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 증권사 손실액 220억 확정···당국 "2~3월 내 배상안 결론"
상반기에만 10.2조원 만기 도래
손실규모 눈덩이처럼 불어날듯
당국, 금융권 관리 미흡 등 발견
국민銀 등 판매사 현장검사 돌입
이복현 "투자자 책임도 따질 것"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홍콩H지수)를 기초로 한 주가연계증권(ELS)의 대규모 손실 우려가 결국 현실이 됐다. 상반기에만 10조 2000억 원에 달하는 홍콩H지수 ELS가 만기를 맞는 가운데 중국 경제 부진에 홍콩H지수의 반등 가능성이 높지 않아 손실액은 시간이 갈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 당국은 판매사들에 대한 현장 검사를 통해 불완전판매를 들여다본 후 올해 3월 내 손실 배상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서울경제신문이 7대 증권사의 홍콩H지수 ELS 발행 현황을 조사한 결과 손실이 확정된 발행액은 449억 원가량이며 자산가치는 반 토막이 난 것으로 드러났다. 발행 규모가 가장 큰 미래에셋의 경우 ‘미래에셋증권(006800)(ELS) 29434’ 상품이 48.6% 손실률로 만기가 돼 8일 남은 투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은행 판매분을 포함해 미래에셋증권이 2021년 1월 8일 발행한 홍콩H지수 ELS가 292억 원인 점을 감안하면 140억 원가량의 손실이 확정된 셈이다.
NH투자증권(005940) 역시 8일 ‘NH공모 ELS 20352회’의 만기가 도래해 손실률이 48.1%로 확정됐다고 본지에 밝혔다. 하나증권과 KB증권도 각각 48.8%, 50%의 손실률을 확정했다. 9일 현재 이들 3개 증권사 판매분 중 손실 확정액은 12억 원 수준이다. 증권사 판매 규모가 은행의 20%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이날 확정된 3개 증권사 관련 손실 규모는 훨씬 클 것으로 우려된다.
삼성증권(016360)은 10일 만기가 돌아오는 ‘삼성증권 ELS 제25371회’와 ‘삼성증권 ELS 제25369회’에 대해 48.1% 손실률을 공지했고 한국투자증권은 9일 기준 손실 확정 상품은 없지만 12일까지 23억 5000만 원의 홍콩H지수 ELS 발행 물량이 만기를 맞는다. 이에 따라 이들 증권사의 만기 도래 H지수 ELS 449억 원 중 220억 원가량의 손실이 확정된 것으로 집계됐다.
손실이 확정된 상품들은 홍콩H지수를 포함해 유로스톡스50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삼성전자 등 3개 지수의 조합을 기초자산으로 3년 전 발행된 물량이다. ELS는 3년 안에 기초자산 가격이 특정 가격(녹인) 아래로 떨어지지 않으면 원금과 이자를 주는 파생상품으로 만기 평가일에 1개의 기초지수라도 수익 상환 조건을 총족하지 못하면 원금 손실이 발생한다.
2021년 1월 8일 홍콩H지수는 1만 955.55를 기록했지만 이달 8일에는 5480.82로 49.9% 급락한 상황이다. 통상 상환 조건이 지수가 50% 이상 하락하지 않아야 하는 것을 감안하면 당시 발행된 대다수의 홍콩H지수 ELS는 손실 구간에 진입한 셈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5일 기준 금융권 전체 홍콩H지수 ELS 총판매 잔액은 19조 3000억 원이다. 이 중 2021년 판매 상품의 조기 상환 실패 등으로 전체 잔액의 79.6%인 15조 4000억 원의 만기가 올해 돌아오고 상반기에 10조 2000억 원이 집중돼 있다.
만기 도래액이 올 1분기 3조 9000억 원, 2분기 6조 3000억 원인 점을 감안하면 손실 규모는 시간이 갈수록 늘 수밖에 없다. 금감원 관계자는 “통상 증권사가 ELS를 발행하면 다른 증권사나 은행 등 판매 채널을 다양화한다”며 “앞으로 만기 손실이 확정된 상품들이 줄줄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 당국은 은행과 증권사들에 대해 홍콩H지수 ELS의 불완전판매 여부에 대한 현장 검사를 진행 중이다. 지난해부터 손실 우려가 커지면서 금융권에 대한 점검을 실시한 결과 관리 미흡 등의 문제점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8일부터 업권별 최대 판매사인 국민은행과 한국투자증권을 시작으로 신한·하나·NH농협·SC제일은행과 미래에셋·삼성·KB·키움·신한증권 등 10개 판매사에 대해서도 이달 중 순차적으로 검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이를 바탕으로 3월 내 배상 기준안 등 대응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금융지주 회장들과의 신년 금융 현안 간담회 후 기자들을 만나 “부적절한 핵심성과지표(KPI) 설정 등 운영상 문제점이 드러난 상황에서 필요한 검사를 빨리하고 투자자 의견도 최대한 많이 들어 결론을 내겠다”면서 “2~3월이 지나기 전에 최종 결론을 내리는 게 당국의 욕심”이라고 말했다.
다만 자기 책임 원칙에 따라 재투자 여부 등을 꼼꼼하게 따져 배상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 원장은 “파생결합펀드(DLF) 등 과거 사기성 상품과 같은 케이스는 아니다”라며 “투자자들이 자기 책임을 져야 할 부분이 당연히 있다”고 했다.
송이라 기자 elalala@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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