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사건 보고해 진급 밀린 군인 “진급일자 정정 불가”하다는 국방부[플랫]

부하 피해 사실 보고했다가 되레 가해자 지목인에 고발당해
인권위 “불이익 시정을”…군, 인사법 개정해도 “소급 못해”

부하가 당한 성추행을 보고했다가 진급에서 배제된 군인에 대해 ‘진급 일자를 정정하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국방부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인권위 군인권보호위원회는 8일 “성추행 신고 의무를 이행한 군인의 권리구제 권고에 대해 국방부가 군인사법 시행령 개정 추진 외에 다른 권고를 이행하기 어렵다고 밝힌 점을 고려할 때 인권위 권고를 ‘일부수용’ 했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A씨는 2019년 5월 여성 사관후보생이 성추행을 당한 사실을 보고받았다. 가해자로 지목된 이는 직속상관인 B씨였다. A씨는 차상위 상급자에게 해당 성추행 사건을 보고했다. 이후 B는 상관명예훼손 및 성추행 무고 교사 등 혐의로 A씨를 고소했다.

A씨는 같은 해 9월 형사 기소돼 중령 진급예정자 명단에서 삭제됐다. 2020년 12월 공군군사법원이 A씨에게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의 유죄를 선고하자 군은 A씨를 기소휴직 처분했다. A씨는 2022년 9월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A씨는 애초 진급 일자보다 3년 뒤인 2022년 10월에서야 중령으로 진급했다.

A씨는 성추행 신고 의무를 이행했다가 중령 진급예정자 명단에서 삭제처분을 받는 등 인사상 불이익 조치를 받았고, 이후 기소휴직 처분을 받는 등 B씨 등으로부터 ‘조직적 2차 가해에 시달렸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는 지난해 7월 A씨의 중령 진급 일자를 2019년 10월1일자로 정정하고, 형사재판에서 무죄가 확정된 군인이 진급상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군인사법 시행령을 개정할 것을 국방부에 권고했다. 무죄판결 시점이 진급 예정 시점을 지났을 경우 이를 소급해 진급 발령하라는 것이다.

또 성추행 피해자의 생활관에 침입해 훈련일지를 몰래 촬영한 행위자를 검찰단이 조사하라고 했다. B씨에게 특별인권교육을 수강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인권위는 “B씨가 A씨를 고소한 것은 진정인에 대한 보복차원의 행위”라며 “진정인이 입은 정신적·경제적 피해는 성추행 사건 보고를 이유로 보고자인 진정인이 입은 ‘2차 피해’이자, 진정인의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을 크게 침해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군인복무기본법상 성추행 및 성폭력 행위를 신고한 자에게 징계조치 등 어떠한 신분상 불이익이나 근무 조건상의 차별대우를 해서는 안 되고, 불이익조치를 받을 경우 원상회복 또는 시정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규정한다”면서 “진급 발령 이후 진급권자가 진급 예정자 명단에서 진정인을 삭제한 것은 무효한 인사명령”이라고 했다.

국방부는 진급예정자의 신분 보장을 위한 군인사법 시행령 일부개정을 추진 중이지만, A씨의 진급은 군인사소청심사위원회 각하결정에 따라 소급 적용할 수 없다고 답했다. 관련자의 생활관 침입 행위에 대해서는 “수사가 종결돼 추가 조사는 불필요하다”고 했다.

인권위는 관련 규정 개정 등 권고를 전향적으로 수용해 달라고 국방부에 당부했다.

▼ 김세훈 기자 ksh3712@kh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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