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437일만에 특별법 통과…유가족들 눈물 쏟아
유가족들 여당 반대 주장에 "그만하라" 고성 나와
[서울=뉴시스]조재완 하지현 조성하 기자 =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참사 발생 437일 만인 9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됐다. 이를 국회 본회의장 방청석에서 지켜보던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은 오열하거나 눈물을 쏟았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10·29 이태원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안에 대한 수정안)은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여당 불참 속 야당 단독으로 가결 처리됐다.
피해자 유가족 40명 가량은 법안 상정 전인 오후 4시15분께 본회의장으로 들어섰다. 이들은 특별법 상정과 동시에 본회의장을 빠져나가는 국민의힘 의원들의 모습을 굳은 표정으로 지켜봤다.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 박주민 의원은 법안 제안 설명을 통해 "눈이 쏟아지는 오늘까지도 국회 앞에서 이태원 참사 유가족분들은 밤샘농성을 하고 있다"며 "지난 국정조사에서 정부와 지자체의 책임을 일부 확인했지만, 윤석열 정권에서 이를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별법 제정은 진상규명의 끝이 아닌 시작"이라며 "윤석열 정부가 나쁜 전례를 되풀이하지 않으리라 굳게 믿는다. 오늘 이태원참사 특별법이 통과되면, 부디 윤석열 정부에서 신속하게 법에 따라 행정력 투입에 나서주시길 진심으로 부탁드린다"고 했다. 박 의원의 제안 설명에 방청석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반대토론에 나선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은 "국민과 사회적 합의는 커녕 여야 간의 충분한 협의없이 그야말로 거대야당입법폭주로 진행된 법안"이라며 "강행처리 하고자 하는 이태원특별법은 그 공정성과 중립성이 결여됐고 위헌적 요소가 다분하며 편파적 구성"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일부 유족들은 "우리는 얼마나 참아야 하냐" "그만하라"는 고성이 터져 나왔다.
이 의원 발언 직후 찬성토론자로 나선 남인순 민주당 의원은 "가족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일에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며 "여당도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을 전제로 협상하다가 결렬됐고 쟁점사항을 전향적으로 수행하여 해소한 만큼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명분이 없으며 이태원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을 두 번 죽이는 일 만큼은 절대로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고 법안 처리를 호소했다. 남 의원 발언이 끝나자 방청석에선 박수가 쏟아졌다.
특별법은 표결 결과 재석 177인 중 찬성 177인으로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법안 가결을 선언하자 유가족 일부는 눈을 감고 고개 숙인 채 눈물을 흘렸고, 서로 얼싸안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여야는 그간 법안 합의 처리를 위해 본회의 직전까지 협상을 이어왔지만 특별조사위원구성 등 일부 조항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협상이 최종 결렬됐다.
민주당은 김진표 국회의장 중재안을 일부 반영한 특별법 수정안을 표결에 부쳐 처리했다.
이날 통과된 특별법은 국회 추천을 받은 11명(상임위원 3명)의 특조위원이 특별조사위원회를 꾸려 참사 진상조사를 수행하는 것이 골자다.
특조위원은 국회의장이 관련 단체 등과 협의해 추천한 3명, 정당의 교섭단체가 추천하는 4명, 그외 교섭단체가 추천하는 4명으로 구성한다. 이중 상임위원은 국회의장과 정당 교섭단체, 그 외 교섭단체가 각각 추천한 1명으로 한다.
특조위는 진상조사를 위해 자료 및 물건의 제출명령, 동행명령, 고발 및 수사 요청, 감사원에 대한 감사 요구, 청문회 등을 할 수 있으며, 특별검사 수사가 필요하다고 인정될 경우 국회에 특검 임명을 위한 의결을 요청할 수 있다.
국가와 지자체가 간병비 등 의료지원금, 심리 지원 등을 포함한 피해자의 일상생활 전반을 종합적으로 지원하도록 하는 내용과 이태원참사 추모공원 조성 등을 지원하는 조항도 담겼다.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이날 법안 통과 직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특별법 통과가 마냥 기쁘지만은 않다"며 "저희는 또 한번 국회에서 유가족 외면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태원 참사가 벌어진 뒤 정부가 해왔던 행태를 국민의힘 여당은 특별법이 통과될 때까지 유가족 가슴에 상처를 주고 외면했다"며 "윤석열 대통령은 절대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선 거부권을 행사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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