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보신탕 가게 찾아갔다... 외신들 ‘개 식용 금지법’ 실시간 보도

류재민 기자 2024. 1. 9.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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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세기 이어진 관행 종식돼”
9일 BBC 기자가 서울 종로의 한 보신탕 가게 앞을 찾아 '개 식용 금지법' 통과 사실을 보도하고 있다./BBC 유튜브

“‘개 식용 금지법’으로 한국의 오랜 국가적 논쟁이 종식됐다.”(미국 CNN)

9일 본회의에서 식용 목적으로 개를 사육·도살·유통·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한 ‘개 식용 종식 특별법’ 제정안이 통과되자 외신들은 이를 주요 뉴스로 다뤘다. 해외 통신사는 속보를 전했고 신문과 방송도 장문의 기사와 리포트를 냈다. 동양에서 반려동물인 개를 먹는 것과 관련된 내용을 비중있게 보도했다. 한국이 지난 수십년간 논란을 이어오다 마침내 개 식용 금지 결정에 이른 배경을 자세하게 소개했다.

미국 CNN은 뉴스 프로그램을 진행하던 도중 “막 도착한 소식”이라며 속보를 전했다. CNN 기자는 서울의 한 애견 카페를 찾아 “한국에서 개를 식용이 아닌 반려동물로 여기는 문화가 이미 깊게 자리 잡고 있다”며 “이번 입법으로 오랫동안 국가적인 논쟁을 일으켰던 개고기를 먹는 전통이 종식됐다”고 했다. 또 “통과된 법안은 한국의 분열된 정치 지형에도 불구하고 초당적 지지를 얻었다”며 “이는 지난 수십 년 동안 한국의 급속한 산업화 과정에서 개를 먹는 것에 대한 태도가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잘 보여준다”고 했다.

영국 BBC는 서울의 한 보신탕 골목을 찾아 큰 솥에서 탕이 끓는 모습과 함께 한 손님이 맛있게 먹는 장면을 내보냈다. BBC는 “개고기는 일부 한국 노인들 사이에서 진미로 여겨지지만, 젊은이들에게는 거의 인기가 없다”며 “세대에 따라 개 식용 금지법에 대한 의견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왜 전통 음식을 못 먹게 하느냐. 그렇다면 쇠고기도 금지해야 한다’는 80대 남성과, ‘가족과도 같은 개 고기를 먹는 건 좋지 않다’는 20대 여성의 인터뷰를 내보냈다. BBC는 “이번에 통과된 법은 한국에서 수세기 동안 이어져온 개고기를 먹는 관행을 종식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강조했다.

외신들은 수십년 논란 끝에 개 식용 금지법이 이번 정부에서 통과된 이유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뉴욕타임스는 “이전 정부에서는 이러한 관행을 종식시킬 만큼 충분한 지지를 받는 데 실패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이를 성공으로 이끌었다”고 보도했다. BBC는 인터넷 기사에 윤석열 대통령이 집무실에 반려견과 함께 찍은 사진 액자가 놓여 있는 장면을 전했다. NYT는 역사적인 배경으로 6·25 전쟁 후 궁핍하고 고기가 부족했던 상황에서 단백질 공급원으로 개 섭취가 이뤄졌지만, 20세기 후반부터는 동물 복지 등에 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점차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외신들은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한국이 후진국 문화에서 비로소 벗어나게 됐다는 취지로 이번 법 통과의 의미를 다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한국은 지난 수년간 화려한 팝스타, 혁신적인 기술, 트렌디한 음식을 통해 글로벌 소프트 파워를 쌓아 왔다”며 “그러나 수십 년 동안 개고기 섭취는 사회적 아픔이자 외부인의 공격 대상이 되어 왔으며, 1988년 서울올림픽을 시작으로 한국의 가장 주목할 만한 순간마다 국제적인 조명을 받아 왔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개인의 선택을 법으로 금지하는 것은 과한 조치라는 의견을 소개한 매체도 있다. AP는 “최근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절반 이상이 개고기를 금지하기를 원하며 대다수는 더 이상 개고기를 먹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3명 중 1명은 소비 여부와 무관하게 여전히 개 식용 금지(법안)에 반대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부 분노한 개 사육자들은 법안의 합헌성에 이의를 제기하고 항의 집회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는데 이는 ‘금지령’에 대한 열띤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는 신호”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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