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 무풍지대 금배지 … 의원들 1심에만 887일

재판기간 일반인의 5배
방어권 총동원해 판결 지연
현역 26명 총선까지 생명연장

현재 재판을 받고 있는 현역 국회의원의 1심 평균 재판기간이 일반인에 비해 5배 가까이 긴 것으로 나타났다. 증거 채택 거부, 재판부 변경 같은 피고인 방어권을 최대한 행사하면서 판결을 지연시킨 데 따른 것이다. 그 결과 국회의원 임기를 다 채우는 것은 물론이고 상당수가 4월 총선에도 도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매일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제21대 국회의원 중 현재 재판을 받고 있는 현역 의원은 9일 기준 총 26명으로 집계됐다. 이들에 대한 1심 평균 재판기간은 887일이었다. 이 중 20명은 지금도 1심 재판이 진행 중이어서 이 기간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일반인의 형사 공판 사건 1심 평균 처리기간 185일(2023 사법연감 기준)보다 4배 이상 길다.

국회의원 형사재판이 엿가락처럼 늘어나는 데는 법 전문가인 국회의원들이 피고인 방어권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첫째 요인으로 꼽힌다. 검사가 제시한 증거에 무조건 동의하지 않거나 무더기로 증인을 신청하는 식의 '법 기술'이 거의 예외 없이 동원된다. 현역 의원은 아니지만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재판을 받고 있는 이화영 전 의원은 법관기피 신청으로 공판을 77일 지연시켰고, 9일 재개된 공판에서도 증인 반대 신문을 거부해 재판이 공전했다. 정치 팬덤에 부담을 느낀 사법부가 스스로 몸을 사리는 것도 재판이 지연되는 원인이다. 정치인 사건을 담당하는 재판부의 신상을 공개하거나 고발하는 방법으로 압박을 가하는 사례가 갈수록 늘고 있다.

'무죄 추정' 원칙에 따라 대법원 최종 판결이 나기 전까지는 피선거권이 박탈되지 않는다. 현재 재판을 받고 있는 현역 국회의원 26명 중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공천을 받고 22대 국회에 입성할 가능성이 있다. 재판 지연이 '범법 정치인'의 생명 연장에 기여하고 있는 꼴이다.

[강영운 기자 / 최예빈 기자 / 강민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