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금융 강조한 은행들, 소상공인 채무 지원 찔끔 늘려

김나경 2024. 1. 9.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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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소상공인·자영업자 채무 지원
'개인사업자대출 119' 작년 소폭 늘어.. 개인사업자 전체 대출의 0.4% 수준
자영업자 대출 이자 환급 나선 은행.. 기존 민생금융 실적은 '미미' 지적
은행권에 대한 상생금융 요구가 거세진 가운데 지난해 은행이 개인사업자 대출 차주에 대해 자체적으로 채무조정을 해주는 '개인사업자대출 119 프로그램' 지원실적이 전년 보다 소폭 늘어나는 데 그칠 전망이다. 은행들이 저마다 상생금융을 늘렸다고 홍보하지만 기존 상생금융 프로그램 실적은 오히려 미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당국과 정치권은 은행들의 '선제적·자체적 채무조정'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자금사정 나빠진 소상공인 채무조정" 전체 차주 1%도 못 미쳐

9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개인사업자대출 119 지원실적은 7172억원으로 집계됐다. 하반기에도 비슷한 규모로 이뤄졌을 경우 2022년 연간 지원실적(1조3695억원) 대비 소폭 증가하는 데 그칠 전망이다.

개인사업자대출 119 프로그램은 일시적인 자금사정 악화로 대출을 갚는 데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은행이 채무조정을 해주는 제도다. 구체적으로 △연체우려가 있는 차주 △휴업 등 재무적 곤란 상황에 처한 차주 △연속 연체기간이 90일 미만인 차주가 지원 대상이다.

은행들은 차주의 지원 신청이 오면 만기연장, 금리감면, 연체이자감면, 이자유예, 대환 및 재약정 등을 지원한다. 일례로 치킨집을 운영하는 A씨는 운전자금 5000만원을 대출받아 꾸준히 갚던 중 만기를 한 달 앞둔 상태에서 배우자 교통사고로 대출원금을 갚기 어려워져 119 프로그램에 신청했고, 원금상환 만기를 1년 연장할 수 있었다.

은행별로 지난해 상반기 지원 실적을 살펴보면 국민은행과 농협은행 지원금액이 가장 많았다. 국민은행이 2088억원, 농협은행이 2078억원을 지원했다. 국민은행은 △만기연장 1828억원 △금리감면 1459억원(중복포함) 등을 지원했다. 농협은행은 어려움을 겪는 개인사업자 차주에 △만기연장 2027억원 △금리감면 1370억원 등을 제공했다.

신한은행은 작년 상반기 기준 1592억원, 하나은행은 1215억원의 지원실적을 냈다. 이들 은행은 전년 각각 4463억, 1150억원을 지원했었다. 우리은행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 199억원을 지원했다. 우리은행은 하반기 3001억원을 집중 지원해 연간으로는 3200억원 실적을 냈다고 설명했다.

은행들의 119 프로그램 지원이 여전히 극소수의 차주에 그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작년 말 기준 5대 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잔액은 319조4936억원으로, 119 프로그램 지원실적은 전체 대출의 0.4% 수준이다.

■당국·정치권 "은행 선제적 채무조정 활성화"

당국과 정치권에서는 소상공인·자영업자 금융부담 경감과 서민 취약계층에 대한 상생금융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12월 국회 본회의에서 개인채무자보호법 제정안이 통과돼 올해 10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연체금액이 3000만원 미만인 차주가 은행 등 금융사에 직접 채무조정을 요청하고, 금융사가 10영업일 이내 채무조정 여부를 채무자에게 통지토록 한 게 핵심이다. 신용회복위원회 채무조정 절차로 가기 전에 금융사 자체 채무조정을 법제화하는 것이 법의 취지다. 김한규 의원은 "은행이 채무조정에 '현실적으로' 나서고, 이미 있는 정책부터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요구에 은행들도 역대 최대 규모 지원방안을 내놨다. 은행권은 민생금융지원 프로그램으로 금리 4% 초과 개인사업자 대출에 대해 이자납부액 최대 90%를 돌려주는 2조원 규모 이자 캐시백(환급)을 시행할 예정이다.

아울러 은행에서는 119 프로그램 지원금액만으로 지원규모가 줄어든 건 아니라고 설명한다. 은행권 관계자는 "119 프로그램은 대출금액이 큰 차주가 지원을 받으면 지원실적이 늘어난 것으로 잡힌다"라며 "지원금액이 줄어도 지원을 받은 차주 수는 오히려 더 많아졌다"고 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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