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기업도 중대재해법 적용 가능성 커졌다…정부 “野, 법 개정해달라”
정부 “중대재해로 영세기업 대표 처벌 받으면 폐업·근로자 피해”
경제 6단체 “민주당이 부디 전향적 입장 보여주길”
오는 27일부터 상시 근로자 50인 미만(5~49인)인 소규모 기업도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받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정부·여당이 더불어민주당이 제시한 중대재해법 유예 연장 조건을 충족하려 대책을 발표하고 경제계도 동참했으나, 민주당이 호응하고 있지 않아서다. 정부는 국회에 신속히 법을 개정해달라고 요청했다.
국회는 9일 본회의를 열었으나, 50인 미만 또는 공사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 대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시기를 늦추는 내용의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안이 처리되지 않았다.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이 법안은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다만 1월 임시국회가 오는 15일부터 열리는 만큼 27일 전 극적으로 처리될 가능성은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2022년 1월 27일부터 시행됐다. 50인 미만 기업과 50억 미만 사업장은 법 적용이 2년간 유예됐다. 정부·여당은 현실적으로 소규모 기업과 사업장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준비가 부족해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고려해 2년 더 유예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50인 미만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80%가 전문인력과 예산이 부족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대비하지 못하고 있었다. 대한상의가 실시한 비슷한 조사에서는 76.4%가 법 시행 대비가 미흡하다고 답했고, 89.9%는 적용 유예가 필요하다고 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을 개정하려면 거대 의석을 갖고 있는 민주당 협조가 필수적이다.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법 적용 2년 유예를 논의하면서 ▲준비 소홀에 대한 정부의 공개 사과 ▲유예기간(2년) 동안 실시할 구체적인 계획 및 재정지원안 ▲유예기간 종료 뒤 시행을 약속하는 정부·경제단체 합의서 ▲중소기업협동조합법 개정안 동시 처리 등 4대 선결조건을 내걸었다.
정부는 지난달 27일 83만7000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2년간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을 지원하는 내용의 ‘중대재해 취약분야 기업 지원대책’을 마련해 발표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같은 날 국회에서 열린 당정협의회에서 “(지난 3년간 정부의 준비가) 현실적으로 충분하지 못하다는 점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하며 사실상 사과했다.
또 중기중앙회,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대한상의, 무역협회 등 경제단체도 정부 대책에 적극 협력하고, 2년 뒤에는 추가 유예를 요구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민주당이 내건 4가지 조건 중 3가지가 충족된 셈이다. 그러나 그 뒤 여야 논의는 진척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이날 발표한 입장문에서 “정부, 경제단체 등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회에서 적극적인 논의를 하지 않는 것은 83만7000 영세 중소기업의 현실적 어려움을 외면하는 것”이라며 “현장의 절박한 호소를 충분히 고려하여 법 전면 시행(27일) 전까지 적극적인 개정안 논의와 신속한 입법 처리를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했다. 민주당이 내건 조건 4개와 관련해서는 “그간 정부는 유예 연장 전제조건 충족과 취약 분야 중대재해 대응 역량 획기적 강화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왔다”고 했다.
정부는 “50인 미만 기업 대다수는 영세기업 특성상 대표가 경영의 모든 부분을 책임진다”며 “중대재해로 대표가 처벌을 받으면 폐업뿐만 아니라 일자리 축소로 인한 근로자 피해 등을 우려해 적용 유예를 호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는 이달 중 중대재해 대책 추진단을 조속히 구성・운영하여 50인 미만 사업장이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신속하게 구축하고 이행할 수 있도록 적극 뒷받침할 계획이다.
중기중앙회·경총·대한상의 등 경제 6단체는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법안 처리가 무산된 데 대해 “안타깝고 참담한 심정”이라고 했다. 이들은 “83만이 넘는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들의 절박한 호소에도 불구하고, 국회에서 논의조차 하지 않은 것은 민생을 외면한 처사”라며 “국회 다수당인 민주당이 부디 전향적인 입장을 보여주기를 간곡히 호소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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