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논평] 2024년 새해를 맞이하며 한국교회의 변화를 소망한다 - 정종훈 교수

CBS노컷뉴스 오요셉 기자 2024. 1. 9.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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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진년 새해입니다. 하나님의 은총과 평화가 우리 가운데 넘치기를 축원합니다. 새해는 지난해의 시행착오와 아쉬움을 뒤로 하고 새로 시작할 수 있다는 점에서 희망입니다. 지난해의 모든 일은 집착하거나 후회할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러나 지금 맞이한 새해는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따라서 개인도 공동체도 교회도 새로워질 수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새해에 새로워질 한국교회를 소망하며 하나님의 카이로스 역사에 동참함으로 한 단계 발전한 '하나님의 교회'와 한 단계 성숙한 그리스도인이 되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한국교회의 강단에서 균형이 넘치는 말씀이 선포되기를 소망합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우리의 힘든 삶을 위로하고 절망 가운데 희망을 갖도록 도전합니다. 그러나 여기에 머문다면 환상만 갖게 하는 아편중독이 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예수를 구원자로 믿고 예수의 삶과 가르침을 따를 것을 도전합니다. 그러나 따름의 구체적인 삶이 없다면, 바리새인의 위선이 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세상의 부정부패 불의에 침묵하지 않고, 예언자로서 비판할 것을 도전합니다. 만일 우리가 침묵하면, 돌들이 대신해서 소리를 지를 것입니다.

한국교회 내에서 민주주의가 실행되기를 소망합니다. 민주주의와 기독교는 친화적이라서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신본주의는 상상할 수 없습니다. 한국교회의 다수인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목회자가 될 수 있어야 하고, 민주적 대의기구인 당회의 회원으로 활약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젊은이들은 교회학교나 성가대의 봉사자 정도가 아니라 교회의 당당한 구성원으로 그들의 목소리를 교회 운영에 반영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담임목사는 하나님의 대리인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하는 전문가임을 자각하고 교회의 모든 일을 홀로 좌지우지해서는 안 됩니다.

한국교회가 교회 내에서 또는 교회 간의 빈부 문제를 해소하기를 소망합니다. 성경은 초대교회 신도들이 필요한 대로 나누어 쓰는 공동체를 구성했음을 증언합니다. 부자나 사회적 명망가인 신도들은 환영하고, 가난하거나 별 볼 일이 없어 보이는 신도들은 관심을 주지 않는 교회는 진정한 신앙공동체일 수 없습니다.

담임목사는 과도하게 대접하고, 동역하는 목회자나 교회 직원들에 대해서는 최저임금도 안 되는 사례비를 지급하며 헌신을 요구하는 교회는 일반 기업보다 못한 교회입니다. 대형교회나 도시교회는 재정자립이 어려운 작은 교회나 농어촌 교회의 부족분을 당연히 나눌 수 있어야 합니다.


나아가 한국교회가 고통 가운데 신음하는 지극히 작은 자들과 사랑으로 연대하기를 소망합니다. 세월호 참사와 이태원 참사, 오송참사 유가족과 생존자들의 울부짖음을 함께 아파하며 참사의 진상조사를 요구해야 합니다.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이끄는 열악한 산업환경을 안타까워하며 '노란봉투법'의 실행을 소리쳐야 합니다. 이동권을 박탈당한 중증장애인들의 절박한 외침에 귀를 기울이며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을 주장해야 합니다. 가정을 이루기는커녕 연애조차 포기하고 생존과 취업에만 몰두하는 청년세대를 바라보며 인간답게 꿈꾸고 살 만한 환경 조성을 촉구해야 합니다.

이제 한국교회는 주님께서 칭찬하신 교회들처럼 세상의 악한 자들을 참지 않고, 환난과 궁핍 가운데 자족하며, 이단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예수를 따르는 믿음을 견지해야 합니다. 또한 한국교회는 처음 행위보다 나중 행위가 더 훌륭한 사랑과 섬김을 실천하고, 부정부패한 세상과는 구별된 성결함을 유지하며, 자기 사명에 뜨거운 열정을 다해야 합니다.

2024년 새해에 한국교회가 자신의 변화를 소망하며 세상 한가운데서 자기 사명을 제대로 감당한다면, 한국교회는 세상의 희망과 기쁨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CBS 논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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