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최고 장인이 빚어낸 깊은 울림…국보로 빛난 내소사 동종(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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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을 쩍 벌린 용이 세월의 흔적이 켜켜이 쌓인 종 위에 올라 있다.
최 청장은 이날 국보 지정서를 전달하며 부안군의 첫 국보인 내소사 동종을 안전하게 잘 관리해달라고 당부했다.
내소사 주지인 월봉 진성스님은 "첫 국보를 보유하게 된 부안군민 모두의 영광"이라며 "앞으로 동종을 비롯한 문화유산 보존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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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후기 동종 가운데 가장 커…'부안 첫 국보' 수장고서 관리
(부안=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입을 쩍 벌린 용이 세월의 흔적이 켜켜이 쌓인 종 위에 올라 있다. 날카로운 발톱을 한껏 드러낸 채다.
입 안에 있는 보주(寶珠·보배로운 구슬)부터 비늘 하나까지 정교하다.
당대 제일가는 장인이 정성을 기울여 만든 범종. 멀리 퍼져가는 소리로 중생의 깨달음과 구제를 염원했던 전북 부안 내소사의 동종(銅鍾·구리로 만든 종)이다.
최응천 문화재청장은 9일 부안 내소사에서 열린 국보 지정서 전달식에서 "제작 시기가 뚜렷하고 아름다우며 문화·역사적 가치가 분명한 대표작"이라고 밝혔다.
내소사 동종은 고려 후기 동종을 대표하는 유산으로 꼽힌다.
높이 104.8㎝, 입지름(원통 모양으로 된 물건의 지름) 67.2㎝인 종은 1963년 보물로 지정됐다가 지난해 말 국보로 승격됐다. 동종으로는 우리나라의 5번째 국보다.
고려 후기 동종 가운데 크기가 가장 큰 이 종은 고려의 예술혼이 깃든 본보기로 이름나 있다.
종 아랫부분과 윗부분에는 덩굴무늬 띠를 둘렀고, 어깨 부분에는 연꽃 문양을 입체적으로 표현했다. 꼭대기의 용 모양 걸이(용뉴)는 입을 쩍 벌린 모습이 역동적이다.
특히 몸체에는 부처가 설법할 때 그 주변에서 부처의 공덕을 찬탄하는 존재인 천인상(天人像) 대신 삼존상(三尊像)을 배치해 장식성과 조형성도 더했다.
삼존상은 부처와 두 보살을 나란히 새긴 조각상을 뜻한다.
내소사 동종은 통일신라 동종의 전통을 따르면서도 고려의 특징도 잘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예를 들어 통일신라 때 만들어진 용뉴는 용 얼굴이 종 윗부분에 붙어있는 경우가 많으나, 고려 때에는 정면을 향하고 있다. 종의 몸체 부분도 더욱 잘록한 모습이다.
최 청장은 "종을 칠 때 망치가 늘 닿는 자리인 당좌(撞座)는 보통 2곳인데 내소사 동종은 4곳으로 늘었는데 13세기 최고의 금속 공예장인이 정교하게 완성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용뉴를 비롯한 대부분 조각이 파손된 곳 없이 잘 보존돼 있다고 강조했다.
내소사 동종은 역사적 변천사를 살필 수 있다는 점에서도 가치가 크다.
종을 만든 내력이 적힌 주종기(鑄鍾記)에 따르면 이 종은 '한중서'라는 이름의 장인이 1222년 약 700근(약 420㎏)의 무게로 만든 것으로 파악된다.
한중서는 13세기 전반부터 중엽까지 활동한 장인으로 고령사 청동 북(1213년), 복천사 청동 북(1238년), 신룡사명 소종(1238년) 등 여러 작품을 남긴 인물로 확인된다.
당초 동종은 '청림사'라는 절에 봉안됐다가 1850년 내소사로 옮겨졌는데, 이런 내용을 담은 이안기(移安記)가 몸체에 음각으로 새겨져 있다.
최 청장은 "한중서는 40년 가까이 종을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데 현재 남아있는 작품 중에서도 월등한 기량을 갖고 있다"며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
최 청장은 이날 국보 지정서를 전달하며 부안군의 첫 국보인 내소사 동종을 안전하게 잘 관리해달라고 당부했다.
내소사 측은 수장고에서 동종을 보관하며 관리할 계획이다.
2020년 설계 공사를 시작으로 17억여 원을 들여 만든 수장고는 237㎡ 규모 크기로, 내소사 측은 향후 주요 행사가 있을 때 수장고를 열어 관람객에게 동종을 공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내소사 주지인 월봉 진성스님은 "첫 국보를 보유하게 된 부안군민 모두의 영광"이라며 "앞으로 동종을 비롯한 문화유산 보존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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