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핵심기술 중국에 유출, 세메스 전 직원 2심서 형량 늘어

징역 4년→5년 선고
법인 벌금도 10억→15억

수원법원종합청사. /뉴스1

삼성전자 자회사인 세메스가 개발한 반도체 세정장비 핵심 기술을 중국으로 유출한 혐의로 기소된 전 연구원들이 항소심에서 더 무거운 형량을 선고받았다.

수원고법 형사2-3부(재판장 이상호)는 9일 산업기술의 유출 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부정경쟁 방지 및 영업 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를 받는 세메스 전 연구원 A씨의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5년을 선고했다. A씨는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또 A씨가 세메스에서 퇴직하고 2019년 설립한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인 B법인에 대해서도 원심 판결인 벌금 10억원을 파기하고 15억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범행에 가담한 세메스 협력사 직원 등 6명에게 징역 2~4년을 각각 선고했다. 이들 중 가담 정도가 상대적으로 가벼운 세메스 전 직원 1명에 대해선 3년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일부 피고인들은 항소심에서 형량이 늘었다.

A씨 등은 2018년 3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약 3년 동안 세메스의 영업비밀인 ‘반도체 습식 세정장비’ 제작 기술 등을 부정 사용해 장비 24대의 설계도면을 만들고, 이를 이용해 710억원 상당의 장비 14대를 제작해 중국 경쟁업체 또는 중국 반도체 연구소에 수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세메스 협력업체에 부탁하거나, 세메스를 퇴직할 때 관련 정보를 반납하지 않는 방식으로 세정장비 기술 정보와 설계도면 등을 부정하게 취득한 것으로 파악됐다. 반도체 세정장비는 반도체 기판에 패턴을 조각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장비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유출한 반도체 세정 장비 기술은 피해 회사가 다년간 연구하고 개발해 얻어낸 성과로 일부는 국가핵심기술”이라며 “이런 범죄를 가볍게 처벌한다면 기업들로서는 오랜 기간 기술 개발에 매진할 동기를 잃게 된다. 또한 피고인들은 납득할 수 없는 주장을 하며 범행을 부인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판시했다.

한편, 이날 수원고법 형사2-2부(재판장 김관용)도 세메스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초임계(액체와 기체를 구분할 수 없는 상태) 반도체 세정장비’ 핵심 기술을 해외 유출한 혐의로 별건 기소된 A씨의 원심을 유지, 징역 5년에 벌금 5억원을 선고했다. 이에 따라 A씨는 총 10년간을 복역하게 됐다.

A씨는 2021년 6월 세메스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초임계 반도체 세정 장비 핵심 도면을 세메스 협력사 대표로부터 취득하고, 브로커를 통해 중국에 유출한 혐의를 받는다.

초임계 세정 장비는 반도체 웨이퍼를 초임계 상태의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건식 세정’하는 장비다. 초미세 반도체의 불량률을 줄이는 핵심 기술이며, 국가핵심기술로도 지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