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비는 가슴 큰 인형 영화” 진행자 한마디에 싸늘해진 골든글로브

문지연 기자 2024. 1. 9.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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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일러 스위프트가 조 코이의 농담을 듣고 정색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찍혔다. /엑스(X·옛 트위터)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진행을 맡은 코미디언 조 코이(53)의 부적절한 농담이 도마 위에 올랐다. 작품을 조롱하고 스타의 사생활을 떠올리게 하는 발언을 해 당사자들의 표정이 싸늘하게 식는 모습도 중계 카메라에 잡혔다.

코이는 7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로스앤젤레스(LA) 베벌리힐튼 호텔에서 열린 제81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진행자로 등장했다. 문제의 발언은 오프닝에서부터 나왔다. 박스오피스 흥행상 부문을 두고 경쟁하는 영화 ‘오펜하이머’와 ‘바비’를 비교하는 과정에서다.

코이는 “‘오펜하이머’는 맨해튼 프로젝트에 관한 721쪽짜리 퓰리처 수상작을 토대로 했다”고 설명한 뒤 “‘바비’는 가슴 큰 플라스틱 인형으로 만든 영화”라고 말했다. 이어 “나는 ‘바비’를 봤다. 좋았다. 날 이상한 사람으로 보지 않길 바란다. 플라스틱 인형에 끌리는 건 이상하긴 하다”며 “’바비’의 핵심적인 순간은 완벽한 아름다움에서 입냄새, 셀룰라이트, 평발로 변할 때”라고 했다.

영화 '바비'의 주연배우 마고 로비와 라이언 고슬링이 조 코이의 농담을 듣고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Golden Globes 유튜브

‘바비’는 전형적인 미의 기준을 상징하던 바비 인형을 재해석해 다양한 여성성을 그려낸 영화다. 그러나 코이가 이런 작품에 대한 이해 없이 조롱성 발언을 늘어놓자 객석은 찬물을 뿌린 듯 싸늘해졌다. ‘바비’ 감독인 그레타 거윅을 비롯해 주연배우 마고 로비와 라이언 고슬링은 굳은 표정으로 불쾌한 기색을 내비쳤다. 배우 엠마 스톤은 얼굴을 찡그렸고 셀레나 고메즈는 이마를 짚으며 고개를 숙였다.

주요 외신과 소셜미디어에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한 뉴욕타임스 기자는 “청중이 이토록 빨리 진행자에게 항의하는 건 처음 봤다”며 “어느 유명 감독은 ‘재앙적’이라고 표현하더라”고 했다. 다른 평론가들 역시 “시상식의 취지와 작품 속 의미를 퇴색시키는 형편없는 발언이었다”고 혹평했다. 타임지는 “영화가 직면한 근본적 성차별을 의도치 않게 드러냈다”고 전했다. 네티즌들 역시 “코이 같은 사람 때문에 ‘바비’가 만들어진 것”이라고 질타했다.

제81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진행자로 나선 코미디언 조 코이. /로이터 뉴스1

그러나 논란이 된 농담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시상식에 참석한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를 향한 발언 역시 문제였다. 코이는 “골든글로브와 미국프로풋볼(NFL)의 가장 큰 차이는 골든글로브에서는 스위프트의 카메라 노출 장면이 더 적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미식축구 선수와 공개 열애 중인 스위프트가 경기장을 찾을 때마다 중계 화면에 포착된다는 사실에 빗댄 말이었다. 그러나 직후 스위프트의 정색한 표정이 잡히면서 무례한 농담이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비판이 계속되자 코이는 이튿날 급히 해명에 나섰다. 그는 “불과 10일 전 골든글로브 호스트 제안을 받고 출연하기로 했다. 대본을 쓰는 데 10일이 걸렸다”며 “기분은 안 좋지만 그래도 내가 보인 퍼포먼스를 사랑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10일 전 호스트가 됐는데 일이 완벽할 수 있겠냐”며 “대사 중에는 내가 쓴 게 아닌 것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일부 네티즌은 코이가 자신의 잘못을 정당화하기에 급급한 변명을 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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