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일타강사 ‘판박이 지문’에…교육차관 “책임 통감, 국민께 송구”

홍다영 기자 2024. 1. 9. 17:55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오석환 교육부 차관은 2023학년도 수능 영어영역 23번 지문이 대형 입시학원 일타강사가 제공한 사설 모의고사와 같다는 논란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교육부는 수능 영어 23번 지문이 유명 일타강사의 문제와 겹친 것에 대해 8개월 뒤인 지난해 7월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전날 밝혔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EBS 교재 집필, 수능·모의평가 출제 과정
전반 점검해 사교육 업체와 유착 가능성 철저 차단”
오석환 교육부 차관이 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열린 사교육 카르텔·부조리 범정부 대응 관련 긴급 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석환 교육부 차관은 2023학년도 수능 영어영역 23번 지문이 대형 입시학원 일타강사가 제공한 사설 모의고사와 같다는 논란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오 차관은 이날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열린 ‘사교육 카르텔 긴급 점검회의’에서 “깊은 책임을 통감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회의에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전현직 수능본부장과 EBS 디지털학교교육본부장 등이 참석했다.

오 차관은 “최근 사설 모의고사와2023학년도 수능, EBS 교재 초안에 동일한 영어 지문이 사용되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평가의 공정성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며 “다른 어떤 시험보다 공정해야 할 수능에서 이러한 의혹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오 차관은 “수능과 관련된 모든 과정에서 사교육 업체와의 유착 가능성을 철저히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했다. 그는 EBS 수능 교재 집필과 감수에 참여하는 현직 교사는 관련 법과 지침에 따라 사교육 업체 겸직이 금지된다며 “EBS 교재의 집필 과정이나 수능·모의평가 출제 및 이의신청 과정 전반을 점검해 사교육 업체와의 유착 가능성을 철저히 차단하겠다”고 했다. 이어 “사교육 관련 의혹이 있는 수능과 모의평가 문항 등에 대한 대응 방안도 마련하겠다”고 했다.

그는 “그간 교육부는 우리 교육계 곳곳에 숨어있던 사교육 카르텔의 실체를 밝히고 근절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 왔으나 곳곳에 자리 잡은 유착관계를 단번에 뿌리 뽑기에는 미흡한 점이 있었다”며 “평가원, EBS 등 관계기관과 함께 사교육 카르텔 근절을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했다.

대형 입시학원 강사의 사설 모의고사 지문(왼쪽)과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영어 영역 23번 문항.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한국교육과정평가원

논란이 된 2023학년도 수능 영어 23번 지문은 베스트셀러 ‘넛지’의 저자인 캐스 선스타인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가 출간한 ‘투 머치 인포메이션(Too Much Information)’에서 발췌한 것이다. 지문을 읽고 주제로 적절한 정답을 고르는 3점짜리 문제다. ‘투 머치 인포메이션’은 당시 한국에서 출판되지 않았다.

그런데 영어 23번 지문은 수능 2개월 전인 2022년 9월 대형 입시학원 일타강사가 수강생들에게 제공한 사설 모의고사 문제와 일치했다. 이 지문은 이듬해 출간 예정이던 EBS 수능 교재 감수본에도 들어갔다가 최종본에서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EBS 수능 교재의 감수는 수능 출제를 주관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이 담당한다. 평가원이 수능에 나왔던 지문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최종본에서 제외한 것으로 보인다. 동일한 지문이 비슷한 시기 수능과 일타강사의 모의고사, EBS 교재까지 동시에 실리는 것을 우연으로 보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당시 수험생들도 문제를 미리 풀고 해설 강의까지 들은 학생들에게 유리한 수능 문제라며 집중적으로 이의를 신청했다. 평가원이 수능 직후부터 닷새간 받은 이의신청 660여건 중 100여건이 영어 23번 관련 내용이었다. 평가원은 문제·정답 오류에 대한 이의신청이 아니기 때문에 심사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아예 심사조차 하지 않았다. 당시 평가원은 “영어 23번은 특정 강사의 사설 모의고사 문항과 지문의 출처가 동일하지만 문항 유형이나 선택지 구성 등이 다르다”고 했다.

교육부는 수능 영어 23번 지문이 유명 일타강사의 문제와 겹친 것에 대해 8개월 뒤인 지난해 7월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전날 밝혔다. 해당 일타강사와 문제를 거래한 현직 교사 4명에 대해서도 경찰 수사를 의뢰했다. 감사원도 교육부와 평가원이 영어 23번 논란을 알면서도 뒤늦게 조치한 이유에 대해 감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