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특별법·개식용 금지법 국회 통과···쌍특검법 재표결은 무산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과 유가족 지원 및 보상, 대형 참사 재발 방지 등 내용을 담은 '10.29이태원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안'(이태원 특별법)이 진통 끝에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참사 발생 1년 2개월여 만이다. 여당은 본회의 말미 '쌍특검법'(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대장동 의혹 특별검사법안) 재표결을 추진하려 했지만 무산됐다.
이태원 특별법은 지난 2022년 10월29일 다중인파 밀집사고로 159명이 숨진 이태원 참사 전반에 대한 사실관계와 책임소재를 밝히기 위해 독립적인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를 구성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날 통과된 이태원 참사 특별법은 지난해 4월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이 발의한 법안에 김진표 국회의장이 제시한 중재안 내용 일부를 반영한 수정안이다.
수정안은 특조위 위원을 총 11명으로 하되 여기에는 국회의장이 관련 단체 등과 협의하여 추천하는 3인의 상임위원을 포함하도록 했다. 3인은 국회의장이 추천하는 1명, 대통령이 소속되거나 소속되었던 정당의 교섭단체가 추천하는 1명, 그 외 교섭단체가 추천하는 1명 등으로 추천 주체를 조정했다. 또한 특조위 활동기간 연장은 기존 민주당 안의 '6개월 이내'에서 3개월 이내로 줄였다. 시행일은 올해 4월 이후다.
이 밖에 특조위의 영장청구 요건을 '정당한 이유 없이 2회 이상 거부할 때'로 강화하고, 관할 지방검찰청 검사장 외에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처장에게도 영장 청구를 의뢰할 수 있도록 했다. 특별검사 임명을 위한 국회 의결 요청 조항은 삭제됐다.
이태원 특별법 표결을 앞두고 여야 대치 상황도 연출됐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그동안 이태원 참사에 대해 윤석열 정권에서는 이를 제대로 책임지는 사람은 없었다"며 "책임회피와 거짓증언, 꼬리 자르기식 수사로 일관했고 참사 후 재발방지 대책과 제도 정비도 없었다"고 했다.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은 반대 토론에 나서 "이 법안은 여야 간 충분한 합의 없이 그야말로 거대 야당의 입법폭주로 진행되어 온 법안"이라며 "우리사회와 국회의 민주적 가치를 훼손하고 편파적인 입법, 참사의 정쟁화라는 부정적인 전례로 기록될 것"이라고 했다. 이 의원의 발언 도중 현장에 와있던 참사 유가족들이 고성을 내며 항의하기도 했다.
이날 여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국회로 돌아온 '쌍특검법'의 재표결을 추진하려 했지만 무산됐다. 쌍특검법은 당초 여야 합의가 되지 않아 본회의 안건에 상정되지 않았지만 여당은 안건 상정을 요구하는 '의사일정 변경 동의안'을 제출, 재표결을 시도했다. 의사일정 변경 동의안이 가결되면 해당 안건은 국회의장 동의 없이도 본회의 상정이 가능하다.
개 식용 금지법은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6월 발의한 '개 식용 종식을 위한 특별법안'을 골자로 한 대안이다. 식용 목적으로 개를 사육·증식하거나 도살하는 행위, 개나 개를 원료로 조리·가공한 식품을 유통·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해당 법안은 식용을 목적으로 개를 도살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 사육·증식·유통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개 사육 농장주와 도축·유통 상인, 음식점 등 관련 종사자들의 생계 대책 마련을 위한 정부의 전업·폐업 지원을 의무화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서 관련 업계는 업종과 규모 등을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신고하고 개 식용 종식을 위한 계획서를 제출한 후 이를 이행해야 한다. 다만 사육·도살·유통 등의 금지와 위반 시 벌칙 조항 등은 법안 공포 후 3년이 지난 날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공포 후 6개월이 지난 뒤 법안이 시행되면 3년 뒤인 2027년 7월부터 단속이 추진된다.
우주항공청 특별법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에 차관급의 우주항공청을 신설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우주항공청은 항공우주 분야에 대한 범부처 정책 수립, 산업 육성, 국제 협력 등을 담당하게 된다. 인력은 300명 이내로 출범해 인재 영입을 통해 지속해서 규모를 늘려갈 계획이다.
여기에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기능 축소를 우려한 민주당의 요구를 반영해 여야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천문연구원을 항공청 소속기관으로 둔다'는 내용을 명시해 항우연의 연구개발 기능은 유지하도록 했다.
우주항공청을 감독하는 국가우주위원회는 총리실 산하에서 대통령 직속으로 위상을 높여 윤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게 된다.
원안의 부칙을 개정해 법 시행 시기를 공포 후 6개월에서 4개월로 단축했다. 따라서 5~6월이면 우주항공청 출범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날 우주개발 진흥법 개정안도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해당 개정안은 국가우주위원회의 위원장을 국무총리에서 대통령으로 격상, 당연직위원을 확대하는 등 국가우주위원회를 개편하고 우주산업클러스터에 입주한 연구기관 등에 지원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화학물질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의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 개정안과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 개정안도 이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동안 산업계에서는 현행 화관법, 화평법이 기업에 화학물질 등록·관리 관련 과도한 부담을 지게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윤석열 대통령도 이를 '킬러 규제'라 지목했었다.
이번에 국회를 통과한 화관법 개정안은 유해화학물질의 영업 관련 '허가제'를 취급량·위험도에 따라 '허가 또는 신고제'로 차등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화평법 개정안은 신규 화학물질의 제조·수입량 등록·신고 기준을 완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밖에 이날 국회는 자원안보에 관한 위기에 대비해 자원안보 추진체계, 자원안보위기 조기경보체계, 핵심자원 공급·수요 관리 내용 등을 담은 국가자원안보 특별법 제정안, 한방 난임 치료비 지원을 난임 극복 지원에 포함시키는 내용의 모자보건법 개정안, 친환경 석유대체연류의 생산-사용의 근거를 마련한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개정안 등을 통과시켰다.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차현아 기자 chacha@mt.co.kr 박상곤 기자 gonee@mt.co.kr 김지영 기자 kjyou@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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