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림돌 해소된 에코비트 매각…부실 PF 사업장 정리도 속도낸다
KKR과 에코비트 공동매각에 합의
매각 성사 땐 담보가액 1.5조 웃돌듯
블루원·평택싸이로 지분도 담보 제공
계획 확정 4월까지 유동성 확보 전력
채권단도 "생각했던 자구안" 긍정적
[이데일리 송주오 최정훈 기자]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 개시 청신호가 켜진 태영건설은 경영정상화 수순을 밟는다. 이를 위해 태영그룹은 에코비트, 블루원 등 자구안 이행에 총력을 기울여 유동자금 확보에 주력하기로 했다. 동시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별 사업성 검토를 통해 부실한 사업장은 과감하게 정리할 계획이다. 태영그룹이 백기를 든 이유는 기업회생으로 가면 모든 채권이 조정대상이 돼 협력사·수분양자 등이 피해를 볼 수 있고 태영그룹의 SBS 대주주 적격성 논란까지 이어질 수있어 경영권확보를 넘어 태영그룹 존립 자체의 위협을 느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 등을 종합해볼 때 태영그룹이 채권단에서 요구해온 사재출연을 명확히 밝히면서 워크아웃 개시를 요청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은 9일 서울 여의도 태영건설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워크아웃 신청 후 자구계획 이행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면서도 “그 과정에서 ‘일부 자구계획의 미이행’ 논란을 자초했다”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이미 채권단에 제출한 자구안을 충실히 이행하겠다고 약속했다. 윤세영 창업회장과 윤석민 회장의 메시지에도 ‘약속’, ‘확약’처럼 채권단을 상대로 신뢰 회복에 초점을 맞춘 입장문을 발표해 채권단과 금융당국의 마음을 얻으려는 노력이 엿보였다.
핵심 계열사인 에코비트는 합작 파트너인 글로벌 사모펀드(PEF)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과 공동매각에 합의해 매각 작업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태영그룹의 지주사인 티와이홀딩스는 지난해 1월 KKR로부터 4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하면서 에코비트 지분 50%를 담보로 잡혔다. 양사는 티와이홀딩스의 재무 위험으로 디폴트 발생 시 에코비트 지분을 몰취할 수 있는 조항을 담은 계약도 맺었다. 하지만 KKR이 공동매각에 합의하면서 매각 걸림돌은 해소됐다.
최금락 태영그룹 부회장은 이날 “에코비트는 매각을 위해 KKR이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약속했다”며 “따라서 매각이 빨리 진행될 수 있다. 에코비트 담보가액이 1조5000억원인데 실제 매각된다면 그보다 훨씬 큰 금액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태영그룹은 이외에도 블루원 지분 담보와 매각 추진과 평택싸이로 지분(62.5%)도 담보로 제공한다. 태영그룹은 자구안이 모두 이행되면 오는 4월 기업개선계획 확정 때까지 필요한 유동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태영그룹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는 금융당국과의 소통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은 이날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금융지주 회장단 등과 신년 금융현안 간담회를 마치고 윤 창업회장과의 만남을 털어놨다. 이 원장과 윤 회장은 워크아웃 신청 후 태영인더스터리 매각 자금 중 890억원이 티와이홀딩스 연대채무보증 변제에 사용된 배경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 원장은 “특정 그룹 계열사의 워크아웃은 결국은 워크아웃 대상 기업만의 문제라기보다는 전체 그룹의 유동성을 함께 봐야 한다”며 “채권단이 채권 집행을 유예함으로써 본 채무를 살리는 걸 전제로 기업을 정상화시킨다는 워크아웃의 정신에 비춰 보면 일제히 보증 채무 청구를 하면 해당 기업의 유동성을 어렵게 만들 수밖에 없다. 이는 워크아웃 정신에 맞지 않는다는데 공감했다”고 설명했다.
채권단도 화답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우리가 생각하는 자구안을 냈다”며 “이달 11일까지 산업은행에 결의안을 제출해야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신협중앙회는 이날 태영건설 대주주 등의 부실경영에 대한 책임 이행과 자구노력이 진정성 있게 이행되면 원칙적으로 워크아웃에 동의하겠다고 했다. 주요 채권자인 보험사도 긍정적인 분위기다. 보험업계 주요 채권자인 교보생명의 한 관계자는 “현재까지 나온 자구안을 보면 워크아웃 결정에 긍정적인 것으로 평가한다”고 전했다.
“SBS 지분 매각 법적 제약 많아”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과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이 지주사인 티와이홀딩스, SBS 지분담보 제공을 약속한 가운데 태영그룹은 “워크아웃 계획이 확정되는 4월까지 태영건설 유동성이 부족하면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태영그룹 고위 관계자는 “4가지 자구안을 이행하면 워크아웃 플랜을 확정하는 4월까지는 태영건설의 유동성 해결될 것이라고 판단한다”며 “태영건설에 지급한 461억원은 윤 회장의 사재출연이다”고 설명했다. 티와이홀딩스를 통해 대여형태로 지급됐다는 지적에는 “윤 회장이 출연하면서 원금과 이자를 모두 받지 않겠다고 문서로 약속했다”고 설명했다.
또 전날 태영건설에 입금된 890억원 중 330억원을 윤 회장의 여동생인 윤재연 블루원 대표로부터 차입하면서 SBS 지분을 담보로 제공한 배경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윤 대표는 지주사나 태영건설의 주식을 갖지 않고 있고 경영에 관여한 적도 없다”며 “대여를 받으면서 담보를 제공해야 하는데 태영그룹 자산 중 자구안에 포함되지 않은 유일한 자산이 SBS여서 그런 것이다”고 말했다.
SBS 지분에 대해 담보가 아닌 매각도 고려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법적인 규제가 많다”고 기존 입장을 되풀이 했다. 태영건설의 일부 사업장에서 근로자가 입금을 지급받지 못했다는 논란에는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 결제과정에서 생긴 것이다”며 “노무비는 앞으로도 최우선으로 변제할 것이다”고 해명했다.
이어 미착공 사업장 처리 문제와 관련해서는 “채권단이 동의하면 11일부터 워크아웃을 개시하는 데 개시하면 닷새 이내에 대주단 협의체를 구성하고 한 달 이내에 사업장 처리 문제를 확정해야 한다”며 “미착공 사업장을 계속 진행할 것인지, 중단할 것인지와 중단하면 양도할 것인지 등에 대한 의사결정이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송주오 (juoh413@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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