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 늘 옳다”던 尹, ‘김건희 특검법’ 거부권엔 침묵

유정인 기자 2024. 1. 9.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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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발언 생중계 국무회의서도 입장 없어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2024년도 제3회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김건희 특검법’(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검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지 닷새째 침묵을 이어갔다. 대통령 배우자 비리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특검법에 거부권이 행사된 초유의 상황을 두고 권한의 주체인 윤 대통령 본인의 설명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민은 늘 옳다’, ‘참모 뒤에 숨지 않겠다’던 약속과 배치되는 모습이다.

윤 대통령은 9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했다. 지난 5일 김건희 특검법안과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안 등 ‘쌍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한 이후 국정 현안을 다루는 첫 공개 일정이다.

모두발언이 방송을 통해 생중계됐지만 김 여사 관련 의혹이나 거부권 행사 이유에 대한 설명은 빠졌다. 윤 대통령은 “새해를 대한민국 재도약의 전환점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속도감 있는 국정 과제 추진을 당부하는데 집중했다.

거부권은 헌법 53조에 명시된 대통령의 권한이다. 입법부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며 법안을 국회에 돌려보내는 극단적이고 예외적인 조치여서 의회민주주의 정착 뒤엔 제한적으로 활용돼 왔다. 현직 대통령 가족 비리 의혹과 관련한 특검을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로 막아선 것은 처음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재임 중 아들 이시형씨가 연루된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의혹 관련 특검을 수용했다.

초유의 상황에도 거부권 행사의 주체인 윤 대통령, 의혹의 대상인 김 여사의 직접적 입장 표명은 나오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한덕수 국무총리가 주재한 임시 국무회의에서 거부권 안건을 의결한 뒤 이를 재가했다. 지난 3월 양곡법 개정안, 지난 4월 간호법 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때 직접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거부권 행사 사유를 설명한 것과 차이가 있다. 다만 윤 대통령은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의 브리핑을 통해 이 법안들을 “총선용 악법”으로 규정하고 “(위헌적) 특검 법안에 재의요구를 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비서실장이 거부권 사유를 밝힌 건 이례적이지만 이 역시 간접 설명이라는 한계는 벗어나지 못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거부권 행사에 반대하는 여론은 60~70%에 달했다. 다수 국민의 진상 규명을 원한 가족 비리 의혹에 대한 수사를 막은 데 대해 윤 대통령이 직접 이해를 구하고 설명하는 과정이 생략된 셈이다.

일부에서는 윤 대통령이 입장을 표명할 계기로 신년 기자회견을 거론한다. 대통령실은 기자회견 개최를 검토 중이지만 확정한 단계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2022년 11월 출근길 문답을 중단한 이후 기자들과의 공식 문답을 하지 않았다.

이같은 침묵은 그간 윤 대통령의 발언과도 배치된다. 윤 대통령은 당선 직후 기자회견에서 ‘진솔한 소통’을 강조하며 “참모 뒤에 숨지 않고 정부의 잘못은 솔직히 고백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현실적 어려움은 솔직하게 털어놓고 국민 여러분께 이해를 구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여권 참패 뒤에는 “국민은 늘 무조건 옳다. 어떠한 비판에도 변명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는 정책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국민들께서 잘 몰라서 그 혜택을 받지 못하면 그 정책은 없는 것과 다름없다”며 “어떤 정보를 어디로 어떻게 전해야 국민들께 확실히 전달될지, 철저하게 국민의 입장에서 고민해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충주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젊은 주무관을 언급하며 “이런 혁신이 필요하다”고 했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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