감사하게도 그 고통의 시간의 끝을 알리는 역사적인 순간이 도래했고, 우리는 앞으로도 한국의 모든 개농장이 사라지는 날까지 도울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개 식용 종식 특별법’은 식용 목적의 개를 사육·도살·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앞으로 식용 목적으로 개를 도살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 사육·증식·유통·판매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게 된다. 다만, 벌칙 조항은 공포 3년 뒤 시행하도록 유예기간을 뒀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