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물질규제 완화' 법 개정안 통과…"기업부담 완화 vs 개악"

박찬근 기자 2024. 1. 9.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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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나 수입 전 특성과 유해성 정보를 환경부에 등록해야 하는 화학물질의 대상이 줄어듭니다.

화평법은 기존에 유통되거나 유해성 심사를 받은 물질이 아닌 화학물질을 '신규 화학물질'로 규정하고, 일정량 이상 제조·수입하려는 경우 사전에 환경부에 등록하도록 규정했습니다.

화학물질등록평가법이 제정되기 전까지는 국내에서 유통되는 화학물질 4만 3천여 종 중 15% 정도만 '유해성 정보'가 확인된 상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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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나 수입 전 특성과 유해성 정보를 환경부에 등록해야 하는 화학물질의 대상이 줄어듭니다.

화학물질의 위험도에 따라 규제를 다르게 적용해 일부 규제를 완화할 근거도 마련됐습니다.

국회 본회의에서는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과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 개정안이 통과됐습니다.

개정안 핵심 중 하나는 신규 화학물질 등록 기준을 '연간 100㎏'에서 '연간 1t'으로 완화한 것입니다.

화평법은 기존에 유통되거나 유해성 심사를 받은 물질이 아닌 화학물질을 '신규 화학물질'로 규정하고, 일정량 이상 제조·수입하려는 경우 사전에 환경부에 등록하도록 규정했습니다.

화학물질 규제 관련 글로벌 기본 원칙인 '정보 없이는 출시 불가'(No Data, No Market)를 반영한 규정입니다.

화학물질등록평가법은 2007년 유럽연합(EU)의 관련 제도 도입을 시작으로 각국이 더욱 강화된 화학물질 규제를 도입하는 데 맞춰 2013년 제정, 2015년 시행됐습니다.

이로써 구멍이 많던 국내 화학물질 관리 시스템도 대폭 강화됐습니다.

화학물질등록평가법이 제정되기 전까지는 국내에서 유통되는 화학물질 4만 3천여 종 중 15% 정도만 '유해성 정보'가 확인된 상황이었습니다.

당초 정부는 신규 화학물질 등록 기준은 '연간 1t'으로 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2011년 가습기살균제에 의한 대규모 피해가 세상에 드러나면서 국회에서 논의를 통해 모든 신규 화학물질을 등록하게 법이 만들어졌습니다.

이후 2018년 살균제 등을 별도로 관리하는 '생활화학제품 및 살생물제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고, 이에 화평법상 신규 화학물질 등록 기준은 '연간 100㎏'으로 완화됐습니다.

그럼에도 산업계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등록 기준 완화를 요구해 왔습니다.

2019년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응해 정부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산업 육성을 추진할 때는 화평법을 장애물로 지목하기도 했습니다.

신규 화학물질 등록에 드는 시간과 비용 때문에 공정을 신속하게 개선하지 못하는 등 생산성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게 재계 주장입니다.

외국과 비교해 규제가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현재 EU와 일본은 화학물질 등록 기준이 '연간 1t 이상'이며, 미국은 '10t 이상'입니다.

EU와 일본, 미국이 현행 기준을 시행한 시점은 각각 2008년, 1973년, 1995년으로 국내에서 화평법이 제정되기 한참 전입니다.

이에 화평법을 만들 때 가습기살균제 사태 재발을 막아야 한다는 '대의'만 너무 강조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지속해서 나왔습니다.

등록 기준이 연간 1t이었다면 2015년부터 작년 9월까지 등록된 신규 화학물질(3천656건) 중 77%(2천828건)는 등록 대신 신고만 해도 됐을 것으로 분석됩니다.

규제 완화에 대한 비판도 제기됩니다.

특히 신규 화학물질 등록 기준만 엄격할 뿐, 전반적으론 국내 규제가 EU 등보다 엄격하다고 할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환경부도 "화평법이 EU 규제보다 강도가 높다고 할 수 없다"며 이 법에 따라 요구되는 시험자료는 15~47개지만, EU에서 요구하는 자료는 22~60개에 달한다고 밝혔습니다.

신고만 하고 제조·수입될 화학물질이 대폭 늘어나는 만큼, 기업이 신고 시 제출하는 자료를 철저히 검증하고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화학물질 신고에 필요한 자료를 기업이 구해서 제출하는 방식이다 보니 유리한 자료만 낼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개정법에는 업체가 환경부에 제출하며 비밀로 보호를 요청한 자료가 유출됐을 때 대응을 강화하는 내용도 담겼습니다.

영업비밀이 노출될 수 있다는 산업계 우려를 반영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박찬근 기자 geu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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