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말 믿고 정책금융 찾아도···획일적 잣대에 심사 문턱 못넘어
<중>규모 확대에도 구멍 '숭숭' 지원책
신용도 낮아 은행 대출 못 받는데
기업 규모 등에 보증 거절 잇따라
中企 무신용장 거래 피해도 빈번
일시적 유동성 위기겪는 기업 지원
특별 신용보증 프로그램 조성 필요
# 창원 산업단지에 위치한 자동차부품 수출 업체 A 사는 이달 돌아올 20억여 원의 어음을 막기 위해 주거래은행을 방문했지만 사실상 퇴짜를 맞았다. 신용등급이 낮은 데다 마땅한 담보도 없어 돈을 더 내주기 어렵다는 것이다. 보증서를 발급받기 위해 다급히 정책보증기관을 찾았지만 이번에는 기업 규모에 발목이 잡혔다. A 사 재무 담당자는 “‘중소기업이 아닌 중견기업은 보증을 지원해주기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면서 “일단 직원 월급을 미루면서 당장 급한 돈부터 해결하고 있는데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정책금융기관을 찾는 수출기업들이 여전히 높은 심사 문턱에 발길을 돌리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수출금융 지원 방안을 믿고 창구를 찾아도 “중견기업은 어렵다” “신용등급이 너무 낮다”는 등의 이유로 지원을 거절당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정책기관이 획일화된 기준을 놓고 지원을 고민하는 사이 수출기업의 자금난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9일 신용보증기금과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신보가 중견기업에 신규 발급한 보증은 지난해 46건에 그쳤다. 신보가 같은 기간 취급한 전체 보증 건(3만 6653건)에 견줘보면 0.1%에 불과하다. 금액 기준으로 봐도 중견기업에 나간 보증 총량은 1694억 원으로 전체의 1%를 겨우 넘는 수준이다. 신보 관계자는 “설립 목적에 따라 전체 보증을 중소기업에 우선 지원하도록 돼 있다”면서 “사정이 이렇다 보니 중견기업의 경우 보증을 발급받는 게 쉽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중소기업이 정책금융을 지원받는 데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신용등급이 낮아 은행에서 대출을 받지 못해 정책금융기관을 찾는데 은행과 마찬가지로 신용도를 이유로 보증 발급을 주저한다는 것이다. 실제 신보의 신용도별 신규 보증 내역을 보면 저신용등급으로 평가되는 KR11 이하 기업에 나간 보증 건수는 지난해 3523건으로 집계됐다. 전체 보증 건수 대비 9.6%에 불과하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의 1~2차 벤더까지는 보증이 발급되나 그 아래 기업에는 보증이 거의 안 나간다고 보면 된다”면서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부가 정책 보증 공급액을 늘려도 현장에서는 ‘체감하기 어렵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전했다.
현장과 괴리된 조건을 내세우는 정책금융은 이것이 다가 아니다. 일례로 시중은행을 통해 지원되는 한국은행 금융중개지원대출제도에 의한 무역금융의 경우 건별 또는 실적 기준에 의해 수출 대금의 90%를 지원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재무구조가 취약하거나 담보력이 부족한 수출기업은 혜택을 보기 어렵다.
수출기업들은 낮은 시장 지위로 인해 신용장 거래를 트기 어려운 문제도 손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통상적으로 수출기업과 수입기업의 물품 대금 거래는 신용장과 수출환어음 등의 프로세스가 활용된다. 이를 통해 수입기업이 물품 대금을 결제하기 전에 수출기업이 자금을 먼저 확보할 수 있다.
문제는 중소·중견기업은 ‘을’의 입장이기 때문에 단순 해외 송금이나 무신용장 방식 거래를 하다가 피해를 보는 일이 빈번하다는 점이다. 15년간 중국으로 디스플레이 제조 장비를 수출해온 시화공단 B 사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B 사는 현재 거래 기업 C 사로부터 비용 절감 및 위험 부담의 대가로 마진을 높여주겠다며 ‘무신용장 방식 D/A(Document against Acceptance)’ 거래를 강요받았다. 사실상 외상 거래였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수출을 시작하고 1년 후 C 사는 부도가 났다. B 사는 전체 매출의 절반에 해당하는 물품에 대한 대금을 지급받지 못한 것은 물론 개인 집과 공장이 담보로 잡힌 수출채권을 할인(매입)해준 거래 은행의 상환 독촉을 받게 됐다.
전문가들은 수출금융을 활성화하기 위해 정책금융기관이 신용도나 기업 규모 기준을 완화하고 유연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특히 일시적 유동성 위기를 겪는 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특별 신용보증 프로그램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제학과 교수는 “수출을 확대하려면 당연히 금융이 뒷받침돼야 한다”면서 “대기업 혼자 수백 개의 부품을 만들어낼 수 없는 만큼 정부와 정책보증기관이 중소·중견기업에 유연한 지원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윤진 기자 jo@sedaily.com한동희 기자 dwise@sedaily.com김우보 기자 ubo@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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