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고기 종식법 통과 날, 개고기 판매 여전… 상인들 “생업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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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지켜야 하지만, 생업이라 쉽게 내려놓기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식용을 위한 개 사육·도살과 유통·판매를 금지하는 '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개식용 금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9일 오후 경기 성남시 중원구 성남동 모란상설시장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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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지켜야 하지만, 생업이라 쉽게 내려놓기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식용을 위한 개 사육·도살과 유통·판매를 금지하는 ‘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개식용 금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9일 오후 경기 성남시 중원구 성남동 모란상설시장 입구. 이른바 축산거리에서 30년 넘게 건강원을 운영 중인 50대 주인 김현준(가명)씨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 건강원은 개를 원료로 하는 건강식품인 개소주와 함께 가판 냉장고에 개고기를 진열해 판매하고 있었다. 점포 한편에 설치된 20여 개의 중탕기에서는 수증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김씨는 “운동선수 등 개소주를 찾는 고객이 꾸준해 지금도 전체 고객의 40%가 개소주, 개고기 손님”이라며 “하루아침에 개소주 판매를 중단하면 폐업의 길로 갈 수밖에 없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개고기를 주로 취급하는 식당 주인들도 답답함을 호소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간판에 개고기를 조리한 영양탕, 보신탕 등의 메뉴를 내건 한 식당 주인은 “모란가축거리 영양탕은 전통적으로 워낙 유명해 아직도 어르신들이 많이 찾고 있는데 대책도 없이 일방적으로 팔지 못하게 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하소연했다.
현재 모란시장에는 건강원과 일반 음식점 20여 곳에서 개고기나 이를 원료로 조리·가공한 식품을 판매하고 있다. 성남모란시장은 대구 칠성 개시장 등과 함께 전국 3대 개시장으로 꼽혔으나, 2018년 성남시와 상인회가 '모란시장 환경정비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도축시설은 모두 없어진 상태다. 상당수 식당은 이미 주 메뉴를 흑염소로 바꾸었다.
김용북 모란시장 가축상인회장은 “개식용 금지법이 통과됐지만 정작 생계가 걸린 개고기 취급 상인이나 상권에 대해서는 어떤 지원책도 마련돼 있지 않다”며 “성남시에 건강식품 특화 거리 등의 지정을 요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시장을 찾은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이른 아침부터 많은 눈이 쌓여 길이 좋지 않았지만 점심 시간이 되자 가축시장 거리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식당 앞에서 만난 50대 남성은 “개고기 판매는 당장 금지돼야 한다”며 개식용 금지법에 찬성을 표시했다. 하지만 또 다른 70대 남성은 “반려견과 식용견은 엄연히 다른 것 아니냐”며 불만스러운 표정을 내비쳤다.
성남시는 개식용 금지법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모란시장 가축거리 상인들에 대한 지원책 마련에 나설 방침이다. 다만 유예기간이 적용돼 사육 및 도살, 유통 금지 규정을 어겨 벌칙(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이 적용되는 건 법안 공포 후 3년이 지난 날부터다. 시 관계자는 “법안에 따라 개 식용 관련 유통상인이나 식당 주인은 해당 지자체에 영업내용을 신고한 뒤 전업 및 폐업을 해야 하지만, 아직까지 접수된 사례는 없다”면서도 “적극적인 홍보와 지원책 마련을 통해 해당 상인들이 폐업 및 업종 전원을 지원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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